어버이날, 마음을 대접하는 날

강화군노인문화센터에서 만난 어버이날의 진정한 의미

등록 2026.05.07 11:01수정 2026.05.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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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이 지나면 곧 어버이날이 찾아온다. 어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계절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부모 세대의 굽은 등을 가만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어버이날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진다. 어릴 적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리는 날이었다면, 지금은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라는 생각이 더 깊어진다.


 강화군노인문화센터 로비에 설치된 어버이날 환영 현수막과 장식들.
강화군노인문화센터 로비에 설치된 어버이날 환영 현수막과 장식들. 전갑남
지난 6일,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강화군노인문화센터를 찾았다. 나는 그곳 수영장을 일주일에 서너 번 이용한다. 센터 로비에 들어서니 어버이날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먼저 반겨주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로비에는 이미 많은 어르신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줄에 섞였다. 회전판을 돌려 멈춘 곳의 상품을 받는 소박한 행사였다. 누군가는 소소한 상품에 당첨되고, 가끔 '꽝'이 나와도 사람들은 그저 허허 웃었다. 상품이 탐나서라기보다, 누군가 자신들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던 것이다.

 행운의 룰렛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행운의 룰렛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전갑남
 룰렛 이벤트에서 당첨된 소중한 소금 선물. “아름다운 은빛여정에 동행하겠습니다”라는 센터의 따뜻한 약속이 상자 위에 정성스레 놓여 있다.
룰렛 이벤트에서 당첨된 소중한 소금 선물. “아름다운 은빛여정에 동행하겠습니다”라는 센터의 따뜻한 약속이 상자 위에 정성스레 놓여 있다. 전갑남
내 차례가 되어 회전판을 돌렸다. 꽝을 지나 소금 칸에서 멈췄다. 소금이 든 가방을 받아드니, 이상하게 어린 시절 운동회에서 상품을 타던 설렘이 되살아났다. 사람들은 서로 무엇이 당첨되었는지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웃음꽃 속에는 오랜 세월 삶의 풍파를 견뎌온 사람들의 순하고도 맑은 기쁨이 배어 있었다.

센터 직원들의 정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늘은 2층 식당에서 무료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내려오셔서 카페 음료도 한잔하시고요."

2층 식당 이름은 '따든당'이다. '따뜻하고 든든한 식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평소에도 3,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정갈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인데, 이날만큼은 유독 정성이 가득했다. 소고기 불고기에 시원한 뭇국, 잡채와 샐러드, 그리고 특별식인 떡까지 곁들여졌다.


"오늘은 더 맛있는 것 같아."
"사람이 많으니 식탁이 북적이고 모두 즐거워하네."

 '따뜻하고 든든한 식당(따든당)'에서 정성껏 준비한 어버이날 특별 식단.
'따뜻하고 든든한 식당(따든당)'에서 정성껏 준비한 어버이날 특별 식단. 전갑남
자리마다 기분 좋은 웃음이 오갔다. 우리가 부르는 '미소천사' 영양사는 직접 테이블 사이를 다니며 떡에 들어간 재료를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 한 마디에도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배불리 먹이는 일은, 결국 그 사람의 마음까지 보듬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식사 후 카페 시음회에서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
식사 후 카페 시음회에서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 전갑남
식사를 마친 뒤에는 로비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까지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어버이날은 비싼 선물이나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당신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라는 진심을 나누는 날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버이날을 내 부모에게만 감사하는 날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오늘의 세상을 묵묵히 일궈온 모든 어르신에게 존경을 전하는 날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평생 논밭을 일구었고,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땀 흘렸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의 토대 위에 지금의 우리가 서 있다.

강화군노인문화센터의 행사는 크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만큼은 무엇보다 컸다. 어쩌면 어버이날의 진짜 의미는 이런 데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삶을 기억해주고, 그 고단했던 세월에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

"그동안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드는지 확인한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실립니다.
#어버이날 #강화군노인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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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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