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07 10:45수정 2026.05.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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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좋아 '5도 2촌'이지, 꽃과 나무가 잠든 겨울 동안 시골집은 그저 한 번씩 들러 온기를 불어넣고 가는 곳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도시의 아파트에 머물며 계절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마침내 봄이 오면, 마음과 발걸음은 자석에 끌리듯 지리산 자락의 시골집과 밭으로 향한다.
올봄 남편의 가장 큰 화두는 두릅이었다. 오미자밭을 정리하고 두릅을 심은 뒤, 나무 꼭대기에서 삐죽 얼굴을 내미는 새순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첫 수확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두릅을 땄다. 첫해라 수확량은 많지 않았지만 산림조합에서 최상품으로 값을 받았다며 남편은 흐뭇해 했다. 나는 그보다 그동안의 수고를 떠올리며 밭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계절을 견뎌낸 시간들이 소출보다 더 값진 경험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두릅농사 시골밭의 매화꽃
김성례
봄비를 맞고 올라온 고사리는 뜯어 데쳐 말리고, 지천으로 돋아난 머위는 장아찌로 담갔다. 집 앞 엄나무 순은 가시가 무섭지만 연한 부분만 골라 따 이웃과 나누고, 데쳐 먹으니 두릅 못지않은 향이 났다. 두릅을 시작으로 4월이 되자 남편은 텃밭 일에 매달리느라 아예 시골에 머물기 시작했다. 명예퇴직 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이 자유가 새삼 감사하다.
나는 친정 모임이 있어 먼저 창원으로 내려왔고, 그 사이 남편은 시누이들을 맞았다. 꽃밭을 손보고 화분을 갈아주며, 반찬까지 챙겨 냉장고를 가득 채워 놓고 가는 시누이들. 밭일에 지칠까 먼저 살피는 그 마음이 고맙고 또 든든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이런 것일까 싶다.

▲마당의 꽃들 철쭉, 수선화, 라일락등
김성례
봄의 전령사는 역시 마당의 꽃들이다.
가장 먼저 피는 산당화, 연못가의 수줍은 수선화, 작아서 더 사랑스러운 미니애플, 향기로 알아본다는 미스김 라일락, 초록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민 모과꽃까지. 하나하나가 반갑고 사랑스러웠다.
남편은 여전히 꽃 사는 데는 아까움을 모른다. 인월 장에서 장미와 다알리아 모종을 한가득 사 와 화분과 연못 둘레에 다시 심었다. 잔디를 걷어내고 자리를 내주는 모습은 마치 봄을 맞이하는 작은 의식처럼 보였다.

▲시골집 마당 화분과 연못가꽃들
김성례
5도 2촌의 삶은 늘 양쪽을 그리워한다. 도시에서는 시골의 공기가 그립고, 시골에서는 도시의 일상이 떠오른다. 이 기분 좋은 경계 위에서 나는 다시 다가올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움이 머무는 자리가 둘이기에, 그래서 이 생활이 더 오래 이어지는지도 모른다.
지금 쯤 시골 마당에는 친정에서 가져다 심은 모란꽃이 활짝 피어났을 것이다. 어머니를 닮아 늘 반가웠던 그 꽃이 유난히 보고 싶은 날이다. 며칠 뒤면 어버이날. 모란처럼 넉넉하고 향기롭던 어머니의 모습이 5월의 햇살 아래 더욱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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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출간한 여행 작가이자 등단 시인.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프랑스 5년 유학 불문학 석. 박사 학위 수료. 30년 교직 생활 후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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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부터 연못 둘레까지, 남편이 한가득 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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