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07 13:41수정 2026.05.07 13:4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퇴근길 집 앞에 순대 트럭이 보였다. 냉동 순대가 잘 나오다 보니 순대를 잘 사 먹지 않았었다. 그 순대 트럭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줄도 섰었다. 오늘 그 앞을 지나면서 주문할까 그냥 갈까 고민을 했다. 누군가가 주문하는 것을 듣고 나도 모르게 똑같이 말해버렸다.
"저도 모둠순대요."

▲ 순대 트럭
박이연
결제를 하며 '생각보다 비싸네. 얼마나 맛있길래' 하며 충동적인 결정에 잠시 후회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순대 차 앞으로 남학생들이 우르르 지나가며 말했다.
"순대 맛있겠다."
"근데 왜 이렇게 비싸."
"엄마한테 돈 보내달라고 할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남학생들은 빠르게 지나갔다. 순대트럭 사장님의 칼질이 빨라졌다. 꼬치에 두툼하게 썬 순대 3개를 꽂아 엉거주춤 일어서며 사장님이 말했다.
"학생, 학생. 갔나?"
남학생들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사장님의 외침을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손님, 기다리면서 이 꼬치 드시죠?"
어부지리. 순대 꼬치는 내 것이 되었다. 별생각 없이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순대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냉동 순대와는 비교 불가의 맛이었다. 부드러운 잡채와 아삭한 야채가 씹혔다. 필자는 순대 꼬치를 먹으며 찬찬히 트럭을 살펴보았다.
'30% 할인 혜택' 문구가 눈에 띄었다. 파격적인 할인이었다. 퍼센트도 컸고, 순대 트럭에서 할인이라는 것도 생소하면서 신기했다. 그 대상도 역시나 멋졌다. 임신부와 3자녀 이상 부모가 특히 눈에 띄었다. 지하철과 버스의 임신부 배려석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이야기 하니 사장님의 이야기 보따리가 술술 풀렸다.
"지난달에 출산한 여성이 와서 그러더라고요. 임신했을 때 올 걸. 그래서 제가 그랬죠. 제가 임신부라고 썼지만, 출산한 여성인 임산부도 포함입니다. 할인해 드릴게요."
필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했다.
"세 자녀 이상 손님이 많은가요?"
사장님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여섯 자녀도 다녀간 걸요."
"사장님,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국가유공자는 어떻게 확인하세요?"
"그냥 믿고 주는 거죠. 순대 사러 왔는데 신분증을 확인할 수 없잖아요. 허허. 얼굴에 다 쓰여 있어요."
필자는 궁금해서 또 물었다. 사장님은 칼질하느라 바쁘고, 필자는 질문하느라 바빴다.
"근데요 사장님, 할인은 왜 해주시는 거예요?"
"동네 장사인데, 같이 잘 살면 좋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사장님의 이 말 한마디가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온 내게 오아시스 같은 위로가 되었다. 필자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순대 포장이 완료되었다. 그분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내 것인 줄 알았다.
"이거 가져가면 될까요?"
"손님 거는 금방 썰어 드릴게요. 더 많이 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한국 사람들은 순서에 예민해요. 허허."
이내 먼저 온 손님이 다시 왔고,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순대를 가지고 총총히 사라졌다. 필자는 순대를 기다리며 사장님과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장님 글씨체가 예쁘네요. 붓글씨 배우셨어요?"
"아니에요. 배우고 싶어요. 친구 어머니가 84세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시작했고, 94세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패스했어요. 그리고 지금 서예를 배우고 있대요. 저도 더 나이 들기 전에 배워 보려고요."
"응원할게요. 사장님."
필자는 사장님이 정성스레 만든 순대를 보물인 양 끌어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걸어가며 생각했다.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지?'

▲ 강아지 산책과 플로깅
박이연
강아지 산책을 나갈 때 배변 봉투와 함께 비닐봉지를 한 장 더 준비해서 나갔다. 밤 산책인데 쓰레기가 보일까 싶었지만, 역시나 쓰레기는 많았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전봇대와 가로수에는 어김없이 담배꽁초와 과자봉지, 페트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강아지는 냄새 맡고 영역표시하느라 바빴고, 필자는 쓰레기를 줍느라 바빴다. 봉지가 쓰레기로 채워질수록 내 마음도 뿌듯함으로 채워졌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무엇인가 일조했다는 혼자만의 뿌듯함이었다. 강아지가 영역 표시한 그곳에는 물을 뿌려 냄새를 중화시켰다. 야외이지만, 강아지의 오줌 냄새는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순대 트럭 사장님 덕분에 순대로 배를 든든히 채웠고, 뿌듯함으로 마음도 채웠다. 내 것을 나누고 같이 잘 사는 세상, 그것이 살 맛 나는 세상 아닐까 싶다. 필자도 누군가에게 그 살 맛을 나누어주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책읽고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소통이 원활한 세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공유하기
순대 트럭 사장님의 30% 가격 할인, 이유를 물었더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