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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견학·지리산 종주... 20년간 '위험한' 체험학습 갔던 까닭

[주장] 형사 면책법이 교육활동의 선결 조건? 교육은 마음의 일

등록 2026.05.08 10:46수정 2026.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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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2월 5일 인천 강화군 연미정으로 겨울방학 현장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두꺼운 외투를 벗어놓고 뛰어놀고 있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2월 5일 인천 강화군 연미정으로 겨울방학 현장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두꺼운 외투를 벗어놓고 뛰어놀고 있다. 연합뉴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전제해 둘 게 있다. 이 글은 수학여행과 소풍, 교내외 체험활동 등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차라리 동료 교사와 학부모에게 우리 교육의 본령에 관해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탄원서'다. 우리 아이들이 이끌어 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솔직히 두렵다.

"책임지기 싫다고 교육을 방기한다면 교사의 자격이 없습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가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위의 두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생뚱맞다. 지금껏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법은 없었지만, 관행처럼 '위험한' 교육활동은 이어져 왔다. 교사들은 사전에 본인과 학부모가 서명한 '참가 동의서'만 받으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줄로 여겼다.

학부모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위험성 여부를 떠나 학교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활동에 참가하는 걸 당연시했다.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참여하는 게 원칙이었고, 불가피하게 불참하는 경우 학부모가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양 교사에게 전화해 통사정하는 게 관례였다.

힘들었을지언정... 불만족은 아무도 없었다

'다사다난했던' 내 경험을 소개하는 게 맞겠다. 연초 교육과정 연간계획을 수립한 뒤 시행한 것도 있고, 담임교사로서 아이들과 의기투합해 급조한 행사도 있다. 학생부장 때는 학생자치회 임원들과 함께한 일도 있다. 하나같이 민원의 소지가 있거나 다칠 위험이 큰 행사였다.

초임 시절엔 학급별 소풍을 교도소로 다녀왔다. 학교장 결재를 얻은 후 교도소에 공문을 보내 최종 승낙을 얻어냈다. 아이들은 교도소 내부를 견학했고, 제소자들과 운동 경기 등을 벌이며 한때를 보냈다. 여성 제소자들이 수감된 곳과 사형 집행장을 제외하곤 모두 둘러봤다.


아이들에게 준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법 집행 과정의 엄중함을 보여주려는 취지였다. 당시 교도소장이 주선한 무기수와의 대화는 적이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라며 민원이 끊이지 않았을 테지만, 그땐 되레 학부모들이 보내온 감사 편지에 마냥 행복했다.

몇 해 전 수학여행도 여행사에 위탁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최종 선정된 여남은 개의 여행 주제를 교실마다 게시한 뒤 아이들이 학급과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교사는 임장만 할 뿐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름도 '판선책' 수학여행으로 붙였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역량이 그 세 가지라고 확신한다. 다녀온 뒤 시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힘들었을지언정 불만족스러웠다는 답변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소풍도 교육적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당시 학교장의 의지를 반영하여 대폭 개편했다. 놀이공원이나 박물관 등을 견학하던 기존의 방식을 바꿔 '무돌길(무등산 둘레길)'을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걷도록 했다. 학년별로 코스를 나눴고, 하루에 대략 20km를 주파하도록 구성했다.

버스정류장 두세 개 거리도 차를 타고 다니는 요즘 아이들에게 체력의 한계를 느끼도록 하는 것 역시 교육의 본령이라고 여겼다. '호연지기'나 '극기 훈련'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해하는 아이들에게 소풍은 더없이 좋은 기회다. '무돌길 걷기'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20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언젠가는 몇몇 아이가 탈진하여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았고, 지난해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중에 하산하기도 했다. 이틀간 씻지 못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고, 물집과 찰과상 정도는 부상 축에도 들지 못하는 강행군이었다.

듣자니까, 졸업생들은 마흔 살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지리산 종주의 경험을 학창 시절의 가장 강렬했던 추억으로 떠올린다고 한다. 그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지리산 종주 이야기가 화두가 된다. 다른 학교 졸업생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말한다.

오해할까 싶어 부연하자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긴 하다. 아무런 법적 보호 장치도 없이 그렇듯 위험천만한 행사를 강행했다는 걸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솔직히 이제 와서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도중에 인명 사고라도 났다면 어쩔 뻔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학교장의 '흔쾌한 결재' 덕분이다. 결재라는 절차는 함께 책임지겠다는 의미이며, 해당 교육활동에 한 배를 탔다는 뜻이라서다.

역대 학교장들은 아이들과 무돌길을 함께 걸었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지리산 종주를 함께한 분도 있다. 그때도 불만을 표출하는 교사가 없진 않았지만, 학교장의 솔선수범에 그들의 목소리는 이내 잦아들었다.

교육은 마음의 일이다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사망 사고로 인솔 교사가 형사 책임까지 감수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도 우리 학교의 교육활동 계획은 그대로다. 얼마 전 비로 인해 취소된 소풍에 아이들보다 교사들이 더 아쉬워한다. 교사들끼리 가을 수학여행을 위한 답사도 다녀왔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보다 아직은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끼는 보람이 더 크기 때문이다. 면책을 위한 법은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도 계속되어야 한다. 거칠게 말해서, 교사가 법 제정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건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모진 행태다.

"학교장이 결재했다고 해서 인솔 교사를 끝까지 보호해 줄 것 같아요?"
"학부모들을 믿나요? 현장 체험학습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치지만, 막상 자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들은 득달같이 교사를 상대로 소송부터 제기할 거예요."

최근 주위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충고'다. 그때마다 교사가 최종 결재권자인 학교장의 권능을 의심한다면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고 답한다. 교육의 공동 주체로서 학부모와 교사의 신뢰가 허물어지면 그 어떤 교육활동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부연한다.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어김없이 순진하다는 핀잔을 듣게 된다. 그들로부터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게 될 거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악담'을 들은 적도 있다. 은혜를 원수로 되갚는 일이 흔한 세상에서 교사도 영악하지 않으면 정년 때까지 버틸 수 없다는 조언까지 들었다.

이왕 순진한 교사로 낙인찍힌 마당이니 욕먹을 각오로 한마디 덧붙이며 글을 매조진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교육활동의 선결 조건이라면, 교육은 법에 종속된다. 단언컨대, 교육은 마음의 일이다.

법이 교사의 형사 책임을 면해 줄진 몰라도, 당사자 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 주진 못한다. 올곧은 시민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람으로 여기는 교사라면 두렵더라도 해야 한다. 교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나 몰라라 하는 학교장과 소송을 남발하는 되바라진 학부모는 소수다.

우리 사회엔 관리자이기 전에 선배 교육자로서 모범이 되는 학교장이 더 많다. 또, 당신의 자녀보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더 걱정하고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학부모들이 대다수다.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에 의해 목소리 큰 소수가 다수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설령, 무능하고 무책임한 학교장과 당신의 자녀에게만 매몰된 이기적인 학부모가 다수라고 해도, 모름지기 교사라면 견뎌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신뢰 없이는 단 하루도 교단에 설 수 없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본다면, 도저히 그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현장체험학습 #교사의형사책임 #교육활동보호법 #수학여행 #지리산종주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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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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