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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 산모의 비극...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

    [2026 지방선거, 의료붕괴 현실을 말하고 대안을 묻는다]

    등록 2026.05.08 10:24수정 2026.05.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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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코앞이다. 연일 응급실 뺑뺑이 비극 소식이 들려오고 지역의료 붕괴의 현실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지금, 이번 지선은 공공의료 선거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자들 중에 제대로 된 공공의료 대책을 내놓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의료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대변하는 지역 정치는 어디로 실종되었단 말인가? 이에 지역의료붕괴를 해결할 ‘좋은 공공병원’을 세우기 위해 활동해온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각 지역 공공의료 현안에 대한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이 글은 그 첫번째 글이다.[기자말]

     서울 양천구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 서울 양천구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밤,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 입원해 있던 임신 29주차 산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졌다. 산부인과는 충북대 등 충청권 상급병원 6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119가 전국 41개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부산 동아대병원이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고, 약 3~4시간의 헬기 이송 끝에 산모는 수백km 떨어진 부산에 도착했다. 산모의 생명은 지켰지만 태아는 끝내 숨졌다.

    지난 2월 대구 쌍둥이 산모 사건 등 최근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위험에 처한 산모를 받지 못한 충북대병원은 충청권을 책임지는 권역모자의료센터로 매년 16억 원(설치비+운영비)이 투입되어 온 곳이다. 그러나 이 16억 원짜리 시스템에는 산과 전문의가 단 2명, 그마저 1명이 해외 연수를 떠난 사이 남은 1명이 24시간 당직을 서고 있었다. 기준 인력은 4명. 절반의 절반만 굴러가는 '센터'가 권역 책임을 지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가 투자한 센터들은 많은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지역필수의료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두고, 환자가 충분한 값을 치르지 않으려 한 탓이라는 시장 논리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 진단은 이미 실패를 증명했다. 수가를 올려 공급을 늘리려는 정책은 작동하지 않았다. 권역 분만 건수가 일정 규모 아래로 떨어지면 단가를 두 배로 올려도, 산과·신생아중환자실·마취과·이송이 묶음으로 24시간 가동되는 시스템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센터를 지정하는 방식의 국비투자도 작동하지 못했다. 이것 역시 센터를 지정받은 병원의 운영 방식이 시장의 수익성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센터를 지정만 해 놓으면 병원이 알아서 인력과 협력을 조직해 주리라 기대했지만, 정작 병원 자체의 경영난과 인력난 앞에서 센터 기능까지 함께 무너졌다. 다른 병원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 중심의 의료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정부 투자 방식에 더해 반드시 병행했어야 할 공공의료 혁신 과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수익성으로 평가되지 않는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에서 필수공공의료가 완결적으로 제공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책임 사슬을 채우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이다.

    첫 번째 문제, 공공병원에 씌워진 '당기순손실'의 족쇄


    충북대병원이 산과 전문의 4명을 채우지 '않은' 것은 공공병원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산과와 신생아중환자실은 인력·장비·24시간 당직이 모두 필요한 대표적인 적자 부서다. 그런데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은 매년 당기순손실 등 수익성·경제성 지표로 평가받는다. '경영효율'이라는 이름의 평가가 적자 부서의 인력 충원과 시설 투자를 막는다.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응급 당직 산과 전문의 4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 분석, 산전 위험도 자문, 시군구 모자보건 인력 교육훈련까지 맡을 8~10명 규모의 산과 등 전문 의료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평가 틀에서는 이런 인력 확장이 곧 '경영 악화 요인'으로 분류된다.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려면 공공병원 운영과 설립에 드리워진 경제성 일변도의 잣대를 거둬내야 한다. 충북대병원이 지역완결의료의 중심으로 서고, 분만 취약지에 시도립 종합병원이 강화·신설되려면, 중앙정부가 공공병원을 당기순손실로 단죄하는 관행부터 끝내야 한다. 수익성 높은 진료를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료에 책임을 지고 지역주민 생명과 건강을 구하는 진료를 우대해야 자부심과 긍지가 생긴다. 언제까지 수익성으로 의료진을 평가하는 관행을 그대로 둘 것인가?


    두 번째 문제, 광역지자체의 지역완결의료 책임과 중앙정부 평가 책무의 공백

    두 번째 과제는 거버넌스다. 보건복지부는 정책을 설계하고 재정을 배분한다. 광역지자체는 사업을 위탁받아 집행한다. 의료기관은 지정과 보조금을 받아 운영한다. 그러나 '청주에 사는 임신 29주차 산모가 야간에 응급분만이 필요할 때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갈 것인지'를 사전에 보장하는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자기 몫을 한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한 생명이 빠져나간다.

    응급 상황은 그날 밤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니다. 출산력, 기저질환, 임신중독증·전치태반·조기진통 위험, 사회·경제적 취약성에 이르기까지 임신과 태아의 위험은 이미 예고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알아챌 자리는 대학병원 응급실이 아니라 산모가 사는 동네다. 지역 산부인과 의원, 보건소 모자보건사업, 임산부 등록제, 가정방문 간호사, 돌봄통합지원 거점이 그 자리다. 동네와 권역모자의료센터를 잇고, 권역 내 공공병원 간 협력과 연계를 조직해 권역 분만안전망을 운영하는 일은 광역지자체 외에 누구도 할 수 없다. 광역지자체에 지역완결의료의 법적 책무를 부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광역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정부는 이 책임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원하고 평가하는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는 단순한 재정 보전 통로가 아니라, 광역지자체가 권역 분만안전망의 운영 주체로 서게 하고 그 성과를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평가하는 거버넌스 장치가 되어야 한다.

    수가를 올리고 센터를 더 지정하는 방식으로는 청주의 비극이 재발할 가능성을 없앨 수 없다. 공공병원에 씌워진 경제성 평가의 자물쇠를 풀어 국립대병원과 시도립 종합병원이 적자를 겁내지 않고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그리고 중앙정부–광역지자체–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책임의 연결망을 촘촘히 만드는 일, 이 두 가지 일을 함께 할 때 비로소 청주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한 생명이 던진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역완결의료'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의료개혁의 한 축으로 내세운 만큼, 이제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지역필수의료를 계속해서 수익성 중심의 시장 체제에 맡겨둘 것인지, 아니면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 아래 다시 조직할 것인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지역완결의료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 주민들의 실존 문제, 공공의료를 약속하는 지선 후보를 기다리며

    반복되는 비극들이 보여주듯이,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할 공공의료는 지역 주민들의 실존의 문제다. 그러나 개탄스러울 정도로 지방선거 공론장에서 공공의료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공공의료 확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에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한 지역별 과제를 후보와 정당에 구체적으로 제시하려 한다. 이어지는 릴레이 기고에서는 각 지역 시민운동단체가 자기 지역의 공공의료 현실과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던지는 질문을 차례로 풀어낼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공공의료 #공공병원 #지역필수의료
    댓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지역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시민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제공되는 민주적인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투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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