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가 숨진 조사실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 끝에 숨진 조사실로, 욕조와 침대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남영동 대공분실은 국가권력이 시민의 몸과 입을 어떻게 통제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다. 동시에 박종철의 죽음이 알려지고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면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나아간 출발점이기도 하다.
박종철기념사업회가 준비 중인 '박종철시민학교'는 오는 6월 16일, 바로 이 공간에서 문을 연다. 국가가 시민의 말을 틀어막던 그 건물에서, 이번엔 시민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벽에 붙인다.
강연이 끝나면 5~7명씩 소그룹으로 모여 토론하고, 각 그룹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일 예정이다. 이른바 '질문의 벽'이다. 거기 모인 모든 사람이 참여해 그중 3~4개를 고르면 강연자는 그 질문을 더 깊이 확장한다. 슬로건은 "성급한 결론보다 날카롭게 벼려진 질문". 정답을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자기 삶 속에서 민주주의의 의미를 스스로 다시 묻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종철시민학교 1기는 6월 16일부터 7월 14일까지 매주 화요일 다섯 차례 열린다.
- 1강 (6월 16일) 그날, 남태령 — 우리는 언제 시민이 되는가 / 남태령아스팔트동지회
-2강 (6월 23일) 민주주의와 노래의 힘 /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3강 (6월 30일) AI 시대의 민주주의. / 박태웅 녹색포럼 의장
-4강 (7월 7일) 무엇이 민주주의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리는가 / 박래군 (인권운동가)
-5강 (7월 14일)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남북한관계의 미래 /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추모의 장소에서 질문의 장소로
박종철은 스물두 살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는 자기 길을 선택해서 꿋꿋이 걸었다. 국가폭력이 그 길을 끊었고, 그 죽음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진실은 새어나왔고, 그의 죽음은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됐다. 그의 죽음에 응답한 수많은 또래들이 스스로 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2024년의 응원봉도, 남태령의 아스팔트도, 그 응답의 연장선 위에 있다.
박종철시민학교가 시도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박종철을 추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의 시민들이 자신의 언어로 민주주의를 다시 묻도록 하는 일, 1987년 국가폭력의 현장을 2026년 시민들의 질문으로 채우는 일이다.
"나는 언제 시민이 되는가."
"부당한 명령 앞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나는 무엇을 지킬 수 있는가."
"광장에서 느낀 감정은, 일상으로 돌아온 뒤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이 질문들이 남영동의 벽에 붙는다면, 한때 시민의 입을 닫게 하려 했던 공간이, 다시 시민의 질문으로 채워지는 장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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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역사와 문학, 장소의 기억을 연결하며 ‘인문 역사 기행’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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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이 숨진 그 장소에서 '박종철시민학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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