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중인 열대붉은해오라기
이경호
이후 차량 이동 과정에서 논과 작은 습지에서 비행하는 열대붉은해오라기를 3차례 더 봤지만 차를 세우지는 못했다. 탐조인들에게는 이름 자체가 설렘인 열대붉은해오라기를 확인한 것으로도 만족하지만, 1장의 사진만 기록했다는 아쉬움으로 남는 새다. 이상하게도 이런 만남이 더 오래 남는다. 희미했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이다.
열대붉은해오라기 역시 습지 은폐에 특화된 해오라기류다. 붉은 갈색 몸빛은 마른 갈대와 습지 식생 속에서 거의 완벽한 위장을 만든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비교적 넓게 분포하지만, 안정적인 습지 감소와 서식지 훼손은 계속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는 현재 관심대상으로 평가되지만, 지역별 개체군 감소 우려는 꾸준히 언급된다.
덤불해오라기와 열대붉은해오라기는 모두 해오라기류 특유의 조심스러운 생태를 보여준다. 드러나기보다 숨는 데 능하고, 화려한 비행보다 침묵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오히려 습지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새라고 할 수 있다. 두 해오라기가 살아간다는 것은 갈대가 남아 있고, 물길이 이어지며, 계절 변화가 아직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은신중인 덤불해오라기
이경호
베트남의 습지는 한국에서 잃어버린 풍경 일부를 떠올리게 했다. 넓은 사초류와 갈대 군락과 물길, 그리고 그 사이를 스쳐 지나라는 작은 해오라기는 인간이 습지를 개발 가능 면적으로 계산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해오라기 들은 그곳을 생명의 은신처로 사용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운이 좋은 사람에게만 자신의 존재를 허락한다. 우리도 이제 해오라기에게 갈대와 사초를 허락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스텐다드한 덤불해오라기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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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새, 이곳에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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