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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최대치, 무농약 텃밭 찾아온 방문객의 정체

물까치, 후투티, 장끼... 안전하고 평화로운 새들의 놀이터가 된 오도이촌 시골 쉼터

등록 2026.05.16 19:02수정 2026.05.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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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느루뜰이 새들이 놀기 좋은 곳인가 봐. 쉴 수 있는 나무도 적당히 있고, 발 디딜 땅도 있고... 저기 아래 쪽 봐봐. 풀이 웃자란 곳은 발 딛기 힘드니까 잘 가지 않잖아."

남편 말대로 느루뜰은 새들의 놀이터다. 여러 새들이 날마다 놀다 간다. 아침에 일어나 방 안쪽의 반투명 창을 열면 바깥쪽 투명한 창으로 새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느루뜰에서 우리 부부의 아침은 창을 통해 나뭇가지와 밭을 오가며 자유롭게 놀고 있는 새들의 모습을 살피며 시작된다. 우리가 바깥 창을 열지 않는 까닭은 소리에 민감한 새들이 날아가 버릴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새들은 아주 작은 소리나 움직임을 예민하게 감각하고 잽싸게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새들의 모습이 귀엽고 신기하여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욕심으로 몇 번 조심스럽게 창을 열어 보았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 뒤로는 바깥 창을 감히 열지 못한다.

물까치들의 공연

 물까치들이 장난치며 놀고 있다.
물까치들이 장난치며 놀고 있다. 이정미

느루뜰에 가장 단골인 새는 '물까치'이다. 나는 새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 물까치도 느루뜰에서 처음 만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느루뜰에 놀러 오니 자연히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녀석의 이름을 이제는 안다. 사실 혼자 상상할 땐 물까치보다 더 근사한 이름일 거라 여겼다. 고상한 하늘빛 깃털을 가졌고, 몸집도 작고 날렵한 편이라 까치, 까마귀와 같은 종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물까치는 아침, 낮, 저녁 어느 때고 틈만 나면 느루뜰에 날아와 놀다 간다. 머리 부분은 까만색이다. 등과 배 부위는 부드럽고 고상한 회색빛을 띤다. 날개와 꼬리는 하늘색으로 맑은 기운을 품고 있다. 꼬리가 길게 빠져 우아함을 장착하고 있다. 녀석들의 걸음걸이는 마치 발레리나를 닮았다. 사뿐히 통통 튀어 오르듯 걷는데 그 모습이 가볍고 경쾌하다.

녀석들은 아주 예민한 귀와 눈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을 좀 보태서, 정말이지 창문에 손만 갖다 대어도 금방 낌새를 알아차리고 재빠르게 날아가 버린다. 녀석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면 카메라 줌을 최대한 당겨 방 안에서 창 너머로 찍을 수 밖에 없다. 정말 콧대 높은 녀석들이다.


지난 10일 아침, 운 좋게도 네 마리가 무리 지어 노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 마리가 마른 풀 줄기로 보이는 놀잇감을 입에 물고 날아 오르더니 다시 땅에 내려 앉았다. 연이어 세 마리가 날아와 합류하여 그 놀잇감으로 넷이서 노닥거렸다. 옆으로 나란히 줄 서듯 움직이더니 채소 모종이 자라는 두둑으로 총총 줄지어 걸어갔다.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워서 미소가 피어 올랐다.

"고맙다. 얘들아. 멋진 공연 잘 봤어!"


물까치는 까마귓과에 속하는 까치류로 길조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푸른 빛이 감도는 깃털을 가진 이 새를 좋아했다. 아침에 물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거나 좋은 일이 생긴다고 여겼단다.

느루뜰에 새들이 날아드니, 우리 부부의 소소한 기쁨이다. 지난 해 잘 익은 대봉감 홍시를 콕콕 쪼아댔던 장본인이 필시 요 장난꾸러기 새들이었으리라. 잘 익은 홍시를 귀신같이 찾아 영락없이 쪼아 먹곤 했다. 덕분에 잘 익은 홍시는 겨우 한두 개 정도였던 것 같다. 새들이 쪼아 먹기 전에 주홍색으로 잘 물든 것을 서둘러 골라 따 소쿠리에 담아 놓고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무튼 새도 먹고 사람도 먹으며 어울려 살아간다.

후투티와의 만남

느루뜰에 날아오는 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는 '후투티'이다. 울음소리가 '후훗훗' 하게 들려 '후투티'라 불렸다고 한다. 귀여운 생김새와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원래는 여름 철새인데 요즘에는 텃새화 되었다고 한다. 후투티는 머리 위에 부채 모양의 화려한 벼슬이 있다. 노란색과 까만색 깃털이 섞여 독특한 무늬가 되었다. 그래서 한층 더 귀엽다.

우리는 이 녀석이 날아든 아침이면 음식을 씹던 일도 멈출 정도로 몰두해서 지켜보곤 했다. 예민한 녀석이라 방안에서도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았다. 녀석은 밭 가장자리에 내려앉아 긴 부리로 땅을 쪼아 대며 지렁이나 벌레를 찾는 듯 보였다. 그리곤 뭔가 발견해서 먹고 나면 미련 없이 날아가 버렸다.

몇 번 사진 찍기를 시도했지만 거리도 멀고, 잠시 머물고는 볼 일을 다 보았다는 듯 사라져서 우리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렇게 가 버리고는 다시 오지 않으니 매번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래도 요즘 이른 아침 시간에는 놀러 왔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후투티가 보이지 않았다. 눈 씻고 살피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언젠가 귀여운 후투티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위풍당당 장끼

책을 읽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밭 두둑에 꼬리가 길고 몸집이 큰 새가 유유자적 거닐고 있었다.

'앗, 저건 꿩! 문 열고 나가면 날아가 버리겠지.'

창으로 지켜보며 고민하다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 다행히 날아가진 않았다.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며 마치 자기 영역인 양 밭 두둑에서 느루뜰 진입로까지 당당하게 누비며 걸어 갔다. 이 녀석에게 느루뜰은 익숙한 공간인 듯 보였다.

꼬리가 길고 색이 화려한 걸로 보아 수컷 장끼다. 우리 조상들은 꿩을 ​길조로 보았다. 꿩은 옛 이야기의 좋은 소재였고, 옛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그린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하는 새이다. 누구나 한번쯤 꿩의 깃털을 관모에 꽂아 장식한 전사의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도 꿩은 왠지 친숙하고 기분 좋은 새이다. 한국식 공작 같다고나 할까. 덩치와 화려함에서 한참 밀리지만 그 위풍 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에게 꿩은 길한 생명체였다. 옛 사람들은 꿩 사냥을 나갔고 사냥에 성공한 날은 온 가족이 모여 오랜만에 고기 맛을 즐겼다. 고기가 귀한 서민들에게는 귀하고 영양 가득한 식재료가 되기도 했을 테다. 요즘은 좀체 보기 드문 새인데 느루뜰에 나타나니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옛날 어느 한 때가 현재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놀라워 동영상으로 촬영해볼 생각으로 휴대폰을 조작하는 사이 눈에서 멀어져 버렸다. 새는 하나같이 움직임이 날래다.

 위풍당당하게 느루뜰을 걸어 다니는 장끼
위풍당당하게 느루뜰을 걸어 다니는 장끼 이정미

느루뜰은 앞과 옆으로 논과 밭이 펼쳐지고 뒤로는 산이 우뚝 솟은 곳에 있다.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농경지는 비료나 농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느루뜰이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터일 것 같다.

남편 말처럼 여러 과실수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자라고, 발 딛고 걸어다니며 벌레를 잡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새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이라 생각하니 느루뜰이 더 예쁘다. 아마도 새들은 저들끼리 이렇게 조잘거릴 것 같다.

"여기 주인들은 주말에만 오니까 나머지 5일은 우리 차지잖아. 얼마나 좋아."
#물까치 #후투티 #장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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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자신의 성장을 너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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