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중보에 가로막힌 황어들이 더 이상 상류로 오르지 못한 채 힘없이 죽어 있다.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랐지만, 인공 구조물에 막혀 생명의 길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진재중
5월 둘째 주 주말 오후, 강릉 사천천 인근의 좁은 농수로에는 노란빛 황어들이 힘없이 뒤집혀 있었다. 어떤 황어는 마지막 힘을 다해 몸부림쳤고, 또 다른 황어는 이미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메마른 바닥 위에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봄이면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황어 떼는 강릉의 계절 풍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날 사천천 주변 농수로는 생명을 품어야 할 물길이 아니라, 길을 잃은 황어들이 갇혀 죽어가는 안타까운 현장이 돼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황어가 올라오지 못하게 막던가, 아니면 끝까지 갈 수 있게 물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시민은 죽어가는 황어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올라오다가 물이 끊겨 버리니까 결국 여기서 죽는 거예요. 사람 눈앞에서 저렇게 죽어가는데 너무 안타깝죠."

▲ 끊긴 농수로의 작은 물웅덩이 안에서 황어들이 마지막 힘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진재중

▲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된 차단막이 농수로 물길을 가로막고 있다. 황어들은 이 구조물을 따라 좁은 수로로 들어왔지만, 이후 끊긴 물길과 부족한 수량으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재중
실제로 황어들이 갇힌 농수로는 수심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곳곳에서 물길이 끊겨 있었고, 일부 구간은 진흙과 돌바닥만 드러나 있었다. 황어들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얕은 웅덩이 안에 몰려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농업용 수로는 원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하천과 연결된 구조에서는 산란기를 맞은 황어 같은 회귀성 어종들이 본류로 착각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수량 부족과 끊긴 물길이다. 일정 구간 이상 올라간 뒤에는 다시 하천으로 돌아가지 못해 폐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결국 물이 말라버립니다. 황어들이 길을 잘못 들어오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는 거죠.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천과 농수로 사이의 구조 개선과 유입 방지 시설 설치, 최소 유량 확보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강릉시 사천면 관계자는 "농수로문이 열린 상태에서 황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안타까운 표정으로 죽은 황어를 바라보는 시민
진재중

▲ 강릉 사천천변 농업용 수로의 물이 다시 본류인 사천천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그러나 좁은 수로 안으로 들어온 황어들은 끊긴 물길과 얕은 수심 때문에 다시 강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갇혀 있다.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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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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