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황매산은 내가 애정하는 곳이다. 매년 억새가 하얗게 피는 계절이면 이른 새벽 어김없이 그곳에 가 닿곤 했다. 본래 저질 체력인데다 이젠 나이가 들면서 산을 오르는 게 불가능해진 상태가 되었는데, 정말 고맙게도 이곳은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이다. 젊은 시절엔 산이 좋아 산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등산은 꿈도 못 꾸게 되었으니, 죽기 전에 설악산이나 지리산에도 케이블카가 생겨 다시 한번 그 능선 위에 서 보고 싶다는 상상을 종종 한다. 못 오르는 산일수록 더 그리운 법인가 보다. 산 정상에 내리는 순간은 언제나 황홀하다. 싸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면서 하늘과 산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 게다가 정상에 카페가 있어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분위기는, 황매산이 내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늘 가을 억새 축제로 찾던 이곳에, 이번엔 철쭉 축제에 일출 촬영을 하러 온 것이다. 동호회에서 전날 출사가 있었으나 새벽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 포기했었는데, 친구가 운전을 해주겠다 하여 따라 나섰다. 10일, 새벽 2시까지 뒤척이다 잠 한숨 못 자고 출발, 깜깜한 어둠을 뚫고 내비게이션에 '철쭉 축제 주차장'을 입력했는데, 도착한 시간이 5시 30분이었다. 일출 시간인 5시 20분이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곳 '철쭉 축제 주차장'은 내가 늘 가던 정상 주차장이 아니었다. 주차장에서 30여 분을 더 걸어 올라야 하는 코스였던 것이다. 차에서 내려 산 정상인 억새밭으로 올라가는 길과 가까운 주차장은 '은행나무주차장'이다. 이곳은 황매산 합천 쪽으로 가야 한다. 철쭉제 주차장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면 산청 쪽 주차장으로 안내하므로 한참 걸어 올라야 한다. 그렇게 낯익은 정상에 닿았을 땐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었고, 철쭉마저 끝물이었다. 그러나 산은 언제나 우리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반대편 등성의 제3군락지에 철쭉이 햇살을 받아 싱그럽게 피어 있었다.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내년엔 철쭉제 전, 꽃이 절정일 때, 더 이른 시간에 오리라 다짐해 본다. 큰사진보기 ▲ 황매산 철쭉 3군락지 최옥화 그래도 새벽 산은 여전히 좋다. 놓쳐버린 일출보다, 이른 새벽 그 산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소중한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은 늘 조금 이르거나, 조금 늦게 마주치는 법이다. 그래서 다시 찾게 되는 빌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리라. 산을 좋아하지만 온전한 등산이 힘겨운 사람이라면 산 정상까지 차로 도착할 수 있는 황매산 철쭉제를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철쭉 축제는 10일에 끝났지만, 3군락지 철쭉은 아직 싱싱하니 산 정상에서 꽃사태를 만나는 황홀한 기회를 누려보길 바란다. 큰사진보기 ▲ 황매산 철쭉 최옥화 덧붙이는 글 이글은 블러그에도 포스팅 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황매산 #황매산철쭉 #철쭉축제 추천10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최옥화 (yeslchoi) 내방 구독하기 40년간 교사와 교장으로 걸어온 교단을 마치고 시를 쓰면서 블러그 운영 및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 불판에 모여 앉아 고기 굽는 노인들의 속사정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이제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7월엔 이 동물을 조심하세요...옥수수 수십 개씩 먹고 갑니다 무인 택배차량, 짐 실으니 26분 만에 '배송 완료'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2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3 아기띠 메고 7.3km 행군, 고속 노화의 여름이었다 4 "김혜경 여사,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손 털었다" 거짓 5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합천 황매산 철쭉제는 끝났지만 3군락지는 아직 황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아기띠 메고 7.3km 행군, 고속 노화의 여름이었다 "김혜경 여사,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손 털었다" 거짓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흔드는 의도 있다 "민주당에 공정이 없다" 86세대 직격, 당대표 후보 김보미 누구? "불길한 느낌에 추적"...마을을 위기에서 구해낸 이장님의 활약 그녀는 산 채로 발견되었다 이 대통령이 사격한 총, 병사들은 본 적도 없다? <조선>의 왜곡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구독PICK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톡톡60초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전체기사 연재 포토 스포츠 방송·연예 영화 음악 공연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소개 후원하기 10만인기자 10만인편지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