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러디 ( Niall Ruddy 북아일랜드 )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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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러디 : "저는 나일 러디이고, 북아일랜드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시각 예술가, 그리고 갤러리 운영자입니다. 2011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예술가로서, 저는 동질적인 문화 속에서 '이방인'이라는 개념과 문화 소유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민화와 갈등으로 점철된 북아일랜드 출신으로서, 신체의 정치학과 그것이 땅의 지형과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습니다."
김유희 : "일러스트 작가 김유희입니다. 저는 여러 나라를 유목하며 발견한 일상 위 미지의 층위, 결(The Layer)의 생태계를 현실로 옮기고 있습니다. 작업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쫓는 집요한 드로잉에서 시작되며, 현실과 교차하는 기묘한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드로잉, 조명, 리넨 채집 등 다양한 물리적 실험을 통해 '결'을 입체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관객 분들이 일상 속에 흐르는 생생한 연결망을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 이번 전시 제목인 '토포그라피아 코레아나(Topographia Coreana)'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나일 러디 : "전시명은 아일랜드 식민주의 서적인 '토포그라피아 히베르니카'를 전복적으로 인용한 것입니다. 부산은 식민 지배와 전쟁, 급격한 근대화를 거치며 역사와 신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제목을 통해 외부인을 '무지한 타자' 혹은 '동화된 내부인'으로만 분류하는 이분법적 시각에 도전합니다. 외부인 또한 한국의 역사를 깊이 있고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주체적 존재임을 강조하며, 고정관념을 넘어선 복잡한 개인으로서의 존중을 제안합니다."
김유희 : "나일 작가와 함께 정한 이 타이틀에는 외부자가 규정하는 지형도에 대한 저항과 함께, 그 이면의 '장난기'가 담겨 있습니다. 고정관념이 보여주는 지도가 늘 진실은 아닙니다. 저는 부산 좌천동 아스팔트 아래 매립된 '좌자천'이나, 그 위를 유영하는 '결'의 생명체들이 벌이는 기묘한 사건에 주목합니다. 나일이 도시의 역사적 뼈대를 비판적으로 세웠다면, 저는 그 틈새에 엉뚱하고 기이한 흔적들을 채워 넣었습니다. 관객들이 규정된 지도를 벗어나 다층적인 지형도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이번 전시는 '소외감'이라는 공통된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두 작가는 각자의 작품에서 이 소외감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고 시각화했나요?
나일 러디 : "저는 어느 공동체에도 온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늘 이방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소외감은 시각 질환으로 사물의 그림자가 어긋나 보이는 물리적 경험과 결합하여 작업의 핵심 기표가 되었습니다. 작품 속 3D 이미지처럼 겹치고 어긋난 가장자리는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자, 우리 모두가 각자의 주관적 경험 속에 있음을 상징합니다. 감상 시 느껴지는 불편함은 저의 세계관을 대변하며, 곳곳에 배치된 은유와 상징은 역사적·문화적 요소를 전달하는 핵심 매개체가 됩니다."

▲김유희 일러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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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희 : "저에게 소외는 타인과의 거리감보다 존재 본연의 '다름'에서 기인합니다. 이방인으로 떠돌며 느꼈던 소외의 시선 끝에서 상상의 세계인 '결(The Layer)'이 탄생했습니다. 인간 세계에서 '기괴하고 틀린 것'으로 오해받는 존재들은 사실 저마다의 고유한 질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낯선 세계와 마찰하며 만들어내는 소동을 뜨거운 생존의 흔적으로 기록하며 그들의 당위성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관객 분들이 작품 속 낯선 존재들을 통해, 우리가 밀어내 온 '다름' 이면의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이번 협업에서는 나일 러디의 실크스크린 작품 위에 드로잉을 겹쳐 표현하셨는데요. 이전의 연필 드로잉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업 방식은 어떤 새로운 의미나 감성을 만들어냈나요?
김유희 : "좌천동 아스팔트 아래 흐르는 복개천 '좌자천'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결'의 균사망과 닮아 있습니다. 저는 나일 러디 작가가 포착한 도시의 지층 위에 제 선들이 투명하게 스며들도록,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기록과 상상의 공존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아두이노로 제어되는 특수 액자를 제작해 보이지 않던 세계가 빛에 의해 드러나는 순간을 구현했습니다. 관객들은 빛의 변화를 따라 현실의 사진과 상상의 드로잉이 실시간으로 교차하는 찰나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디디바리>에서 평소에 사용하시던 0.2mm 연필 대신 2.0mm 흑연을 선택하신 이유와, 이러한 변화가 레이어의 '무게감'을 표현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유희 : "평소 0.2mm 샤프로 정밀하게 작업하던 저에게 큰 화면은 두려움이었으나, 이번 레지던시에서 벽면에 낙서하듯 그림을 시작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거친 벽면 때문에 선택한 2mm의 두꺼운 흑연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표면 위에서 툭툭 끊기며 남는 거친 선들이 마치 TV 노이즈처럼 불완전하게 존재하는 '디디바리'의 성격과 완벽히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정교한 통제 대신 손가는 대로 밀고 나가는 과정은 '결'의 무게감을 자연스럽게 형성해 주었습니다. '디디바리'는 두 세계 사이의 틈을 묵묵히 눌러 닫는 존재로, 매일 아침 온천천에서 보던 철새와 하천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람들의 이미지에서 착안했습니다. 무언가를 또렷이 그려내기보다,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모호한 상태 그대로를 남겨둠으로써 그 존재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나일 러디님. 부산에서 경험하신 한국의 역사적 슬픔이 당신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작품 속에서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셨나요?
나일 러디 :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 자라며 저는 식민 지배, 전쟁, 학살, 그리고 종교적 죄책감으로 점철된 비극의 역사와 깊이 연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저를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감하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현대사 역시 식민 지배와 전쟁, 독재로 이어지는 슬픔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대한 비극의 상처가 예상치 못한 곳에 오래도록 남는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 슬픔의 단면을 시각화하고자 했습니다. 관람객들이 제가 제시한 여러 시각적 단서들을 따라가며 역사의 점들을 연결해 보시길 바랍니다."
- 이번 전시 주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 핵심 단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각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나일 러디 : "식민화. 세계가 식민화의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실. 예술가는 물리적·감정적·은유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기록하는 존재입니다. 김유희 작가와 저는 땅에 무겁게 쌓인 역사의 층위 아래 숨겨진 것과 잃어버린 것을 드러내는 데 공통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층위. 북극의 퇴적층이 대격변을 증명하듯, 시간의 층위를 탐색하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층위를 살펴보는 일은 현재의 우리에게 중요한 배움의 가치를 지닙니다."
-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유희 : "전업 작가 전향 후 첫 공공 프로젝트로, 행정 절차의 생경함조차 즐거운 자극이 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나일 러디 작가와 만나 그의 실험적인 작업 방식을 접하며 '결'의 새로운 표출구를 찾는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전혀 다른 장르가 만나 협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역사를 대하는 그의 치열한 태도 덕분에 성공적으로 '결'을 현실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실험을 계기로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의 과감한 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나일 러디 : "독창적인 김유희 작가와 함께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익숙한 영역을 벗어난 이번 협업은 예술적 도약을 가능케 한 흥미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전시와 출판으로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보러 오신 관람객 분들께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크기 : 30x42cm 재료 : 실크스크린, OHP필름 제작 : 2026 작가 : 김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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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희 : "어른들이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몽상 근육'을 회복해 세상을 더 다채롭게 바라보길 바랍니다.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여러분만의 '결'을 발견해 보세요. 우리가 '틀렸다'고 밀어내 온 수많은 다름이 사실은 이 세계를 지탱하는 단단한 층위였음을 느끼는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나일 러디 : "작품을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프로젝트 전반에 상징과 은유를 겹겹이 담아냈지만, 모든 전시가 그렇듯 관람객 여러분이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해석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들이 여러분께 새로운 의미로 다가가고, 작은 영감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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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 문화기획자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각예술 전시 행사 및 작가들에 대한 평론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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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 근육' 회복을 위한, 두 작가가 탐구한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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