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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의 혈뇨를 잡기 위한 분투, 간병 8년차도 어려운 것

    요양병원에서 종합병원 진료 위한 준비, 이동, 입원까지... 늘 '최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등록 2026.05.13 15:36수정 2026.05.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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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졸중으로 와상환자가 된 아빠를 8년차 가족간병 하는 미혼딸입니다. 오랜 기간 병원을 돌아다니며 간병을 하고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기자말]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아빠가 현재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은 입원 기간을 걱정하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혹시 생길 수 있는 위급 상황에는 빠른 대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병원 특성상 환자들 대부분이 나이도 많고 누워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이렇게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은(스스로 몸의 이상을 표현할 수 없는 환자도 많다) 하룻밤 사이에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다.


    요양병원에 와서 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환자들이 사설 구급차를 타고 인근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가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일들을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차례였다.

    아빠는 그간 큰 이상 없이 잘 지내왔지만 와상 생활이 오래돼서 인지 지난해부터 조금씩 전에 없던 이상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혈뇨'다. 그간 아빠의 소변색은 맑고 투명한 레몬즙 색상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빨간 피가 섞인 붉은색의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전에는 한두 번 정도 혈뇨를 보다가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거의 일주일 내내 혈뇨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일주일이 되었을 때 혈뇨가 받아진 기스모(소변 주머니) 사진을 보여드리고 이후 진행한 피검사, 소변 검사, 엑스레이 검사를 했으나 결과는 별 이상이 없었다. 이후에도 동일하게 혈뇨를 계속 보게 되어 결국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담당 의사는 얘기했다.

    오랜만에 타 병원, 타과 진료를 접수해본 나는 허둥지둥 대며 초보 보호자가 하는 실수를 또 해버렸다. 솔직히 나는 '며칠만 더 지켜보고 병원에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교대 후 아빠의 혈뇨를 처음 본 엄마는 깜짝 놀라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 역시 '혹시 어디서 출혈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훅 겁이 났다.

    전화를 끊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병원에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비뇨기과 초진은 반드시 환자를 대동하고 와야 진료를 볼 수가 있었다. 맥이 쭉 빠진 나는 쉽게 모시고 올 수 없는 아빠의 상태를 설명했지만 나만이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하는 수없이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갔다가 다음날 아침 다시 구급차에 누운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가게 되었다.


    타 병원으로 갈 때 필요한 것들

    아빠처럼 중증 환자를 데리고 타 병원 진료를 보는 것은 꽤 준비가 필요하다. 혹시 몰라 기저귀 여분을 챙겨가야 하며 석션 환자인 아빠가 가래를 뽑을 수 있게 카테터와 일회용 식염수도 챙긴다(그러나 석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모르기 때문에 출발 전 미리 충분히 석션을 하고 가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대기 시간이 짧게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료 시간이 당겨지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말이다. 구급차에 아빠의 휠체어를 싣고 병원에서 3~4시간가량 대기하면서 아빠는 여러가지 검사를 했고, 예상대로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그간 요양병원에서 찍어놓은 혈뇨 사진을 비뇨기과 의사에게 보여드리니 일주일 있다가 다시 추가 검사를 위한 진료를 잡아주셨다.

    다행히 우린 아빠의 뱃줄 교체도 할 겸 미리 재활의학과에 입원장을 받아두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일주일 뒤 또다시 아빠를 구급차에 태우고 타 병원에 왔어야 했다(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이틀 뒤 조금은 편하게 필요한 다른 검사들도 입원한 상태에서 받을 수 있었다. 입원 기간은 2주. 요양병원에 다시 가기 전 필요한 검사들을 다 하고 아빠의 혈뇨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 해결하고 가는 게 이번 단기 입원의 목표였다.

    입원 첫날은 2일 전 비뇨기과 외래에서 했던 검사들을 다시 했다. 입원하는 과(재활의학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예정되어 있던 검사들을 차례로 해나갔다. 입원 둘째 날엔 6개월이 지난 아빠의 뱃줄 교체를 소화기 내과에서 진행했고, 셋째 날에는 한 달에 한 번 교체하는 목관 교체를 한 뒤 오후에는 협진(재활의학과로 입원을 했으니 다른 과인 비뇨기과 진료는 협진을 요청해서 진행이 된다) 요청을 한 비뇨기과에서 복부 조영제 CT 촬영을 했으며, 4일째 되는 날에는 영상의학과에서 골밀도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를 위해 잡은 주사 발목에 잡은 주사가 혈관이 터져서 간호사님이 재차 잡은 주사바늘이다
    ▲검사를 위해 잡은 주사 발목에 잡은 주사가 혈관이 터져서 간호사님이 재차 잡은 주사바늘이다 김은영

    5일째 되는 날에는 검사를 위해 꽂은 주사를 그냥 빼기 아까워서 영양제를 요청하여 맞았다. 혈관이 약한 아빠는 주사를 잡기 굉장히 어려운 환자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간호사 분들도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해 기본 2번 많게는 4, 5번까지 팔, 다리, 손가락, 발등 이곳저곳에 찌르는 경우가 많다. 환자인 아빠도 고생이지만 아빠의 손발이 움직이지 않게 잡고 있는 나도, 주사를 계속 놓는 간호사 분들도 모두 다 고생이기 때문에 잘 꽂힌 주사는 그날 바로 빼지 않고 영양제나 수액을 맞으면서 한 번 더 쓴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입원 후 며칠 동안 다양한 검사를 하고 나온 검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나는 가족 단체대화방에 전달을 한다. 아빠는 역시 피, 소변, 엑스레이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고 혈뇨를 보는 와중에 헤모글로빈 수치도 정상이었다. 추가로 진행한 복부 CT에서도 다른 장기의 이상도 보이지 않았고, 작은 결석들이 보이는데 이걸 억지로 깨는 게 현재 혈전약을 먹는 아빠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선 한두 달 정도 더 지켜본 뒤 재검사를 진행해 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신다.

    최종 결정은 보호자의 몫, 항상 어렵지만

    중증 와상 환자인 아빠는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할 수 없고 손짓, 발짓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호자인 내가 본 아빠의 신체 반응들로 의사에게 대신 전달을 해야 한다. 혈뇨를 보는 동안 아빠는 딱히 아파하거나 다른 반응이 없었기에 내가 보고 느낀 그대로 의사에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맞게 파악을 한 것인가? 내 말을 토대로 아빠의 상태를 보고 진료 방안을 이야기한 의사의 판단을 믿어도 되나? 믿고 그냥 따라가도 되는 것인가?

    나는 비슷한 환자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병동 간호사 분들을 붙잡고 조언을 구했다. 감사하게도 모두들 진심으로 걱정해주면서 아빠 같은 상황의 환자를 많이 보았으며 혈뇨를 잡기 위해 혈전 약을 줄였을 때 더 안 좋은 반응들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최종 결정은 의사의 판단과 더불어 보호자의 선택이다. 항상 이 때가 가장 어렵다.

     늘 어려운 '보호자'의 선택
    늘 어려운 '보호자'의 선택 marceloleal80 on Unsplash

    결론적으로 우리는 여기서 혈뇨를 잡기 위한 더 이상의 검사나 시술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빠의 반응과 그걸 옆에서 지켜본 나의 최종 결정이었다. 조금은 찜찜한 마음으로 다시 요양병원에 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양병원으로 온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빠는 혈뇨를 이전보다 훨씬 덜 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24시간 아빠를 옆에서 지켜본 나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 준 가족들의 마음이 최종 결정을 함에 있어 큰 힘이 되었다. 결과가 어떻든, 그 당시에 내린 나의 결정은 그 상황에서 아빠를 위한 그리고 아빠와 함께하는 우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라는 믿음을 확인 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아빠의 소변색은 맑은 레몬즙 색이다. 기분이 좋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NS에도 실립니다.
    #뇌졸중 #와상환자 #응급실 #간병일지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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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살 노견, 노환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빛나는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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