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치 사건 국방부 상금청구기록문서
변상철
국가보안법 제21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거나 체포한 자에게" 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문언의 출발점이 '이 법의 죄를 범한 자'다.
그런데 이헌치씨와 김양기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순간, 법적으로는 '이 법의 죄를 범한 자'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된다. 상금을 줄 원인 자체가 소멸한다.
하위 규정인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지급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의2(2020년 신설)에 이르러서야 겨우 환수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1호)', '중복지급이나 착오(2호)'인 경우로만 한정되어 있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밝혀지더라도 수사 과정의 '거짓'을 따로 입증하지 못하면 환수할 수 없는 치명적인 구멍이 있는 셈이다.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
그렇다면 왜 이 명백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가.
첫째, 민사소송이라는 각개전투. 국가가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걸 수는 있다. 그러나 민사상 소멸시효는 10년이다. 1982년 지급 건을 지금 소송으로 환수하려면 시효 문제를 넘어야 한다. 수사관들이 "시효가 지났다"고 버티면 법원마다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설령 이긴다 해도 사건 하나하나 따로따로 싸워야 한다. 160여 건의 재심 무죄 사건에 각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대통령령 개정의 한계.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지급 등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령이다. 대통령이 이 규정에 소급 조항을 넣어 환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산권 박탈은 헌법상 반드시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법률유보의 원칙).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재산을 소급해서 뺏는 것이 위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31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핵심 논거는 두 가지였다.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어서 보호받을 만한 신뢰의 기반이 애초에 빈약하다는 것, 그리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공익의 무게가 침해되는 신뢰보호의 요청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하나다. '고문·조작사건 가해자 부당이득 환수 및 피해자 사회복귀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 그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가귀속의 소급 선언이다. "고문 등 불법 수사로 취득한 부당이득재산은 그 취득한 때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나중에 소급해서 뺏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가 소유였던 재산을 지금 찾아오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 조항은 법원의 재심 무죄 판결 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있는 경우에 발동된다.
2005년, 국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상속받은 재산(제2조)을 두고,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제3조)고 못 박았다.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재산을 소급해서 뺏는 것이 위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31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핵심 논거는 두 가지였다.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어서 보호받을 만한 신뢰의 기반이 애초에 빈약하다는 것, 그리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공익의 무게가 침해되는 신뢰보호의 요청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고문·조작 사건 수사관들의 포상금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다. 아니, 더 강력하게 적용될 수 있다. 고문과 증거 조작으로 무고한 시민의 삶을 파괴하고 그 대가로 국가 돈을 챙긴 행위는, 친일 협력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노골적인 국가 권력의 사인(私人) 침탈이다.
둘째는 상속인에 대한 환수다. 1982년 포상금을 받은 수사관 중 상당수는 이미 사망했거나 고령이다. 그 돈이 상속을 통해 가족에게 전달됐다면, 그 범위 내에서 환수를 집행해야 한다. 훔친 물건을 자식에게 물려줬다고 해서 장물이 정당한 재산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연좌제가 아니라 부당이득 반환이다.
셋째는 처분 금지와 선순위 채권의 설정이다. 환수 절차가 시작되면 재산 은닉 시도가 있을 것이다. 조사 개시와 동시에 관할 등기소에 처분 금지 촉탁을 의무화하고, 국가가 선순위 채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재산조사위원의 설치다. 법무부 소속 독립 기구로 '고문·조작 가해자 재산조사위원회'를 두고,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구권·출석 요구권·현장 조사권을 부여한다. 조사 거부와 허위 자료 제출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수반돼야 실효성이 생긴다.
다섯째, 피해자 사회복귀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환수된 재산을 국가 예산으로 흡수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별도의 '사법부당피해자 사회복귀기금'을 설치해 피해자와 유족의 의료비·생계 지원·심리 치유 사업에 전액 사용해야 한다. 가해자로부터 뺏은 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민간인을 수사할 수사권도 없는 군수사관이 민간인을 고문해 받은 그 돈, 그리고 그 돈을 상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지급결정한 유공심사결정 문서. 우리는 그 존재를 이미 확인했다. 이 이름들이 받아간 돈이 법적으로 돌아와야 할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돌아오는 길을 닦아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서훈 취소한다던 행안부, 왜 조용한가

▲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외관
행정안전부
한편, 정부는 최근 과거 국가폭력 사건의 가해 수사관들에 대한 서훈(훈장·포상) 취소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고문 및 간첩조작 사건 등 과거 국가폭력 관련 재심 무죄 사건을 파악해 서훈 취소 검토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상징(훈장)은 돌려줬지만 실질(돈)은 그대로 두고 있다. 모순이다. 훈장은 취소되면서 포상금은 환수되지 않는다. 국가가 스스로 "이 사건은 조작이었다"고 공식 인정한 다음에도, 그 조작으로 번 돈은 여전히 가해자와 그 가족의 재산으로 남아 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상징적 청산 없이 실질적 청산도 없다는 말처럼, 상징적 청산은 됐지만 실질적 청산은 아직 반쪽짜리다.
그런데 변죽만 요란했던 행안부는 지금 조용하다. 이 문제를 제기한 기자는 물론 이와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전문가나 시민단체 어디에서도 행안부의 도움 요청을 들어본 바 없다. 서훈을 취소한다던 행안부 상훈과는 한 달이 지나도록 조용하다.
그저 소나기만 피해가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자와 시민들은 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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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무죄'에도 '검거 포상금' 못 돌려받는 정부, 이유가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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