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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눈치만 보던 언론학회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자격 있나

[取중眞담] 언론장악 방관한 거대 언론학회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관행의 고리' 끊어내야

등록 2026.05.13 06:50수정 2026.05.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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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기자말]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입틀막도 모자라 회칼 테러 협박, 윤석열은 잘들어라!"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024년 3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협박, 황상무 수석 해임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입틀막도 모자라 회칼 테러 협박, 윤석열은 잘들어라!"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024년 3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협박, 황상무 수석 해임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오는 13일부터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의견 청취에 돌입한다. 대상은 KBS, EBS, 그리고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 추천권을 어느 학회와 단체에 부여할 것인가이다.

방송3법 개정에 따라, 이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은 국회를 비롯,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단체 등에게도 주어진다. 그동안 국회가 독점해왔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이 학회 등 여러 단체에도 배분된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민주적 절차성이 강화됐다고 평가될 수 있다.

아직 추천권 단체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학회 몫으로는 '언론 3학회'라 불리는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동안 이들 학회들은 오랜 역사와 상징성을 무기로, 방송사 재승인 심사위원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사위원 등 주요 요직의 인사 추천권을 도맡아왔다. 다른 학회들에도 이따금씩 기회가 돌아갔지만, 이들 언론3학회가 추천권을 행사할 때가 더 많았다. 이 시점에서 되짚어봐야 할 점은 '언론3학회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독식할 자격이 있는가'다.

침묵으로 일관한 '지식의 상아탑'

윤석열 정부 시절 대한민국 언론은 유례없는 풍파를 겪었다.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자행됐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합의제 기구 취지를 무시하고 대통령 추천 위원 2명만 모여, 중견기업 유진이 보도전문채널 YTN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위법적으로 승인했고, MBC를 향한 집요한 장악 시도도 계속됐다.

당시 검찰은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를 수정했다는 것을 꼬투리 잡아, 언론학자들도 재판에 넘겼다. 윤석열씨와 그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검증, 비판 보도를 한 언론들은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았다.

사안 하나하나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언론학계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침묵했고 사실상 방관했다. 물론 학회가 매 사안마다 성명을 내며 정쟁에 뛰어드는 것은 경솔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언론 전체가 권력에 위협을 받는 등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때라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언론학자들의 의무다. 하지만 학회는 그러지 않았다.


당시 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 공영방송 이사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집회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그 현장에서 학회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학식있는 교수들이 집회 등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개인 자격 혹은, 시민단체 자격으로 참여했을 뿐이다.

기회주의 그림자


'대통령 풍자도 처벌하나' 2024년 2월 27일 오전 서울경찰청앞에서 언론노조, 블랙리스트 이후, 정보공개센터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대통령 풍자에 압수수색 위협하는 경찰을 규탄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풍자도 처벌하나' 2024년 2월 27일 오전 서울경찰청앞에서 언론노조, 블랙리스트 이후, 정보공개센터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대통령 풍자에 압수수색 위협하는 경찰을 규탄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 국회 토론회에서 박선아 한양대 교수는 "지난 시절 공영방송이 힘겹게 싸우고 있을 때 함께 싸워주셨어야 한다고 얘기를 드린다"면서 언론학회들의 '집단적 방관과 침묵'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여러 언론학자들 역시 학회의 이같은 행태에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 등은 오히려 기회주의적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2025년, 한국방송학회는 올해, YTN 대주주인 유진 측의 후원을 받아 토론회를 열었다. 유진 대주주 체제에 YTN 구성원 다수가 반발하고 있고, 1심 법원이 YTN 대주주 변경을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이들 학회들이 후원을 받아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YTN 유진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나마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최근 YTN 대주주 변경 결정을 비판하는 세미나를 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나, 학계 전체에 드리운 '기회주의'의 그림자를 걷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를 보여온 학회들이 만약 이사 추천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명분이 있는 일일까. 언론의 위기 앞에서 눈을 감고,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며 침묵해 온 학회들이 공영방송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를 독점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을 규정한 방송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스스로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단체들에게 단순히 규모가 크고 역사가 있다는 이유로, '이사 추천권'이라는 거대한 특권이 관행처럼 주어져서는 안된다.
#윤석열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기회주의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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