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12 11:00수정 2026.05.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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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들이 이어진다.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5월은 손꼽히는 계절이다. 겨우내 차가웠던 바닷물의 수온이 오르면서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봄 서해를 대표하는 낚시 어종은 단연 '우럭'이다.
지난 9일, 오랜만에 우럭 출조에 나섰다. 안양 석수공원에서 청라피싱 출조버스에 몸을 실었다. 태안까지 가는 동안 잠이라도 조금 청해볼 생각에 눈을 감았는데, 잠시 후 버스 앞쪽에서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98세 현역 바다 낚시꾼 김제항 선생 아흔 여덟에 이르는 김제항 선생과 하선 한 후 짧은 인터뷰를 해보았다.
추광규
청라피싱 단골 출조객 가운데 최고령자가 탑승했다고 했다. 주인공은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제항 선생. 1929년생으로 우리 나이 아흔여덟이었다. 30년 가까이 선상낚시를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 연세에 직접 바다낚시에 나서는 분은 처음이었다.
태안 마검포항에 도착해 이른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김 선생은 30여 명의 다른 조사들과 다를 바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승선 명부 낚시배에 타기 위해서는 승선 명부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김제항 선생의 나이가 이채롭다. 29년 10월 9일 생. 사촌 동생도 40년 8월 1일 생이었다.
추광규
승선할 배인 만선호로 이동할 때도 걸음은 다소 느렸지만 특별한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이날은 사촌동생과 함께 낚시에 왔다고 했다. 동생 역시 여든일곱이라고 소개받았다. 두 사람은 배 뒤편에 자리를 잡고 전동 릴을 드리웠다.

▲서해 일출 마검포항을 떠난 만선호가 포인트로 이동하는 가운데 해가 수평선 저 너머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추광규
두 사람은 이날 열 시간 가까이 이어진 선상 바다낚시를 온전히 즐기는 듯했다. 조황이 썩 좋은 날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김 선생은 30cm급 광어 한 마리와 놀래미 한 마리를 올렸다. 전체 조과를 놓고 보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성적이었다.

▲만선호 만선호에 오른 낚시객들이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추광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승선과 하선 과정이었다. 선상낚시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배를 타고 내릴 때인데, 약간의 주변 도움만 받았을 뿐 큰 어려움 없이 오르고 내렸다.

▲만선호 만선호가 5월의 봄 태안 앞바다를 시원하게 가르고 있다.
추광규
낚시를 마치고 마검포항에 발을 디딘 뒤 출조버스를 기다리며 김 선생과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즉석 인터뷰인 셈이었다.
김 선생은 지난해 9월, 95세였던 부인을 먼저 떠나보냈다고 했다. 지금은 아들 내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건강 비결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놀래미 이날 조과는 대체로 저조했다. 수온이 맞지 않는지 낱마리 조과를 보였다. 놀래미 네 마리가 물통에 담겨져 있는 모습이다.
추광규
"특별한 건 없어."
기억력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혹시 식생활에 비결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다시 물었다. 육류를 좋아하는지, 해산물을 즐기는지 물었지만 답은 또 담백했다.
"아무거나 먹어."
그러면서 웃으며 덧붙였다.
"있는 대로 먹는 거지."

▲바다 좌표 이날 만선호는 마검포항에서 1시간 반 거리 까지 나간 후 낚시대를 드리웠다.
추광규
특별한 건강식도, 까다로운 식습관도 없다는 말이었다. 대신 오래 건강하게 사는 비결로는 뜻밖에도 아주 단순한 한마디를 들려주었다.
"부지런하면 돼."
그 말 뒤에는 생활의 리듬이 따라붙었다.
"낚시 갔다 와서 자도 아침 6시면 꼭 일어나."
하루 수면 시간은 7시간 남짓. 중간에 두 번 정도 화장실 때문에 깨지만 다시 금세 잠든다고 했다. 술은 60대 넘어서면서 끊었고 담배도 80세 무렵에 끊었다고 했다. 금주와 금연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과 부지런함. 건강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선상 바다 낚시를 즐기는 김제항 선생 선상 우럭 바다 낚시는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이날 김제항 선생에게서 힘들어 한다는 기색은 옅볼 수 없었다.
추광규
김 선생은 젊은 시절 잠시 낚시 가이드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평생 낚시와 가까이 살아온 셈이다. 그렇다면 낚시가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을까?
김 선생은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배 위에서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형감각을 유지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파도에 따라 몸이 미세하게 균형을 잡는 움직임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바다는 사람의 마음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고 했다.
"한 번씩 바다 다녀오면 기분이 살아나."
김제항 선생의 고향은 평안북도 용천이라고 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5월 20일, 열여덟 살의 나이로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이후 남한에서 부인을 만나 4남매를 두고 한 가정을 일구었다.
장수 집안인지 묻자,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남하 당시 할아버지가 이미 80세를 넘긴 연세였다고 했다.
흔히 바다낚시는 네 가지가 허락돼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건강이 허락해야 하고, 둘째는 날씨가 따라줘야 하며, 셋째는 시간이 맞아야 하고, 넷째는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제항 선생은 아흔여덟의 나이에도 여전히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건강이 허락하고, 삶의 여유 또한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기자 역시 저 나이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낚시를 계속할 수 있을까? 김 선생의 건강 비결을 마음속에 새기며, 실천해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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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다의 우럭 선상낚시 즐기는 '98세 장수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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