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오층 - 연정모 벌거벗은 유령과 이불 빨래를 한다 여름 아침은 무얼 희게 말리기에 좋다 이번 여름은 더웠고 자주 잠이 왔다 유령과 나는 이불을 공유했다 해가 지면 나는 그 애의 피부 아래로 들어간다 유령의 밥때를 챙기는 것과 투명하게 조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밤이 왔다 안전하게 유령은 흰색이 섞이면 뭐든 잘 먹었다 가리지 않고 우유를 많이 넣은 카페오레와 탕종식빵이 주식이었고 너그럽고 싶어질 땐 크림치즈 크림치즈를 두 통 비웠을 땐 온통 꾸덕해져 밤중에 울면서 나를 깨운 일도 있었다 살이었던 것이 물크러져 이불에 들러붙는다고 녹는다고 녹아서 흡수된다고 나는 질량과 부피를 가진 손가락으로 이불을 걷어 몽당초만 해진 유령을 꺼냈다 이불이 더러워졌잖니 핀잔을 들은 유령은 쌀알만 해지고 나는 쌀통에 유령을 넣는다 실컷 울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 그 안에서 희고 조용한 것들을 다 먹고 나면 나의 유령은 새벽이 오는 속도처럼 자라 마른 이불 아래로 들어왔다 나는 나를 발설하는 법이 없다 햇볕에 타지 않고 여름을 보냈다 출처_ 시집 <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 아침달 시인_연정모: 2024년 <문학수첩>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가 있다. 큰사진보기 ▲ 유령처럼, 발설 없이 지나간 여름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볕에 타지 않고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 여기 있다. 나는 유령과 이불을 나눠 덮고, 그 애의 밥 때를 챙기고, 밤중의 울음까지 받아낸다. 유령은 흰 것들을 먹으며 자란다. 녹아내려 쌀알만큼 작아졌다가도, 쌀통 속에서 어느새 다시 자라 마른 이불 아래로 돌아오는 유령. 이 이상하고도 다정한 돌봄의 장면 속에서 유령은 두려운 존재가 아닌 간신히 곁에 머물게 한 마음에 가깝다. 여름은 쉽게 들러붙고 물크러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희고 투명하고 유연한 모습을 지켜냈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저항이 있다면 이런 방식이 아닐까. 오는 여름밤에도 나는 마른 이불을 들춰 이 친밀한 유령을 맞이할 것이다. (배수연 시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연정모시인 #오층 #조금깨물고몰래버리기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배수연 (hanjak1118) 내방 구독하기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이게 말로만 듣던 달빛의 길이구나 구독하기 연재 시로 읽는 오늘 다음글 65화 기울어진 각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전봇대 현재글 64화 볕에 타지 않고 여름을 보내는 방법 이전글 63화 "시신 없는 무덤이 무슨 소용이냐"는 수군거림 속에서도 추천 연재 나의 오래된 사진이야기 장롱 안에 이 카메라 있으면 "야호" 김성호의 씨네만세 액션도 코미디도 와장창... '남편들' 왜 이렇게 만들었나 윤찬영의 익산 블루스 우리나라 맞아? 170년 간 점점 커진, 도심 속 거대한 공간 신기한 동네 '경북도청신도시' 이야기 청년은 넘치는데 상가 공실률은 30~40%, 왜?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닥치고 보완수사권 폐지의 끝은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 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 "이제 빚 못 갚는 시대 온다" 고민정 "당대표 선거에 감기약·적통 공방? 청년대책 토론하자"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배재고 선수들의 엇갈린 진술... "8회초 전에도 '스벅 빵야' 했다" 2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3 이진관 부장판사는 왜 다를까 4 "선생님 파란색이죠?"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세 가지 5 "닥치고 보완수사권 폐지의 끝은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볕에 타지 않고 여름을 보내는 방법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66화한번 꺼진 하루는 다신 안 켜져요 65화기울어진 각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전봇대 64화볕에 타지 않고 여름을 보내는 방법 63화 "시신 없는 무덤이 무슨 소용이냐"는 수군거림 속에서도 62화멸종의 목록이 적힌 달력이 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구독PICK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톡톡60초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전체기사 연재 포토 스포츠 방송·연예 영화 음악 공연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소개 후원하기 10만인기자 10만인편지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