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가수 한로로.
tvN
나 역시, 국문과 출신이라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마치 내 후배라도 되는 양 화면 속 그녀에게 응원의 하트를 날렸다. '자우림의 순한 맛 버전'이라는 댓글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자우림이 청춘의 울분을 대신 터뜨려주던 불꽃이었다면, 현재의 한로로는 고단한 청춘을 비추는 다정한 볕이었다.
평범한 국문과 학생이던 그녀는 어떻게 싱어송라이터가 되었을까.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들려준 데뷔 비화는 그녀를 향한 단순한 팬심을 대견함으로 바꿔놓았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며 일상이 단절되었을 때 그녀는 스스로 삶의 궤도를 바꾸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가장 하고 싶지? 무엇을 가장 사랑하지?'
그 질문 속에 나온 답이 음악이었다. 음악 공부를 정식으로 한 적도 없으면서 과제용 노트북에 무료 프로그램을 깔고, 이어폰 마이크로 녹음해 데뷔곡 <입춘>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시절 힘이 되어준 감자탕 가게 사장님의 이야기도 참 따뜻했다. 한로로가 연습생 시절, 타지 생활에 지치고 외로울 때 맛있는 밥도 챙겨주고, 음악적 피드백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자꾸만 나의 청춘을 소환해 물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엇을 사랑하며 살고 싶나. 대학 시절, 나의 꿈은 한 달에 50만 원만 벌면서(누가 주면 더 좋고) 시도 쓰고, 소설도 쓰면서 뒹굴뒹굴 살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미안해서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졸업하자마자 취업했고, 첫 월급을 타자마자 3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그 덕에 결혼을 내 힘으로 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다. 그러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걷지 않을까 싶었다.
또 다른 질문도 하게 된다. 나는 과연 감자탕 가게 사장님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것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그냥 스펙이나 쌓으라는 냉정한 조언만 늘어놓았을 것 같다. 사실 중년의 우리는 청춘의 들쑥날쑥한 꿈을 세상의 잣대로 가지치기 하려고만 한다. 그게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로가 감자탕 가게 사장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왜 자꾸 0을 곱하기만 할까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오월의 신록 푸릇푸릇한데 왜 가슴이 찡하지?
이인자
딸이 욕실에서 포효하며 부르던 노래는 <자몽살구클럽> 앨범의 수록곡 '0+0'. 그녀는 0과 0이 만나 무한대가 된다는 의미로 가사를 적었다고 했다. 0에 0을 더하면 무(無)만 남는 현실의 계산기에 익숙해진 내게, 그것은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청춘만의 셈법이었다.
나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시기다. 가족도, 집도, 직장도 있다. 하물며 통장 잔고도 가장 풍요롭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안하다. 어제는 빨간 불, 오늘은 파란 불, 주식 창의 색깔에 일희일비하고, 치솟는 서울 집값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나는 내가 가진 것들에 자꾸만 '0'을 곱하고 있었다. 아무리 큰 숫자도 0을 곱하면 0이 되듯, 많은 걸 가졌음에도 정작 내 마음은 늘 공터였다.
청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유재석의 마지막 질문에 한로로는 답했다. 스스로 청춘이라고 느끼면 그게 바로 청춘이라고 말이다. 청춘이 숫자가 아니라면, 다시 글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는 지금이 할머니가 말씀하신 '좋은 때'인지도 모르겠다.
오월의 푸르른 봄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거실 책상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내 삶에서 잠시 멈춰있던 글쓰기를 이어 나간다. 딸은 고꾸라진 5월 모의고사 성적에 좌절하며 한로로의 노래를 포효하듯 부르는 중이다. 문득 이 기묘한 하모니야말로 0과 0이 만나 무한대가 되는 밤의 풍경인지도 모르겠다.
오월은 청춘의 계절이 아니라, 청춘이라 믿는 사람들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처럼 요망지게(야무지게), 똘망똘망하게, 유쾌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게 살아온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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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로로 덕질하는 고3 엄마, 시작은 욕실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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