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ue-eared Kingfisher
이경호
Blue-eared Kingfisher는 푸른귀물총새 정도로 해석이 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국명이 없는 종이다. 물총새가 아니라는 말에 우리는 다시 눈을 부라리며 푸른빛의 섬광을 찾아 나섰다. 결국 탐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일이었다.
그 결과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개체를 드디어 찾았다. 확실히 귀 뒤쪽의 푸른빛이 붉은색을 띄는 물총새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Blue-eared Kingfisher였다. 30년간 탐조를 해온 필자도 처음에는 쉽게 구분하기 어려웠었다. 한국에서는 접할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눈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현장을 오래 본 사람의 눈과 경험이 탐조에서는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청호반새였다. 한국에서는 이제 만나기 매우 어려운 새가 되었었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취약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 국내에서는 과거에 비해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상태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되었다는 기록도 있었지만, 지금은 탐조인들 사이에서도 보기 힘든 종이 되었었다.

▲ 청호반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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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반새 감소 원인으로는 하천 개발, 습지 훼손, 농경지 변화, 번식지 주변 산림 감소 등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었다. 특히 자연형 하천이 줄어들면서 먹이활동 공간 자체가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그런 새를 베트남 습지에서 다시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었다. 총 2개체를 확인했다. 한국에서 사라져가는 새를 동남아 습지에서는 만나는 것이 특별하기도 했고, 고마움도 느껴졌다.
작은 나무가지에 앉아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사파이어의 푸른빛을 찾았다. Collared Kingfisher였다. 국내에 없는 새라 역시 국명은 없다. 등장 자체가 강렬했었다. 흰색과 푸른빛의 대비가 뚜렷했고, 햇빛 아래에서는 열대의 색감이 그대로 드러났었다. 이런 새들을 보고 있으면 베트남이 확실히 남방계 생물권이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었다.

▲ Collared Kingfisher
이경호
일반적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조류들은 훨씬 강렬하고 선명한 색을 띠는 경우가 많았었다. 울창한 식생과 강한 햇빛 환경 속에서 시각적 신호가 발달한 결과로 해석되기도 했었다. 반대로 한국의 조류상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색감이 많은 편이다. 계절 변화와 위장 환경이 달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짬침의 물총새들의 빛깔 자체가 기후와 생태 환경의 결과인 것이다.
응우옌 티 응아 씨의 안내로 만났던 Pied Kingfisher는 국내 탐조인들에게는 특히 낯선 종이었다. 외형은 우리나라의 극히 드물게 찾아오는 미조인 뿔호반새를 떠올리게 했다. 앞선 4종이 화려한 코발트빛이나 사파이어빛을 띠었다면, 이 종은 흑백의 대비가 선명한 종이었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4개체가 함께 습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아마도 번식을 마친 가족 개체군으로 생각되었다. 뿔호반새까지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5종의 물총새류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 Pied Kingf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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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는 다양한 물총새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었고, 같은 동아시아권이라도 서식환경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짬침국립공원의 물은 생각보다 탁했었다. 처음에는 '이런 환경에서 물총새가 어떻게 사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물총새는 기본적으로 시각에 의존해 먹이를 잡는 새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장을 계속 보다 보니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수질의 맑고 흐림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실제로 물속 생물의 밀도와 먹이망 유지 여부가 더 핵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 Pied Kingfisher
이경호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정비된 하천을 '깨끗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콘크리트 호안과 단순화된 수로에서는 물고기와 곤충, 양서류 밀도가 오히려 감소한다. 특히 단단한 콘크리트 제방은 흙벽에 둥지를 트는 청호반새에게는 치명적인 서식처 변화일 수밖에 없다. 현장에는 물총새류가 번식했을 법한 흑절벽의 구멍들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환경이 서식처의 유지에 큰 힘이 된다.

▲ 물총새의 둥지로 보이는 흑벽의 구멍들
이경호
인간이 보기엔 '깨끗한 하천'일 수 있어도, 새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하천이었다. 하천을 하천답게, 습지를 습지답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하천에 보를 만들어 호수를 만들고, 습지를 육지로 바꾸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각설하고 짬침의 습지는 탁도가 높았어도 살아있는 생물들이 풍부했었다. 결국 새들은 먹이가 있는 곳에 남아 있었던 셈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제 보기 어려워진 새들이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동시에 베트남 역시 개발 압력과 농업 변화, 관광 개발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아 보였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넓은 땅을 보호하느냐보다 얼마나 살아있는 구조를 유지하느냐에 가까워 보였었다.
짬침의 물총새들은 화려했지만, 짬침은 화려하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자연 그 자체였다.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 화려한 물총새의 빛이 겹쳐지며, 부조화처럼 보이는 공존 자체가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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