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5.29.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여연대
- 이번에 통과된 법을 보면 선구제 후회수, 최소 보장이 들어가 있는데, 피해자분들이 원했던 내용이 모두 들어간 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이철빈 : "원하는 내용들이 상당 부분 담기긴 했지만, 점수로 매겨보자면 한 60~70점 정도인 것 같아요. 아주 후한 점수도 아니지만 또 규탄할 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 요구는 최소 보증금의 2분의 1은 보장해 줘야 한다라는 거였는데, 재정 당국 쪽에서는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보증금의 3분의 1 정도가 최대 수준이라는 입장이어서 계속 조율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3분의 1 수준으로 결정됐습니다. 반영이 안 되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특수한 사례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공동담보 문제인데요. 개별로 등기는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0~30채가 하나의 권리관계로 다 묶여 있는 거예요. 사실상 연대보증처럼 연결된 셈인데,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서 경매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법원 쪽에서 반대했어요. 그렇게 하면 경매 시장이 교란되고, 여러 채권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서 결국 반영이 안 되었어요.
또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분들인데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어요. 사실상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는 거죠.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차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외국인과 내국인이 같은 권리관계에 묶여 있는 경우도 꽤 있어요. 외국인 피해자들은 쫓겨나고 싶지 않아서 계속 경매를 유예시키고, 반대로 내국인은 빨리 해결하고 나가야 하는데 경매가 진행이 안 되니까 내국인과 외국인 피해자 간 갈등도 생기고 있어요."
- 그렇다면 외국인 피해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그분들과도 소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철빈 : "규모는 500명 정도인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무적으로 너무 민감한 사안인 겁니다. 내국인도 못 들어가는 공공임대주택에 외국인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보니까 도저히 감당 못 하겠다라는 거죠. 그래서 다 배제가 되고 있어요. 이분들과 소통이 되기는 하는데 한국 체류 문제가 있어서 거주지가 불명확하면 추방 우려도 있고, 괜히 이런 활동을 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앞에 나서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거의 없어요. 그래도 한 번씩 연락이 되는 분은 있는데 이제 다 지치셨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정부나 사회가 이것을 수용해 주지 않으니까 지쳐서 포기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박효주 : "말씀하신 것처럼 법 개정 이전에는 경매 차액이 없거나 피해 지원받기 어려운 경우,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를 10년간 지원하는 방식이 있었는데요. 외국인 피해자들은 이런 지원 자체를 받을 수 없어요. 그리고 긴급주택 제도를 통해 재난 상황 등에 제공되는 임시 주거 지원을 기존 2년에서 최대 6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해서 형평성에 맞지 않죠. 게다가 긴급 주택은 재고가 적기도 하고, 원룸형이 많아서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못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외국인 피해자들은 금전적 피해 규모가 더 큰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대출을 못 받기 때문에 계약한 돈이 모두 자기 돈인 경우가 많거든요."
-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본회의장에서 눈물을 흘리시던 분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개정된 법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철빈 :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소한 보증금의 3분의 1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피해자에게 경매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돌려줬는데, 편차가 0~100%까지 매우 크게 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100% 다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한 푼도 못 건지고 강제로 공공임대주택에 살아야 해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는데, 개정된 특별법에서는 피해자가 적어도 보증금의 3분의 1은 회복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겁니다.
피해자가 경매 과정에서 배당받은 금액, 그리고 LH가 매입하면서 발생한 경매 차익, 공공임대 주거 지원이나 다른 민사 절차로 변제받은 금액들을 다 합한 금액이 보증금의 3분의 1보다 적으면, 나머지 부족분은 국가가 재정 지원으로 지급하는 것이에요. 피해자로서는 나중에 최소한 보증금의 3분의 1은 보장해 주는 거라서 큰 의미가 있고, 절차가 굉장히 오래 걸리지만 심리적으로 안정된 효과를 가져옵니다. 국가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임대인들이 전세사기를 저지르고 전세 보증금을 탕진한 다음에 돌려줄 돈이 없어서 파산 신청을 많이 했거든요. 법원에 파산 신청해서 파산 면책 결정을 받게 되면 임차인에 대한 채무가 완전히 소멸하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임대인이 파산하면 임차인의 보증금 채권 중에 일부는 효력이 없어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방안이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임대인들이 이 파산제도를 굉장히 악용해 온 건데, 이것을 막을 방안들도 중요하게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효주 :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상당수가 위반 건축물인데, 이런 경우는 양성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LH에서 매입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지자체에서 양성화 심의위원회를 거치고 이런 과정들이 각각 다르고 오래 걸리거나 심지어 거절되는 경우들도 있어서 실질적인 주택들의 피해 회복이 굉장히 더뎠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절차 개선이 포함되어서 피해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자나 누수의 경우 지자체가 소유권이 없어서 피해자들이 요청했을 때도 그동안에는 실효성이 없었는데 이제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승강기나 소방 같은 경우에 피해자끼리 직접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승강기나 소방 같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관리자가 임명돼야 하고 다세대 주택 같은 경우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한 거죠. 그런데 이제 지자체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맡아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특별법에 포함되는 제도 개선 방안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박효주 : "처음에는 국회의원들도 어떤 내용의 피해가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참여연대 논의를 통해 만든 것이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고, 이를 바탕으로 참여연대 이강훈 변호사님이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안을 만드셨어요. 그 안을 가지고 국회를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는데, 전세사기 피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입법이 필요한지를 정리한 '10문 10답'을 만들어 의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여러 쟁점에 합의하고, 조율하면서 개정안을 만들었어요. 특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의 예산 규모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정작 정부조차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지, 최소한의 변제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도시연구소를 통해 1500명 정도 피해자 대상으로 등기부 등본도 다 떼서 설문조사하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그걸 근거로 소요 예산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철빈 : "이번 개정의 경우는 작년 8월에 피해자 대책위, 시민사회 대책위,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을 다 모아서 참여연대에서 워크숍을 했었어요. 그래서 5대 요구 사항으로 한번 정리를 했어요. 그리고 그에 맞는 법안이나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가지고 피해자 대책위가 독자적으로도 많이 다녔습니다. 의원실 찾아다니면서 정리한 내용들로 발의 요청, 질의 요청과 같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특별법 개정까지 이르렀던 것 같아요."
-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다음으로 생각하시는 앞으로 운동 방향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철빈 : "지방선거까지는 피해자 대책위가 각 지역에서 열심히 후보들, 정당들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개정되고 지원 체계들이 갖춰지는 건 너무 좋은데, 피해자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고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박효주 :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사기는 평등하다, 절대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줄 수 없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전세사기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가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원 제도가 만들어진 점은 의미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전히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고요."

▲ 2026.04.23.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후 기뻐하는 피해자와 활동가들
참여연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박효주 : "의외로 많은 분들이 주택 임대차와 관련된 중요한 제도들을 잘 모르세요.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가 안정돼야 하는데,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전세 제도와 함께 대출·보증 같은 금융 구조도 같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세사기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정부는 전세를 '주거 사다리'로 보는 관점이 굉장히 강하고, 언론에서도 전세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의 전세 제도가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 들어요. 결국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정부도 근본적인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아쉽기도 합니다. 주택 유형이 다양하다 보니 전세사기를 예방하려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주택 상태나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자료들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게 없어요. 등기 의무화가 되어 있다거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내가 이 건물에서 몇 번째 임차인인지, 추후 경매로 넘어갈 경우 어느 정도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법이 지금은 없는 거죠. 정부는 이런 등기 의무화 같은 대책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어요. 부동산 정상화를 위해서는 주택 가격 안정이 중요하고, 주택 가격이 안정돼야 세입자들의 주거가 안정될 수 있어요. 그런데 정작 세입자 제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서울 아파트 가격만 정상화하면 주택 시장이 다 안정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이철빈 : "두 가지 정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정부든 국회든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보 비대칭 해소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어요. 세입자에게 정보를 많이 알려주면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미 임대차 시장에 위험한 주택 자체가 너무나 많고, 세입자로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데, 미시적으로만 보고 위험한 주택은 피하고 다른 주택을 찾으라고 하는 거죠. 정보 공개만 확대한다고 해서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정부에 아쉬운 점 중 하나는 계속 아파트 위주의 주거만 얘기한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부동산 전쟁이나 초고가 1주택에 관해 얘기하시는데 저는 굉장히 먼 나라의 얘기처럼 느껴집니다. 소형 주택, 비아파트 시장에서의 주택 임대차는 윤석열 정부 때와 다를 바 없이 너무나 불안정하고 전월세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비아파트 주택 임대차를 어떻게 안정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 직속이든 국무총리 직속이든 주거 정책을 다루는 관계 부처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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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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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사회적 재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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