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2026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코앞이다. 연일 응급실 뺑뺑이 비극 소식이 들려오고 지역의료 붕괴의 현실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지금, 이번 지선은 공공의료 선거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자들 중에 제대로 된 공공의료 대책을 내놓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의료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대변하는 지역 정치는 어디로 실종되었단 말인가? 이에 지역의료붕괴를 해결할 ‘좋은 공공병원’을 세우기 위해 활동해온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각 지역 공공의료 현안에 대한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이 글은 그 세번째 글이다.[기자말] |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적으로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 1989년 전체 인구의 5% 수준이던 고령인구는 2000년 7%를 넘어섰고, 2024년에는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는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는 고령층의 생활고와 사회취약계층 확대라는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몇 년마다 반복되는 감염병 사태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광역자치단체 역시 예외일 수 없다.
30년을 기다린 대전의료원, 이제는 '운영'을 말해야 한다
40여년만에 광역자치단체에서 새롭게 설립되는 공공병원인 대전의료원은 대전시민들이 1990년대부터 30여 년간 꾸준히 요구해온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은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준비가 장기화되는 동안 지역 정치 상황이 변화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총사업비는 크게 증가했다. 당초 총사업비 1,759억 원 가운데 816억 원이던 공사비는 현재 1,690억 원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전시는 기획재정부 및 조달청과 설계 적정성 검토와 사업비 증액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병원을 짓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공공병원인 대전의료원은 수익 창출을 우선하는 민간의료기관과 달리 공공성의 원칙 아래 운영되어야 한다.
지역주민과 취약계층의 의료 수요를 해결하고, 공공보건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운영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공공병원은 개원 이후 운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전의료원 운영조례에 공공병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착한 적자'를 가능하게 하는 공공재정의 책임
그 핵심은 '착한 적자'에 대한 공적 지원, 시민운영위원회 설치, 그리고 의료원장 및 이사회 구성의 민주성과 책임성 강화다. 공공병원의 적자는 국내외적으로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필수의료와 취약계층 진료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병원의 적자 문제는 단순히 경영 효율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공공보건의료기금 조성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도도부현이 소비세 증가분 등을 활용해 '지역의료개호 종합확보기금'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기금은 중앙정부 지원과 지방정부 일반회계를 재원으로 하며, 재택의료와 돌봄서비스, 의료인력 확보 등에 사용된다. 우리 역시 대전시 차원의 공공보건의료기금을 조성해 공공병원의 안정적 운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기본예산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지역거점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50%씩 부담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의료원 전체 필수의료 인력의 인건비를 일정 부분 정액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공병원 유지에 필수적인 의료진 확보를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시민 참여와 민주적 지배구조가 공공성의 바탕
대전의료원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시민 참여다. 의료서비스의 최종 수혜자인 시민들이 의료원 운영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운영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시민운영위원회는 의료원 운영과 평가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공공의료 현장을 시민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의료원과 이용자, 직원과 운영진, 의료원과 대전시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대전시의 의료원 관리·감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민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공공병원이라면 일정 수준의 적자를 시민사회가 함께 감당하려는 사회적 공감대 역시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홀로 부담하던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료원 지배구조 역시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사장과 원장의 겸임은 책임성과 권한을 일원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경영 부담으로 인해 공공의료 본연의 역할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겸임 금지 조항을 통해 경영과 운영을 분리하는 방안 역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사회 구성에는 의료원 직원들도 참여해야 한다.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구성원들이 운영 과정에 함께 참여할 때 의료원의 현실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으며, 노사 간 상생 구조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병원'을 넘어 지역 돌봄 플랫폼, 교육의 거점으로
대전의료원은 단순한 2차 공공병원을 넘어 지역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 플랫폼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의료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의 허브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즉, 의료와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합돌봄 창구를 운영하고, 지역 내 1차 의료기관과 돌봄시설, 복지기관 등을 연결·조정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공의료정책 교육 기능도 중요하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사회 변화 속에서 공공의료 정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전의료원은 의료진과 직원뿐 아니라 보건소와 지역 공공보건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공공의료 교육 거점이 되어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과 가치 역시 반복적 교육과 학습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필수의사제 역시 대전의료원과 연계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역의사 선발과 공공병원 의무복무를 연계하는 조례를 마련해 필수의료 수련과 일정 기간 공공병원 근무를 제도화한다면,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의료의 질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공공병원의 모델 되도록 지자체가 앞장서야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전의료원은 1970년대 이후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새롭게 설립되는 첫 공공병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대전의 공공의료와 돌봄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대전의료원의 비전에 공감해 지금까지 제안된 내용들을 충분히 검토해주길 바란다. 대전의료원이 초고령사회와 반복되는 감염병 위기 속에서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해법을 만들어가고, 지역 공공병원과 통합돌봄체계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기대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모델이 앞으로 설립을 추진 중인 울산·광주·대구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 공공병원의 운영에도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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