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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5.14 15:49수정 2026.05.14 16:4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토실아~ 토실아~ 어디 있니?"
전에 살던 세입자가 길 고양이를 거둬 사료와 특식, 간식까지 챙겨주며 마당 한 켠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해 주었다. 원래 이름은 '나비'이지만, 아들은 고양이가 토실토실하다며 토실이라고 이름을 따로 붙여주었다. 그래서 아들은 강화도 집을 '고양이 있는 집'으로 인식해서 토실이의 또 다른 집사가 되었다.

▲ 우리 자동차가 마당에 들어서면 이제는 반겨주는 토실이
백세준
올해 초,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적당한 곳을 고르다가 현재 집을 고르게 된 건 자연에 둘러싸인 고요함 때문이었다. 큰 버드나무들과 곳곳에 피어나는 꽃들에 둘러쌓여 있는 넓은 마당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길 건너에 있는 저수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쫓아다니고 흙에서 개미들이 줄지어 다니는 것을 관찰하고 새소리를 주의깊게 들으며 그 소리를 흉내내며 시간을 보내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들이 등장하는 독립영화의 한장면처럼 느껴진다.
최근에는 마당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수도꼭지에 연결할 물 호스를 구입해서 마음껏 물을 뿌리도록 하고 있다. 나무와 꽃, 잔디에도 물을 주고 자동차에도 물을 준다며 세차까지 해주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는 시골집에서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등유와 LPG 가스통을 구입하는 일이다. 아파트에서 난방이나 온수를 사용하는 일은 난방 스위치를 키거나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틀면 나온다. 가스레인지도 스위치를 켜면 나온다. 그러니 그 에너지들이 어디서 오는지 인지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관리비에 찍힌 숫자로만 확인할 뿐이다.
그러나 시골집에 오고 나서 온수를 사용하는 일도, 가스를 사용하는 일도 자동으로 되는 게 없었다. 방을 따뜻하게 데우거나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름이 필요했다. 창고에 가보니 큰 등유통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고,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등유를 넣는 방법을 알아보고 해당 업체에 전화를 했다.

▲ 햇빛을 받으며 흙을 밟으며 뛰어노는 아들
백세준
유조차 한 대가 집 마당으로 들어와 서더니 담당자분이 내려 뒤에 감겨 있던 기름 호스를 길게 빼어 주유기를 등유통에 꽂고 주입하기 시작했다. 사실 '넣으면 얼마나 들어가겠어'라는 생각과 리터당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가득이요, 가득!"이라고 했다. 담당자분이 한드럼(200리터) 조금 더 들어갔다며 전광판에 찍힌 금액을 보여주었는데 40만원을 넘은 것을 보고 우리 부부는 '이제부터 목욕은 찬물로만 하자'라고 생각했다.
또한, 가스레인지를 켜도 작동이 안되길래 고장난 건가 싶었는데 LPG 가스통에 가스가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는 똑같이 주문하여 새로 갈았다. 이처럼 무엇 하나 하기 위해서는 내 손길이 닿아야 하는 시골생활에 익숙해져야 된다.
자연속에서 놉니다
잠깐 집안에 들어갔다가 나왔더니 마당 중앙에 나뭇가지들이 쌓여있었다. 아들이 다람쥐처럼 주변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모아온 것이다. 그리곤 불을 붙이는 시늉을 하고는 멀리 있던 의자를 끌고 와서 캠핑 중이라고 말했다. 마트에서 고기를 사온다며 지붕카(승용완구)를 타고 본인만의 마트로 향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고기를 고르고 계산대에 서서 계산까지 하는 상상놀이를 하고 돌아다녔다.
이러한 생활은 아파트에서 지낼 때와 딱 정반대이다. 아들이 돌아다닐 때마다 조용히 다니라는 말이 습관화되어 있는데, 그때문에 아들이 까치발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살금살금 다닌다고 까치발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까치발을 하면 발목이나 종아리 인대에 좋지 않기 때문에 하지말라고 하면 쿵쿵대기는 쉬워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화도 집은 이러한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집에서 마음껏 뛰어도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걱정없다.

▲ 무엇이 잡초인지 아직 모르지만 열심히 물을 주는 아들
백세준
또한, 우리 부부는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서 먹는 것을 꿈꾸지만 대량 포장돼 있는 먹거리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시골에서만큼은 그 꿈을 실현해보자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자급자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추와 방울토마토, 가지 등 모종을 사다가 집 뒤편에 심었다. 호미도 함께 구입해서 땅을 파고, 굴러다니던 모종삽으로 땅을 다졌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익숙하지 않지만 물을 주고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 아들에게 물을 주고 오라고 물 조리개를 손에 쥐어 보냈다.
아직 잡초와 우리가 심은 작물을 구분하지 못해서, 우리 작물만 빼고 온갖 잡초에 물을 다 주는 아들이지만, 이렇게 하나씩 해보는 것이다. 작물들은 따뜻한 햇빛과 습기를 머금은 토양을 토대로 잘 자랄 것이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숨겨진 저수지

▲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저수지 풍경
백세준
날이 좋은 날, 산책을 하고 싶어 찾다가 숨겨진 저수지를 발견했다. '숨겨졌다'의 의미는 그야말로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말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저수지이다. 또 하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인적이 드문 저수지이기 때문이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서 마을 주민에게 물어물어 겨우 도착했다. 나무계단으로 이루어진 아주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면 도착하는 이곳은 바로 '하점 저수지'이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산책로를 잘 조성해 놓았는데 나물을 캐는 몇몇 사람을 빼고는 거의 없었다.
꽤 크기가 큰 저수지는 그야말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오리들이 두 마리씩 짝을 지어 저수지에서 헤엄치고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적시는 풍경을, 이따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바라보았다. 도시에서 보낸 5일의 피곤함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몸으로 느끼는 생활
흔히 시골생활은 조용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곳에서 3개월을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당에 떨어지는 철쭉 꽃잎들을 쓸어내고 구석구석에 쳐져 있는 거미줄을 걷어내며 별것 아닌 일에도 성취감을 느끼는 생활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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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고민하며 연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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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떠나 시골살이 3개월, 등유비 40만 원에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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