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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보다 두렵다"... 교사 없는 스승의 날의 현실

"선생님이 무너지고 있다"… 스승의 날, 교사들은 왜 꽃보다 안전을 말하나

등록 2026.05.15 10:11수정 2026.05.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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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
스승의 날 김대성(Ai생성)

스승의 날을 앞둔 학교의 공기는 예전과 다르다. 한때는 교실마다 삐뚤빼뚤한 손편지가 놓이고, 학생들의 서툰 감사 인사가 오가던 시기였다. 교사들도 피곤한 얼굴 속에서 작은 보람 하나쯤은 느끼곤 했다.

하지만 2026년 5월의 학교는 다르다. 교사들은 축하보다 긴장을 먼저 느낀다. 감사보다 불안을, 보람보다 위축감을 먼저 떠올린다. 누군가는 "요즘은 학부모 전화 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교사는 "생활지도를 하면서도 혹시 녹음되고 있는 건 아닐까 먼저 걱정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최근 불거진 현장체험학습 논란은 이런 현장의 불안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대통령은 현장체험학습 위축 현상에 대해 "구더기 생길까 봐 장독 자체를 없애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이 말을 듣고 깊은 허탈감을 느꼈다. 현장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싫어서가 아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두려움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학교 현장은 매뉴얼과 공문, 안전 점검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하며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마주해야 하고, 작은 사고 하나도 형사 책임과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압박 속에서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사고가 나면 왜 교사 혼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나." 지금 교사들이 묻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체험학습 자체가 아니다. 대부분의 교사는 교실 밖 배움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교육보다 책임이 먼저 작동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교육활동보다 법적 리스크가 우선 고려되고, 학생 성장보다 민원 대응이 먼저 떠오르는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대통령은 이후 교사의 법적 부담과 면책 범위를 점검하라고 지시했고, 교육부 역시 면책 강화와 지침 간소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현장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단체들이 교육부 주최 기념식 참여에 거리를 두는 모습 역시 상징적이다. 스승의 날은 원래 교사를 위로하고 존중하는 날이다. 그런데 정작 교사들이 그 행사에 마음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교육부와 학교 현장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깊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치도 심상치 않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공개된 교사노동조합연맹의 '2026 교원 인식 설문조사' 보도에 따르면, 교사 55.5%가 최근 1년 동안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스승의 날 교사 현실 긴급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7.2%가 "정당한 생활지도나 교육활동도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것은 일부 교사의 예민함이나 개인적 스트레스 문제가 아니다. 학교라는 시스템이 교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교사는 교육정책의 말단 집행자가 아니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다. 교실의 분위기를 만들고, 학생과 관계를 맺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하루하루 교육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은 교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문장이 아니다. 교사가 존중받고 보호받을 때 교육도 제대로 설 수 있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 언어는 종종 교사를 개혁의 동반자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왜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드는지 묻기 전에 왜 교사들이 학생을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일을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왜 민원이 늘어났는지 따지기 전에 왜 교사들이 학부모 상담 전 녹취와 신고를 걱정하게 되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의 침묵이다. 교육계 출신 정치인들은 평소 교육 의제를 자주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 교사들이 가장 큰 상처와 좌절을 호소하는 순간에는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교육정책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교사들이 정치적 논의에서는 늘 대상화되고, 정작 자신의 언어로 말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경제처럼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균열이 생기고, 어느 순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무너진다. 지금 학교에서 교육공동체가 흔들리고,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들의 관계 맺기와 사회성이 약화되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미래 사회의 신뢰와 시민성, 공동체 의식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 스승의 날, 많은 교사들은 꽃보다 안전을 원한다. 보여주기식 감사보다 제도적 보호를 원한다. "선생님 힘내세요"라는 말보다 "당신 혼자 책임지게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사회의 약속을 더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교사들의 분노를 단순한 집단 반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외침이 아니라, 교육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지막 구조 요청에 가깝다. 교사를 설득하지 못하는 교육개혁은 오래갈 수 없다.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교육정책 역시 결국 학생을 보호하지 못한다.

올해 스승의 날, 우리 사회는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교사를 존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교사에게만 끝없이 존중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스승의날 #교권보호 #교육현실 #교사사직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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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 교육을 고민하는 초등학교 교감이자 교육 칼럼니스트. 교육청 장학사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과 학교 현실의 간극을 분석하며, 다양성 교육·교육활동 보호·공교육 회복을 주제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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