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뿌리칠 수 없는 작약의 아름다움, 구례 쌍산재

등록 2026.05.15 08:19수정 2026.05.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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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어가는 5월, 오랜 세월의 정취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고택 쌍산재에 다녀왔습니다. 수없이 이곳을 드나들며 많은 여행자분들께 한옥의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지혜를 전해왔지만, 요 며칠 사이 마주한 쌍산재는 유독 제 발걸음을 오래도록 머물게 했습니다.​바로 고택의 마당과 흙돌담 곁을 화려하게 수놓은 '작약꽃' 때문입니다.

쌍산재 입구를 지나 고즈넉한 마당에 들어서면, 탐스럽게 피어난 작약꽃 무리가 일제히 환한 얼굴로 반겨줍니다.


 쌍산재에 핀 작약
쌍산재에 핀 작약 임세웅

예로부터 작약은 그 화려하고 매혹적인 자태 덕분에 '취서시(醉西施)'라는 아름다운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고려시대의 대문장가 이규보 선생은 자신의 시 <취서시작약(醉西施芍藥)>에서 붉게 핀 작약을 바라보며, 마치 중국 춘추시대의 절세미인 서시(西施)가 술에 살짝 취해 붉어진 뺨으로 아양을 떠는 모습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쌍산재에 핀 작약꽃
쌍산재에 핀 작약꽃 임세웅
​겹겹이 포개진 크고 붉은 꽃잎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왜 옛 선비들이 작약을 두고 '술 취한 미인'이라며 시를 읊었는지 단번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연둣빛 신록을 배경으로 서 있는 붉은 작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한 색채의 대비를 자아냅니다.

 쌍산재에 핀 작약꽃
쌍산재에 핀 작약꽃 임세웅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비밀의 정원이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쌍산재는 탐스러운 작약꽃이 만개하는 바로 지금 이맘때가 가장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푸른 대나무 숲길이 주는 서늘한 위로와,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붉게 타오르는 작약꽃의 생명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이지요. 화려한 꽃잎과 은은한 향기에 취해 툇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복잡했던 마음의 번뇌는 사라지고 오직 평온함만이 온몸을 감쌉니다.

 쌍산재에 핀 작약꽃
쌍산재에 핀 작약꽃 임세웅
​작약꽃은 그 화려함만큼이나 피어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더욱 애틋하고 귀하게 느껴집니다.​떨어지는 꽃잎이 아쉬워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되던 오늘. 여러분도 이 짧고도 찬란한 봄날의 조각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쌍산재의 툇마루에 앉아, 옛 시인이 찬탄했던 절세미인 '취서시'의 다정한 위로를 직접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가장 눈부신 5월의 구례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실립니다.
#구례 #쌍산재 #작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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