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15 11:06수정 2026.06.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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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버거운 현실의 무게와 무거운 중력을 벗어나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럴 때마다 매번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매일의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고자 시도한다. 그 중 하나가 전시를 보는 것이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발을 딛는다는 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Floating - 부유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민정
14일 연신내 근처, 주택가에서 하는 사진전을 다녀왔다. 'Floating - 부유하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전시 제목과 이미지를 보자마자 어떤 끌림이 있어서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골목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니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전시장이 보였다. 통유리로 된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진 천이 보였다.

▲ 이민정 개인전
이정현
마치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나 통로 같기도 한 천을 열고 들어가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펼쳐졌다.
'길을 잃어 보는 것. 잠시 멈춰서 유영하는 일. 파도를 타듯 어딘가에 내맡겨 버리고 싶은 마음들이 나를 바다로 향하게 했다.'
작가의 말과 함께 나는 사진 속 풍경들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처음엔 흑백으로 시작했던 사진들은 시아노타입이라는 인쇄 기법으로 마치 회화 작품처럼 프린트 되어 있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온전한 색과 빛이 더해져 있었다.

▲ 시아노타입 사진들
이민정
그렇게 작품들을 둘러보며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예전에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며 죽음의 순간에는 삶에서의 기억들이 마치 필름처럼 떠오른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일까. 한 사람의 삶 속에 새겨진 풍경과 인물들이 사진으로 펼쳐져 있으니, 찰나처럼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이 너무나 아련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 이민정 개인전
이민정
마침 전시장에 계셨던 작가님께서 설명해주시기를, 코로나 시절에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나서 내 뜻대로 할 없는 상황에서 '부유'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바다에 가족들과 여행을 갔는데 아이들이 비누 방울을 날리는 것을 보고, 삶이 부유하는 비누 방울처럼 느껴졌다고. '통제할 수 없는 삶과 그 안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작가의 또 다른 말의 의미가 더 깊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 이민정 개인전
이정현
전시를 보고 전시장을 나서는데, 마치 내 몸이 비누 방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람을 타고 두둥실 떠다니는 비누 방울. 투명한 몸으로 온 세상을 비추는 비누 방울. 그렇게 한껏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여행하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제 터질 지 모르지만, 흐름에 온 몸을 내맡기고 부유하는 비누 방울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이 삶을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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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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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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