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도청신도시는 인구 2만3천여 명인 초미니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에 있는 호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300여 명으로 울트라급이다.
김대홍
호명초는 매일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교직원까지 포함해서 1400명 이상 인원의 밥을 준비한다. 식사 배식 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 두 개 학년이 같은 자리를 시간을 나눠 쓴다. 1학년이 앉았던 자리엔 잠시 뒤 3학년이 들어와 앉는다.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 출구가 거의 붙어 있어, 식사 시간이면 대혼잡이다. 교직원 자리가 따로 있지만 교사들은 학생들 옆에 붙어 있느라 거의 식사를 못 한다. 등교 시간도 학년별로 시간대를 달리해 혼잡도를 줄인다.
학교통폐합 대신 경북도청신도시에선 부족한 교실, 넘치는 학생수가 문제다. 강원 8곳, 충북 5곳, 충남 4곳, 전북 6곳, 전남 8곳, 경북 9곳, 경남 9곳이 출생아수 100명 이하를 기록했다.(연합뉴스, 2025.3.3)
이런 지자체들이 보면 경북도청신도시의 아우성은 배부른 푸념처럼 들릴 것이다. 며칠 굶은 사람이라면 배 터지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 하겠지만 정말로 배가 터질 것 같은 사람이라면 고역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나이대 아이들이 많다 보니 생긴 일화 중 하나가 이름 중복이다. 시대별로 인기 이름이 있다. 언젠가 한 반에 '채아'가 3명이었다. 선생님이 "채아야"라고 부르면 아이들은 "어느 채아요"라고 반문했다. 옆반엔 '지연'이가 2명이었다. 비슷한 이름, 동일 이름이 한 반에 여럿인 건 경북도청신도시에선 꽤 흔한 일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어린이들도 나이를 먹는다. 초등학교의 문제는 곧 중학교 문제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신도시에서 거의 유일한 풍천중학교는 학생수가 881명으로 포화 상태다. 두 번째 학교는 2027년 3월이 돼서야 개교한다. 지금은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간신히 숨을 쉬는 형국이다. 2027년 3월이 되면 그제야 산소통 하나를 달게 되는 셈이다. 학교 문제는 그야말로 일부다.
어린이들이 넘치는 문제는 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병원도 똑같은 문제를 겪는다. 도청신도시 내에 소아과는 언제나 '북적북적'이다. 운이 나쁘면 2시간 대기는 흔한 일이다. 소아과에서 대기하다 점심 시간을 놓쳐 밖에서 식사하고 유치원 등원한 게 여러 번이다.
신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 이비인후과는 예약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보통 7시쯤 병원을 방문한다. 물론 그때 병원이 문을 열진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대기 중인 사람들이 여럿이다. 잠시 뒤면 병원 직원이 나와서 메모지를 내놓는다. 그 메모지에 원하는 시간대를 적고 사람들은 사라진다. 8시쯤 되면 오전 일정이 거의 다 찬다. 넘치는 인원, 무한정 대기를 하기 힘든 맞벌이 부모들과 주부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신도시식 시스템이다.
경북도청신도시엔 응급실과 피부과 병원이 없다. 정형외과도 최근에서야 생겼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수시로 안동 시내로 차를 몰거나 구미, 대구까지 원정을 떠난다. 대형병원이 없는 건 신도시 부모들에게 가장 큰 불만이다.
"아이들 찰과상 치료할 곳이 없어요. 인근 도시가 예천, 안동인데 안동에도 2군데밖에 없어요. 당연히 줄 서야 하구요. 포화상태라 가면 하루 종일 기다려요."
"저녁에 열이 올라오면 안동 시내까지 왕복 1시간 이상 차를 몰아야 해요. 제가 아이가 셋이거든요. 안동 출동할 일이 얼마나 많겠어요."

▲ 경북도청신도시에 있는 건물들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건 학원이다. 도시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김대홍
아이들 비율이 높으니 어른들은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건물마다 학원은 넘친다. 그 외 시설은 부족하다. 어른들이 시간을 보낼 곳도 없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세대들이 놀 만한 곳도 부족하다. 노년이 즐길 곳은 거의 전무하다. 신도시에서 노년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건 꿈을 꾸는 것처럼 희귀한 일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참 젊은 도시다. 젊다기보다는 어린 도시라고 하는 게 더 맞다. 어린 도시가 잘 성장해서 젊은 도시가 되고, 탄탄한 중년 도시가 되는 건 행정의 몫이다. 기반을 닦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 경북도청신도시는 어린 도시다. 어린 도시가 잘 성장하려면 지금이 중요하다. 기초를 잘 닦으면 젊은 도시로 성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상북도 다른 도시처럼 고령화 도시가 될 것이다.
김대홍
※ 동네 주민 3인인 S(주부, 35), O(교사, 44), B(주민, 38)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에 녹여냈습니다.
※ 앞으로 <색깔이 하나인 곳><자전거 도시><제비집 본진><자연박물관인 도시><심장이 없다><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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