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무싸의 변은아(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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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아는 예쁘지 않아서 반짝이지 못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배우급 외모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반짝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기 존재 위에 오래전부터 엑스표가 쳐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지점이 몹시 놀라웠다. 박해영 작가는 외모가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너무나 익숙한 말을, 정확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자기 안쪽에 엑스표가 찍혀 있으면 이상하게 흐려진다. 반대로 압도적인 외모가 아니어도 자기 존재에 동그라미를 친 사람은 자주 반짝인다.
살면서 빛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 반짝였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에게 엑스표를 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빛나지 않았다. 얼굴은 분명 빛을 받을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존재가 그 빛을 허락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반대로 그 정도의 외모는 아닐지라도 수시로 반짝이는 사람들도 제법 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의 반짝임이 그 사람을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 동그라미를 친 사람들이었다.
결국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존재의 아우라다. 얼굴이 빛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얼굴을 통과해 빛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흔히 자존감이라고 부르는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보다 더 오래되고, 더 깊고, 더 복잡한 감각이다. 내가 나를 괜찮은 존재로 느낄 수 있는가. 누군가에게 버려졌을 때, 내가 버려질 만한 존재였다고 믿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가. 사랑받지 못한 순간을 내 존재 전체의 판결문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가.
변은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에 그어진 엑스표는 쉽게 동그라미로 바뀌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는 더더욱 어렵다. 자력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어린 시절에 그어진 동그라미 역시 쉽게 엑스표로 바뀌지 않는다. 좋은 사랑을 오래 받은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세상의 외력이 아무리 거세도, 안쪽에 이미 찍힌 동그라미는 꽤 오래 버틴다.
그러니 7화에서 미란의 "너 예쁜 거 알지? 근데 왜 옷을 대충 입어. 제대로 입은 거야? 아니잖아"라는 물음에 대한 변은아의 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문제를 한정 짓는 거예요. 연필 안 가지고 와서 귀찮게 하는 애로. 진짜 문제가 들통 날까 봐. 그래서 지금은 옷을 대충 입어요."
이 말은 단순히 옷에 대한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 쳐진 엑스표를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에 가깝다. 진짜 문제가 들통나기 전에, 일부러 작은 문제를 앞세우는 것이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기 전에, 그냥 옷을 대충 입는 사람. 내가 버려진 사람이기 전에, 그냥 귀찮고 흐트러진 사람. 내가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차라리 사소한 흠집을 먼저 내미는 사람.
그러니까 변은아는 빛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빛나면 안 된다고 믿어버린 사람에 가깝다. 이미 빛날 조건을 가지고도, 스스로 그 빛을 가리고 있는 사람. 은아는 아직 자기 얼굴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얼굴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말은, 자기 존재를 아직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에 가깝다.
이런 작법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겠다. 황동만이 그토록 무가치해 보여도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은 것처럼, 변은아 역시 이토록 가치 있어 보여도 생각만큼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겉으로 보이는 가치와 실제로 느끼는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 은아가 동만에게 크로스로 그린라이트를 보내는 것은 딱 맞아떨어지는 핍진성이다. 은아는 동만의 결핍을 알아본 것이고, 동만은 은아의 결핍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다. 둘은 서로를 구원하는 대단한 존재라기보다, 적어도 서로의 엑스표 앞에서 쉽게 도망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래서 6화 끝자락에서 동만은 말한다 "도와줄게요." 그러자 은아는 답한다. "이미 충분히 도와주고 있어요. 우리 서로." 그리고 둘은 말한다. "크로스."

▲크로스 그래서 6화 끝자락에서 동만은 말한다. 도와줄게요. 그러자 은아는 답한다. 이미 충분히 도와주고 있어요. 우리 서로. 그리고 둘은 말한다.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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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박해영다운 사랑의 발음인가.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구원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이 가엾은 피구원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의 무가치함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도와줄게요"라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이미 충분히 도와주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도움은 방향을 잃지 않고, 오히려 방향을 넘나든다.
결국 변은아는 예쁜 사람이 아니라, 아직 자기 얼굴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랑이란, 누군가를 더 빛나는 얼굴로 만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얼굴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곁에서 오래 바라봐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우리 모두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보며 박해영식 사랑의 발음을 알아듣는 사람들은, 혼자만의 싸움 속에 완전히 버려진 것은 아닐 테다. 우리는 이미 서로를 돕고 있다. 충분히. 그러니 우리 서로, 크로스.

▲우리는 이미 서로를 돕고 있다. 충분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우리 모두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보며 박해영식 사랑의 발음을 알아듣는 사람들은, 혼자만의 싸움 속에 완전히 버려진 것은 아닐 테다. 우리는 이미 서로를 돕고 있다. 충분히. 그러니 우리 서로, 크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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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 가지고 왜 PD를 해"... 미녀도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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