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아침부터 준비한 칠판 메세지
이유미
발끝에서 부터 뜨끈한 무언가가 가슴까지 차오르는 순간이다.아이들과 한 차례 사진을 남기고 내게 보낸 메세지를 차례차례 찍으며 감동의 순간을 온 감각을 세워 느낀다. 나를 위해 차려진 책상 앞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선생님은 사실 생각지도 못했어. 새 학교 처음와서 가장 힘들다는 6학년을 처음 맡아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왔던 때가 기억나. 선생님 생각보다 너희는 너무 따스한 가슴을 가진 아이들이더라. 선생님이 오해해서 미안해. 선생님은 사실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인데 이렇게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고 따스함을 표현할 줄 아는 너희들, 참 기특해. 그리고 편지 전하러오는 작년 제자 하나 없이도 선생님은 너희의 마음만으로 충분하단다. 고마워 너희의 진실된 마음을 이토록 찐하게 표현해줘서."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까의 소란은 온데간데 없이 23개의 눈빛은 나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앞에 놓인 먹음직스런 초코파이를 언제먹나 하는 아이들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후 아이들에게 초코파이를 하나씩 나눠주며 선생님에 대한 시험지도 풀어보고(물론 어제 경북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이 신경쓰여 초코파이는 입에도 대지 않고 아이들을 다 나누어주었다. "선생님 드세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지만 청탁금지법을 언급하며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묻고 답하며 선생님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 반 00이는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누구예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으로 인해 내가 여태껏 가르쳐 온 아이들을 반추해보며 아련한 추억에 젖기도 했다.
1교시에 이어 2교시는 작년 선생님들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 제자가 내게 써준 편지글의 예시를 보여주며 선생님에게 뻔한 인사 말고 "선생님이 해주셨던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선생님으로 인해 내가 달라진 점"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칭찬"등 구체적인 점들을 쓰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편지지 한 장이 더 없냐고 할 정도로 진심어린 마음을 연필에 꾹꾹 담아 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작년 동료선생님에게 두 장의 사진이 왔다.그 사진은 바로, 작년 우리 반이자 올해 그 동료의 제자인 두 아이의 편지글이었다. 바른 글씨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아이들의 편지를 보는 데 가슴 어딘가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전해주지 못할지도 모르는 편지인데도 불구 내게 마음을 전한 아이들의 글. 그리고 그 편지를 내게 전해준 동료의 수고로움에도 참 감사했다.
14일에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생님이 되어 보낸 하루는?'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진행했었다. 아이들이 편지를 쓰는 동안 글을 쓴 아이들의 공책을 하나하나 넘겨보던 와중, 한 아이의 글에서 가슴 뭉클한 한 문장을 만났다.
"선생님이 되면 학부모 민원으로 참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안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이유미 선생님 만큼은 학부모 악성 민원을 안 받으셨으면 좋겠다."
별 기대없이 읽어내려간 아이의 글에서 뜻밖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끔 장난이 심해 내게 자주 훈계를 듣지만 아이가 불쑥 글쓰기에 드러낸 진심이 내 마음을 진동하게 했다.
오늘 나는 자주 울컥했고 내 마음 구석구석 뜨끈한 온기가 자주 솟아올랐다. 스승의 날, 나는 오늘 과분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받아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케이크 하나 맘편히 입에 넣지 못하고, 아이들이 가져온 초코파이도 한 입 베어물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스승의 날을 빌려 전해준, 작은 가슴 깊숙이 숨겨둔 그 정수같은 마음들을 한 가득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날.
스승의 날, 올해 처음으로 나는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짐한다. 그 사랑 받을 자격 충분하도록 내가 더 노력해야지.라고 말이다.
스승의 날도 얼추 마무리 되는 하교시간, 알림장을 쓰려고 앱을 켰더니 이런 문구가 또 나를 마지막으로 울린다.
"선생님 오늘은 알림장 확인이 아니라 선생님 마음을 확인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스승의 날을 마무리하며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케이크 한 입 못먹어도 좋고 종이 카네이션 조차도 안받아도 좋다. 그저 내년 스승의 날 전날 교육청 홈페이지엔 교사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청탁금지법을 운운하는 대신, 오늘 내게 따스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처럼, 그저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이 한 마디만 넣어주기를 작게 바래본다.
그런 작고 소소한 행위들이 전국의 교사들이 교단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만드는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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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은 악성민원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학생의 글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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