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문제는 조선일보 사설 직후 공영방송 뉴스데스크가 같은 문제의식을 핵심 뉴스로 재생산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법률적 쟁점을 설명하는 기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선일보가 던진 문제의식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인 보도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문제는 언론이 대법원 판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조선일보와 MBC 보도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구성한다.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 → "임금이 아니므로 근로조건이 아니다" → "근로조건이 아니므로 단체교섭·파업 대상이 아니다" → "따라서 파업 정당성이 약하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법리적 비약이 들어간 주장이다. 우선 언론이 인용하는 대법원 판례의 직접적 쟁점은 삼성전자 성과급(OPI·PS)이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느냐는 문제였다. 즉, 근로기준법상 '임금성'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지, 노동조합이 이를 교섭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를 판단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언론은 이 판례를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라는 일반론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다. 심지어 이를 다시 "따라서 파업도 정당성이 약하다"는 주장으로 연결한다. 하지만 '퇴직금 산정을 위한 임금성 판단'과 '노동조합의 교섭 및 쟁의 대상 여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실제 대법원 판결도 성과급 전체의 임금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원은 일부 성과급에 대해 노동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된 임금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인센티브(TAI)에 대해서는 근로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된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지급 기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정기·계속적으로 지급되며, 근로와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 노동의 대가로 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이 사용한 표현 역시 중요하다. 법원은 이를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가 아니라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이라고 설명했다. 즉 판결의 핵심은 "성과급은 무조건 임금이 아니다"가 아니라 "성과급의 성격은 구조와 지급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데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의 범위다. 노동조합법에서 노동쟁의는 단순히 법률상 '임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 노사관계에서는 성과급, 경영성과급, 복지제도, 각종 인센티브 역시 지속적으로 교섭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성과급이 사실상 보상체계의 핵심이 된 기업에서 이를 단순 '은혜적 보너스'로 보는 것은 현실과도 거리가 있다.
공영방송이라면 다른 질문 던졌어야
하지만 MBC 보도는 이런 핵심 맥락을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대법원 판례 일부와 전문가 논평을 중심으로 "성과급 파업의 법적 정당성" 논란 자체를 핵심 의제로 만들었다. 즉 공영방송이 조선일보가 던진 질문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공영방송이라면 오히려 다른 질문을 던져야 했다.
- 왜 삼성전자노조는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요구하는가.
- 왜 성과급 제도화 문제가 반복되는가.
- 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는 성과 연동 보상이 확대되고 있는가.
- 왜 노동자들은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제기하는가.
- 성과급은 왜 이제 단순 보너스가 아니라 기업 보상체계의 핵심이 되었는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사라졌다. 대신 남은 것은 "파업이 법적으로 문제 아닌가"라는 프레임뿐이었다.
최근 언론은 투자·배당·주주가치는 '시장 원리'와 '경영 판단'으로 설명하면서도, 노동자의 성과배분 요구에는 유독 '경제위기', '국가경쟁력', '과도한 요구' 프레임을 적용한다. 조선일보가 영업이익을 "미래 투자와 주주 배당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경영 판단 영역"이라고 규정한 대목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 이익의 우선 권리를 자본에만 부여하는 시각 속에서 노동은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통제 대상 비용으로만 등장한다.

▲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연합뉴스
공영방송은 이런 프레임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MBC는 오히려 이를 따라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MBC 노동 보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2021년 이후 한때 MBC 노동 보도는 한국 언론에서 보기 드문 변화를 보여줬다. 노동을 단순 사건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제도의 문제로 접근했고, 데이터와 정책, 해외 사례를 함께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노조 보도는 다시 갈등과 충돌, 경제위기와 법적 논란 중심의 익숙한 프레임으로 회귀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보도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것이 아니다. 노동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 노동자의 성과 배분 요구를 사회적 논의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통제와 경계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공영 방송이 자본의 시각으로 노동을 해석하기 시작할 때, 노동 보도의 위기는 단순한 저널리즘의 후퇴가 아니라 공론장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MBC 보도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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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론노조 조직쟁의실장,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의 사무처장도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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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던진 질문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버린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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