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 창밖으로 펼쳐진 장엄한 풍력 발전 단지의 행렬과 푸른 하늘
김종섭
기차는 비엔나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중앙역이 아닌 비엔나 남서부의 주요 관문인 마이들링(Meidling) 역에서 하차했다. 마이들링 역은 도심 중앙역에서 지하철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외곽이라기보다는 시내 중심권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가깝다.
예약된 호텔까지는 도보 15분, 택시로 3분 거리에 멀지 않은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 관광했던 유럽 도시마다 보도가 돌 블록(코블스톤)으로 되어 있어 캐리어 가방을 가지고 도보로 이동하기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어, 일단 플랫폼을 빠져나가 인도 상태를 보고 도보로 갈지 택시를 이용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호텔까지 가는 인도가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 수월하게 도보로 이동했다. 짧은 여정이기 때문에 오후 3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여장을 풀고 시내 투어에 나섰다.
웅장한 궁전과 성당, 비엔나의 심장부로의 여행
비엔나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가고자 하는 관광지까지 걷기로 했다. 40분 정도 걷자 벨베데레 상궁의 남쪽 정원이 나타났다. 처음 마주한 궁전의 정면 모습은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서 보아온 성들 때문인지 웅장함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상궁 건물을 지나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상궁과 하궁 사이에 기하학적 문양으로 정교하게 가꾸어진 거대한 프랑스식 정원이 비로소 궁전의 진정한 웅장함을 완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하궁까지 펼쳐진 화단과 조각상들은 바로크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과거 사부아 공 외젠의 여름 별궁이었다는 역사적 가치를 품고 있다. 참고로 상궁 내부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 '키스'가 전시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 화려한 외관과 대칭의 미가 돋보이는 궁전 정원이 어우러진 벨베데레 상궁
김종섭
궁전을 나와 향한 곳은 슈테판 대성당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특유의 고딕 양식 건물이 시선을 압도했다. 성당을 중심으로 펼쳐진 거리는 마치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의 명동이나 강남 거리를 걷는 기분이었다.
호텔에서 걸어오는 내내 조용한 도시를 느끼면서 걸었는데 이곳에 도착해서 비로소 비엔나의 중심가임을 직감했다. 비엔나 하면 떠올렸던 음악의 도시, 동화 속 같은 낭만적인 느낌보다는 여느 현대적인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 비엔나의 상징이자 랜드마크인 슈테판 대성당의 웅장한 첨탑
김종섭
미각으로 즐기는 비엔나, 슈니첼과 특별한 버섯 튀김
인근에서 리뷰가 좋은 맛집을 찾아 비엔나 전통 요리를 맛보았다. 돈가스와 흡사한 슈니첼과 치즈 등 속 재료가 들어간 변형 슈니첼, 그리고 이번 식사의 주인공이었던 버섯 튀김을 주문했다. 버섯에 튀김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요리는 처음이었는데 그 맛이 정말 특별했다. 특히 함께 제공된 하얀 타르타르소스와 상큼한 크랜베리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 비엔나의 대표 음식 슈니첼과 바삭한 버섯 튀김 요리
김종섭
유명 관광지 음식이라 그런지 가격대는 꽤 높았다. 맥주 세 잔을 포함해 85유로, 우리 돈으로 약 15만 원 가량을 결제했다. 요즘 물가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으나, 여행의 즐거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지의 미식 경험이기에, 그 맛이 선사한 만족감만큼은 지불한 비용이 아깝지 않은 값진 기억으로 남았다.
'사계'의 선율 속에 깃든 태교의 추억
말로만 듣던 오페라하우스가 실제로 눈에 들어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음악의 도시 비엔나 관광의 화룡점정이 찍히는 기분이다. 아들은 카를 성당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예약해 놓았다. 미리 4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이곳 성당에서는 밤 8시 20분에 비발디의 '사계' 음악회가 열린다. 공연을 위해 온라인 예약을 종이 티켓으로 교환했다. 공연 시작 전 장엄한 성당 안 객석은 빈틈없이 채워졌다.

▲ 비발디의 사계 음악회가 열리기 전 카를 성당의 엄숙한 내부
김종섭
이 음악회는 우리 가족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아내는 아들에게 태교 음악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매일같이 들려주었던 기억을 설명해 주었다. 비발디는 1740년 비엔나로 이주해 이듬해 생을 마감했는데, 당시 그가 안장되었던 빈민 묘지가 현재 카를 성당 인근에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인연으로 카를 성당은 비발디를 기리는 음악회의 성지가 되었다. 작곡가 비발디와 연고가 깊은 이 성당에서 그 선율을 함께 듣는다는 것은 영원히 잊지 못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클래식은 지루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한 멜로디가 섞여 나올 때마다 환상적인 전율을 느꼈다. 또한 작곡가 비발디의 고장에서 비발디 사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감동적이었다.
비엔나에서 사실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짧은 한나절의 여행 여정이지만, 오늘 공연 하나만으로도 단독 공연 투어를 왔다고 해도 후회 없을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중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그 감동을 사진과 동영상에 남기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으나, 덕분에 오롯이 귀와 마음으로 음악을 담아갈 수 있었다.
내일은 호텔 조식과 함께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기차로 프라하에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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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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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선율의 도시, 비엔나에서 듣는 비발디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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