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18 09:57수정 2026.05.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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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일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 몸이 얼마나 삐뚤게 기울어져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골반은 전후좌우 모두 비대칭이다. 정렬되지 못한 체형 때문에 수련 중에 마음처럼 되지 않고 막히는 아사나(요가 동작)가 한둘이 아니다. 남들은 쉽게 척척 해내는 동작 앞에서 나만 홀로 중심을 잃고 흔들릴 때면 은근한 조급함이 밀려오곤 한다.
요가 선생님은 그저 조급해 하지 말고 오래 수련 하다 보면 다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위로 섞인 조언을 건넨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몸뚱이를 이끌고 내 멋대로 살아왔는데, 고작 1~2년 만에 기적처럼 모든 게 똑바로 고쳐질 리 없지 않은가. 빠른 효과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찰나 유튜브가 나를 A요가원으로 인도했다.
매일의 작은 쾌감을 위해

▲ 지속 가능한 요가를 위해.
bearsnap on Unsplash
그곳은 강도 높은 집중 보강 운동을 통해 몸의 정렬을 단기간에 바로잡아 주기로 유명했다. 짧고 굵게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후기들이 가득했다. 마침 이번 달에 그 요가원이 위치한 동네로 외출할 일이 생겼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내가 방문할 장소와 그 요가원의 거리는 걸어서 단 5분 거리였다.
'이건 운명인가? 시간이 맞으면 원데이 클래스라도 한번 들어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눈을 의심했다. 원데이 클래스 단체수업 1회 비용이 1인당 10만 원대였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요가의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아무리 좋은 수련이라도 돈을 너무 많이 들이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나는 그저 가능한 한 적은 경비로 가늘고 길게, 오래 오래 수련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으니,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언젠가 또 다른 좋은 선택지가 나타날 터였다.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때마다 조급한 마음에 자꾸 돈을 쓰기 시작하면 내가 그토록 바라는 요가의 지속 가능성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 뻔했다.
좋아 보이는 선택지에 돈을 쓰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다. 돈 안 쓰는 선에서 내 즐거움을 찾는 것 역시 습관이다. 그 습관이 쌓이면 능력이 될 거라 믿는다. 돈은 써야지 순환되어서 내게 좋은 것이 온다는 주장도 있지만 글쎄, 안 쓰다 쓸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어렵다는 걸 자주 본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A요가원의 보강운동은 상세한 튜토리얼 영상까지 올라와 있다. 수강료는 0원이다. 오프라인 수업에 직접 찾아가면 그곳 선생님이 개발한 보조 도구도 있다. 온라인 화면 상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선생님만의 예리한 핸즈온(자세 교정)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1회에 10만원을 태우는 건 내게 어색한 일이다.
나 역시 더 깊이 있고 멋진 아사나를 성공하고 싶다. 그래서 매일 땀을 흘리며 연습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 동작 하나가 끝내 안 된다고 해서 내 삶에 무슨 거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남들 다 하는 아사나가 나만 안 될지라도 요가원 가장자리 구석진 자리에서 매트 위로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서 있는 그 순간이야말로 내게 가장 큰 쾌감과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름난 유명한 선생님을 만나 직접 지도 받는 경험보다 매일의 작은 쾌감이 더 중요하다. 그 쾌감을 되도록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
0원으로 키우는 능력치
결국 나는 10만 원짜리 원데이 클래스 대신 우리집 거실에서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혼자 끙끙대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사정 없이 나뒹굴었다.
쿵.
그 소리 한 번에 10만 원의 값어치가 있을까, 없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과 다시 일어나 영상을 되감는 그 손가락 끝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돈을 쓰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반면 돈을 쓰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충만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누리는 것은 이 극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일종의 '능력'이다. 나는 오늘도 0원으로 능력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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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길게, '0원'으로도 즐거운 나의 요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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