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꽃밭, 왼쪽 위에서 부터 한련화, 금영화(흰색, 다홍색), 끈끈이대나물, 비올라, 사랑초
이정미
지금 꽃밭에는 사랑초, 한련화, 비올라, 끈끈이대나물, 금영화, 자주닭개비, 패랭이꽃이 한창이다.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아 이름을 모르는 꽃도 있다. 이번 주에는 반대편 밭 한 모퉁이를 꽃밭으로 만들어 백일홍과 샤스타데이지 씨앗을 뿌렸다. 무더운 여름 날, 알록달록 원색 백일홍이 주는 쨍한 에너지를 좋아한다. 하얀 샤스타데이지의 맑고 청아한 모습을 내 밭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꽃 사랑
가끔 동네를 걸으며 어르신들이 사시는 집을 둘러본다. 대문 앞에, 마루 아래 댓돌 위에, 마당 한 켠에 꽃 화분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예쁜 화분이 아니어도 고무통, 재배상자,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페튜니아, 튤립, 작약 등 계절 꽃을 키우신다. 밭 가장자리에도 메리골드, 낮달맞이꽃, 상사화, 붓꽃, 유채꽃과 같은 계절꽃이 피고 진다.
오랜 세월 함께 한 세간살이를 정갈하게 쓸고 닦으시고, 화초를 키우고 바라보는 소녀 같은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계신다. 농사일에 지쳐 마음에 여유가 있을까 싶은데 말이다. 꽃에는 긍정의 힘이 있다. 바라보는 순간 온통 환해지게 하는 힘. 눈가에 미소 주름이 잡히게 하는 힘 말이다. 어르신들은 아침 저녁으로 꽃과 얼굴을 마주하며 노동의 고됨을 잠시 내려놓기도 했으리라.
어르신들의 꽃 사랑을 바라보며 대문 앞에, 댓돌 위에, 마당 한 켠에 부디 오래도록 꽃이 피고 지기를 생각한다. 꽃을 가꾼다는 것은 여전히 삶을 지속할 힘과 애정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의 소박한 꽃밭 오월 한 가운데를 지나는 요즘 느루뜰에는 소박한 들꽃들이 활짝 피었다.
이정미
꽃을 사랑하는 방식
"꽃 사진 찍기 시작하면 나이 들었다는 증거야. "
그런가. 꽃 사진이 유독 많아진 것은 그러고 보니 40대를 한창 살고 있었던 때였던 것 같다. 20대, 30대는 앞가림 할 일들이 산더미라 꽃을 지긋이 바라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걱정도 불안도 많은 시기에 어쩌면 꽃, 숲, 정원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좀 덜 불안하고 좀 덜 걱정하며 여유 한 점 가질 수 있을 텐데.
'꽃 사진이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고 해도 좋다. 실제로 흰 머리 숭숭 나고 얼굴 피부가 늘어지는 나잇대를 살고 있으니까 . 지인 중에는 절대 꽃 사진을 카톡 프로필에 올리지 않는다고도 하더라만. 자식들도 "엄마 꽃 사진 올리지 마. 나이든 티 나" 한다고. 나이 들어가며 꽃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기뻐할 수 있어 나는 좋기만 하다.
내 프로필 단골 소재는 단연 '꽃'이다. 나는 우리 산천에서 피고 지는 들꽃이 하나같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어찌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 있을까. 찍고 또 찍는다. 사진 보관함 용량이 걱정될 때면 지우기를 반복하면서도 계속해서 꽃 사진을 찍는다. 이건 내가 꽃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 계절, 그때가 아니면 안 되니까. 담아 놓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니까. 아기 볼처럼 보드랍고 보송보송한 꽃잎을 감촉하는 일은 소소하지만 비할 바 없이 큰 행복이다.
쉼이 필요할 때, 적적할 때 나는 멍하니 꽃 사진을 바라본다. 사진을 찍었던 그 곳, 그 순간, 그때의 날씨가 떠오른다. 꽃 한 송이가 온통 한 계절이 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자신의 성장을 너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자 합니다.
공유하기
40대가 지나면 핸드폰 용량 꽉 차도록 찍는 것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