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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함정' 꺼낸 시진핑, 일본이 얼어붙은 이유

[미중 정상회담 후폭풍] 일본이 본 것은 화해가 아니라 '거래의 질서'였다

등록 2026.05.18 10:59수정 2026.05.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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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뒤 일본은 왜 환영보다 경계에 기울었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꺼낸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떠오르는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이 서로를 위협으로 인식할 때, 충돌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가 된다. 일본이 회담장에서 본 것도 화해의 장면이 아니라 ‘거래의 질서’였다. 대만은 얼마나 뒤로 밀렸는가, 희토류는 어떤 협상 카드가 됐는가, 미국의 동맹 약속에는 어떤 빈칸이 남았는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느낀 불안을 대만·희토류·동맹의 관점에서 읽어본다.[기자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미중 정상회담 내용 설명 2026년 5월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뒤 기자단에게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 직후 에어포스원에서 일본 총리에게 전화해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자료=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미중 정상회담 내용 설명 2026년 5월 1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뒤 기자단에게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 직후 에어포스원에서 일본 총리에게 전화해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자료=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일본 내각(관방)홍보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일본 언론이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인 표현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꺼낸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낯선 정치학 용어처럼 들리지만 뜻은 단순하다. 떠오르는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이 서로를 위협으로 인식하다가 결국 충돌로 치닫는 구조를 가리킨다.

시진핑은 이 함정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평화의 언어다. 그러나 일본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중국이 미국에 "전쟁을 피하려면 대만 문제에서 선을 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TBS 보도는 시 주석이 카메라 앞에서 "중미 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방식을 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대목을 짚었다. 같은 보도는 이 표현을 신흥국과 기존 패권국 사이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지는 구조로 설명했다.

일본이 놀란 것은 용어의 난해함 때문이 아니다. 그 말이 놓인 자리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대만 문제를 미중관계의 핵심 위험으로 다시 올려놓았다. 로이터 일본어판에 따르면 중국 측 발표에는 대만 문제가 미중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취지가 담겼지만, 미국 측 요약에는 대만 언급이 빠졌다. 이 비대칭이 일본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말했고, 미국은 말을 아꼈다. 일본의 불안은 바로 그 침묵에서 시작된다.

에어포스원의 첫 번째 전화: 배려인가, 불안 관리인가

미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 에어포스원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일본 정부가 즉각 부각한 장면이었다. '첫 번째 전화'라는 순서도, 대통령 전용기에서 직접 걸었다는 형식도 도쿄가 미일동맹의 긴밀함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중국과 마주 앉은 미국 대통령이 회담 직후 일본 총리에게 내용을 설명했다면, 겉으로는 분명 동맹 관리의 신호다.

그러나 그 신호는 안도감으로만 해석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통화 뒤 "중국 방문에 관해 상당히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고, 경제안보와 안보를 포함한 중국 관련 현안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만이었다. 기자들이 대만 문제가 논의됐는지 묻자 그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로이터 일본어판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설명은 있었지만 공개 확인은 없었다. 바로 이 차이가 일본 여론의 불안을 키웠다.

일본이 알고 싶었던 것은 전화가 있었느냐가 아니었다. 그 전화가 대만, 희토류, 동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의 선을 어디까지 보여주었느냐였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고, 일본은 대만 유사시의 최전선과 가까운 국가다. 그런데 통화 뒤 남은 것은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는 문장과 "구체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침묵뿐이었다. 동맹의 형식은 확인됐지만, 동맹의 내용은 여전히 가려졌다.


TV아사히가 보도한 것처럼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대응에서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그것은 외교적으로 필요한 절차다.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미중 회담 뒤 흔들리는 일본 여론을 달래기 위한 불안 관리의 성격도 갖는다. 에어포스원의 전화 한 통은 워싱턴이 도쿄를 배려했다는 증거인 동시에, 도쿄가 워싱턴의 모든 판단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 장면의 핵심은 '전화가 왔다'가 아니다. '전화가 왔는데도 불안이 남았다'는 데 있다. 미일동맹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미중 거래의 실제 내용이 동맹국 국민에게 투명하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여론이 싸늘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이다. 안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비공개 설명과 침묵 사이에 놓일 때, 전화는 신뢰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불안을 관리하는 장치가 된다.


희토류는 기대, 대만은 공포

일본의 반응이 복잡한 이유는 경제와 안보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에는 미중관계가 안정되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자동차, 전기차, 전자부품, 방위산업까지 희토류와 자석 소재 없이는 돌아가기 어렵다. 로이터는 미중 회담 전 일본 정부 안에서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이 일본에 유리한 거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강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대만이다. 일본 입장에서 희토류는 공장의 문제지만, 대만은 오키나와와 난세이 제도, 센카쿠 주변 해역, 미일동맹의 실효성을 한꺼번에 건드리는 문제다. 로이터는 대만이 일본 영토에서 약 110km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그래서 일본은 미중 화해를 마냥 반기지 못한다. 중국이 희토류를 조금 풀어주더라도,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넘어 거래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일본 안보의 계산식은 더 복잡해진다. 일본의 고민은 "중국과 싸울 것인가, 화해할 것인가"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중국과 경제를 이어가면서도 대만과 동중국해에서 밀리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이다.

일본 여론은 이미 사설 밖으로 나왔다

이 불안은 일부 외교 전문가의 논평에 머물지 않는다. 일본 사회의 안보 감각이 바뀌고 있다. 내각부 조사에서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주변 해역 활동을 주요 방위 관심사로 꼽은 응답은 68.1%였다. 로이터는 이 수치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보다 높게 나타났고, 자위대에 대한 호감도도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교도통신 여론조사도 일본의 균열을 보여준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48.8%, 반대는 44.2%였다. 로이터는 이 조사를 보도하며 일본 국민이 대만 문제를 두고 팽팽하게 갈라졌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를 "일본이 전쟁을 원한다"는 식으로 읽으면 오독이다. 더 정확한 해석은 일본인들이 전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안보 문제를 일상 정치의 언어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는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 안전'에 가까웠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활동, 대만해협 긴장, 희토류 압박, 미국의 거래주의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본 사회는 묻기 시작했다. 과연 미국은 끝까지 일본 편인가. 중국과 경제를 유지하면서 안보를 지킬 수 있는가. 일본 정부는 어디까지 공개하고 어디부터 숨기는가.

중일회담의 의제는 이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후폭풍은 향후 중일회담 의제에도 직접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 여론이 흔들릴수록 다카이치 정부는 중국에 쉽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과 대화를 끊을 수도 없다. 일본 산업은 중국 시장과 소재 공급망에 깊이 연결돼 있고, 중국은 희토류·관광·수산물·문화 교류 같은 비군사 수단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중일회담의 의제는 과거처럼 '관계 개선'이라는 포괄적 표현만으로 정리되기 어렵다. 첫째, 대만 문제와 동중국해 위기관리 체계가 전면에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문제 삼을 것이고, 일본은 중국의 군사활동과 해경선 움직임을 문제 삼을 것이다. 둘째, 희토류와 군민양용 품목의 수출규제가 핵심 경제 의제로 떠오를 것이다. 중국은 안보를 이유로 수출 관리를 정당화하고, 일본은 그것이 사실상 경제적 압박이라고 반박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양국 국민의 안전과 기업 활동 보장이 의제가 될 것이다. 대만 문제 하나가 외교 갈등을 넘어 관광, 공연, 소비재, 기업 심리까지 흔드는 장면을 일본은 이미 경험했다.

중일관계 개선은 그래서 더 어려워졌다. 회담을 열 수는 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웃는 사진이 곧 관계 회복을 뜻하지 않는다. 미중이 '전략적 안정'을 말할수록 일본은 중국과의 양자 회담에서 더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요구하게 된다. 중국 역시 일본을 미국의 전초기지로만 보지 말라고 압박할 것이다. 양국 모두 대화를 원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대화의 목적이 다르다.

2010년 센카쿠의 기억, 일본 실패학의 원형

일본이 희토류 문제에 예민한 데에는 과거의 기억도 있다. 2010년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뒤, 일본은 중국발 희토류 공급 차질을 겪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공식 금수 조치를 부인했지만, 일본 산업계는 희토류 공급망이 외교 갈등에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했다. 로이터는 당시 중국 상무부가 금수조치를 부인했다고 전했고, 세계경제포럼은 이 사건을 일본이 희토류 의존을 줄이는 계기로 설명했다.

이 사건은 일본식 실패학의 좋은 사례다. 실패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다. 2010년 일본은 "법과 원칙"을 앞세웠지만, 경제 압박이 들어오자 공급망의 취약성을 뒤늦게 확인했다. 2026년 일본은 다시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대만과 센카쿠를 말할수록 희토류와 산업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희토류를 얻기 위해 대만 문제에서 목소리를 낮추면, 일본의 안보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일본 여론의 불안은 바로 이 딜레마에서 나온다. 강경해도 위험하고, 침묵해도 위험하다. 미국을 믿어도 불안하고, 중국과 거래해도 불안하다. 미중 정상회담이 일본에 남긴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선택지의 협소함이었다.

올해 더 이어질 회담, 일본의 진짜 걱정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대목은 이번 베이징 회담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로이터 일본어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9월 24일 미국 방문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 접촉이 이어질수록 일본은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대만이 어디까지 논의됐는가. 희토류 문제는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미국은 일본을 설명의 대상으로만 보는가, 협의의 상대로 보는가.

반복되는 회담은 반복되는 안심이 아니라 반복되는 거래의 가능성이다. 일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중 충돌만이 아니다. 오히려 미중이 충돌을 피한다는 명분 아래 주변국의 안보 문제를 양자 거래의 부속 항목으로 처리하는 장면이다. TBS는 "일본의 머리 위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제기했고, TV아사히는 미국이 중국과의 안정을 중시할 경우 일본이 유사시 미국을 온전히 의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을 전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험이 사라진 순간이 아니다. 위험이 보이지 않게 처리되는 순간이다. 일본이 이번 회담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그래서다. 미중이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이 평화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일본이 알지 못하는 거래의 시작일 수도 있다.

다카이치의 침묵이 남긴 질문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문제를 묻지 못했는지, 묻고도 말하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만이 아니다. 국민이 무엇을 의심하기 시작했는가도 중요하다. 지금 일본 사회가 의심하는 것은 하나다. 미국이 중국과의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안보 우려를 뒤로 미룰 수 있는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원래 미중 충돌의 위험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 뒤 일본에서 그 말은 다른 의미를 얻었다. 강대국이 충돌하지 않기 위해 서로 거래할 때,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일본은 그 질문 앞에서 얼어붙었다.

미중 정상회담은 끝났지만 일본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희토류는 공장을 붙들고, 대만은 안보를 붙들고, 다카이치의 침묵은 미일동맹의 빈칸을 붙든다. 일본이 지금 보내는 조기경보는 단순한 반중 감정이 아니다. 거래가 질서처럼 포장되는 시대, 동맹국조차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불안의 정치학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계명대학교 일본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AI시대의 안전경제학: 글로벌 불확실성 및 위기관리" 및 "북핵 리스크 관리와 국제안보레짐의 변용", 『포스트 제국주의』(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II: 경제』(공저), 『한일 관계의 긴장과 화해』(편저)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투키디데스의함정’꺼낸시진핑 #트럼프대통령안전혁명에어포스원 #다카이치사나에수상전화통화 #미중정상회담대만해협호르무즈 #김영근교수고려대글로벌일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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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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