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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또는 오토바이... 이동 수단이 보여주는 여행자의 태도

목적지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등록 2026.05.18 13:33수정 2026.05.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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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프랑스에서 오신 걷는 여행자, 샹탈 할머니는 걸으면서 마주치는 사람과의 친교를 즐긴다. 이 분은 유럽과 중남미 곳곳에 친한 친구가 많다. 대부분은 이렇게 걸으면서 조우하고 그 지역을 다시 방문함으로써 친구로 발전하였다. 여행자의 이동 수단은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넘어 그가 무엇을 기준 삼아 어떻게 세상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오신 걷는 여행자, 샹탈 할머니는 걸으면서 마주치는 사람과의 친교를 즐긴다. 이 분은 유럽과 중남미 곳곳에 친한 친구가 많다. 대부분은 이렇게 걸으면서 조우하고 그 지역을 다시 방문함으로써 친구로 발전하였다. 여행자의 이동 수단은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넘어 그가 무엇을 기준 삼아 어떻게 세상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안수

느림과 시간의 밀도

길 위에서 마주치는 여행자들이 택하는 이동 수단은 제각각이다. 벨기에의 세드릭(Cédric)은 중남미를 걷기 위해 직장에 2년간의 안식년을 신청했다. 에콰도르의 세바스티안(Sebastián)은 자전거를 활용한다. 이탈리아 국경에 인접한 프랑스 출신의 마리(Marie)는 대양을 건너는 방식으로 배만을 고집한다. 우리는 육로가 막히지 않는 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세드릭은 이번이 두 번째 안식년이다. 첫 번째 안식년에는 동남아에서 산이나 강으로 격리된 외진 곳을 걸으며 작은 마을들의 삶을 만났다. 이번에도 지역만 바뀌었을 뿐, 자연 깊숙한 곳을 걸으며 마을과 사람을 만나고 있다.

자전거로 아메리카를 여행하는 에콰도르 키추와(Kichwa) 족인 세바스티안은 자전거야말로 자신이 속한 안데스 지역 밖의 다른 원주민 삶을 더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여겼다.

사진가인 마리(Marie)는 알프스에서 일하면서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그 결심을 한 10년 전부터 그녀는 여러 번 대서양을 건너고 여러 바다를 오갔지만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그 다짐은 점차 확장되어, 타인과 어떻게 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미국의 강화된 봉쇄로 삶이 더욱 궁핍해진 쿠바인들을 위해 식량과 의약품을 싣고 쿠바로 향하는 항해에 나섰다.

우리가 대중교통을 택해 낮에만 이동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두 지점 사이의 자연환경과 인문 환경을 차창 너머로나마 살피며, 그곳 삶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왜 단절되었는지를 읽어내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로컬 버스 안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미리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비행기와 자동차가 목적지 중심의 이동이라면, 다른 수단들은 과정에 더 무게를 둔다. 속도는 마음에 닿는 풍경의 결을 바꾸고, 느림이 주는 시간의 밀도는 생각의 깊이를 결정한다.

창문 밖에서 풍경을 보는 모터사이클 라이딩


5월 15일(금요일), 호스텔에서 모터사이클 여행자인 살바도르(Salvador, 62세)와 알렉스(Alex, 58세) 형제, 그리고 그들의 친구 카를로스(Carlos, 59세)를 만났다.
멕시코에서 투어링 한 곳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루트의 물음에 대한 살바도르의 답변. "티후아나에서 카보 산 루카스까지 이어지는 바하 반도 종단 루트인 멕시코 1번 국도(Carretera Federal 1)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왕복하는 190번 국도((Carretera Federal 190) 중 멕시코시티에서 오악사카까지의 루트도 산악지대를 넘으면서 전통 마을과 고원 풍경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라이더들은 이 도로를 'Libre is the ticket(자유(무료)가 정답이다'이라고 하기도 하죠. 태평양 연안 도로인 200번 국도 (Carretera Federal 200)와 치아파스 정글과 마야 유적지를 연결하는 307번 국도 (Carretera Federal 307)도 좋습니다."
▲멕시코에서 투어링 한 곳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루트의 물음에 대한 살바도르의 답변. "티후아나에서 카보 산 루카스까지 이어지는 바하 반도 종단 루트인 멕시코 1번 국도(Carretera Federal 1)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왕복하는 190번 국도((Carretera Federal 190) 중 멕시코시티에서 오악사카까지의 루트도 산악지대를 넘으면서 전통 마을과 고원 풍경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라이더들은 이 도로를 'Libre is the ticket(자유(무료)가 정답이다'이라고 하기도 하죠. 태평양 연안 도로인 200번 국도 (Carretera Federal 200)와 치아파스 정글과 마야 유적지를 연결하는 307번 국도 (Carretera Federal 307)도 좋습니다." 이안수

지난 월요일(5월 11일) 멕시코시티를 출발해, 오악사카 태평양 연안 도시 푸에르토 에스콘디도(Puerto Escondido)에서 해변을 만끽한 뒤 멕시코시티로 돌아가는 여정이었다. 멕시코시티에서 오악사카까지 약 460km, 오악사카에서 푸에르토 에스콘디도까지 약 190km로 편도 650km를 왕복하는 총 5일간의 투어링이었다.

그들은 이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떠났던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른 것이었다.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인 살바도르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며, 이번 투어링은 고향을 방문한 그와의 우정 여행이라고 했다. 모터사이클을 여행의 수단으로 택한 이들의 마음이 궁금해, 주차장으로 향하던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세 사람의 모터사이클은 각각 최고 시속 120km와 140km까지 낼 수 있는 중형급 어드벤처 바이크였다. 62세의 나이에 장거리 투어링을 이어가는 것이 무리는 아닐까 물었다.

"몇 시간씩 바이크 위에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이 바이크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오겠지요. 그때는 더 경량인 모델로 바꿀 생각입니다. 더 멀리 가고 싶은 욕구는 여전합니다. 시간이 충분해지면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돌아오는 투어링도 해볼 생각이에요."

나이는 허리에 통증을 남기기도 하지만, 더 멀리 가고픈 욕구를 잠재우지는 못하는 듯했다. 그 욕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모터사이클은 자동차가 줄 수 없는 시야와 자연과의 접촉을 선사합니다. 차 안에 있으면 갇힌 느낌이 드는 반면, 바이크 위에서는 야생에 그대로 노출된 듯한 감각이 살아납니다. 그것은 일종의 중독이에요."

라이딩 중에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도 했다. 오히려 생각을 비워내는 순간, 더 많은 자연과 맞닿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멕시코 전역에 여러 지부를 둔 라이더 클럽의 '록키 포인트 라이더스' 회원들이 5월 16일 오악사카의 알라메다 데 레온(Alameda de Leon) 광장에서 지역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라이딩이라는 '자유'의 취향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봉사로 연대를 확장했다. '암에 맞서는 희망의 전달자(Estafeta Contra El Cancer)'는 암 환자를 돕는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모금 활동이나 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프로젝트이다.
▲멕시코 전역에 여러 지부를 둔 라이더 클럽의 '록키 포인트 라이더스' 회원들이 5월 16일 오악사카의 알라메다 데 레온(Alameda de Leon) 광장에서 지역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라이딩이라는 '자유'의 취향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봉사로 연대를 확장했다. '암에 맞서는 희망의 전달자(Estafeta Contra El Cancer)'는 암 환자를 돕는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모금 활동이나 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프로젝트이다. 이안수

각자의 이동 방식은 각자의 존재 방식

매일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찾아온다. 그러나 그 하루를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살아낼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삶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만나고 싶은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이동 수단의 선택에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여정의 끝에서, 각자가 마주하는 결과 역시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선택된 방식으로 길을 가는 이들도 있다. 화물열차 지붕 위에 앉아서, 때로는 걸어서 이곳까지 닿은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 이동 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이들, 중남미의 이주민들이다. 베네수엘라를 떠나온 오마르(Omar)도 그런 사람이다.

두타행(頭陀行)은 불교에서 수행자가 실천하는 두타(dhūta :산스크리트어의 '떨쳐내다'의 뜻) 수행을 뜻한다. 초기 불교에서 수행자들이 실천했던 청빈하고 엄격한 수행 규범이다. 나무 아래서 머물고, 걸식으로만 생활하며, 낡은 옷을 입고, 하루 한 끼만 먹는 삶.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어떤 이의 여행 방식은 그 두타행의 현대적 실천처럼 보이기도 한다.

낯선 땅의 이방인인 여행자의 이동 방식은 각자의 존재방식의 물음에 스스로 내린 답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이동방식 #두타행 #모터사이클 #오악사카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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