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격차 어떻게 줄일까? 공공병원 세운 성남의 질문

[2026 지방선거, 의료붕괴 현실을 말하고 대안을 묻는다 ④ ] 한 도시 안의 두 세계, 성남시의 건강격차

등록 2026.05.18 11:33수정 2026.05.18 11:33
0
2026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코앞이다. 연일 응급실 뺑뺑이 비극 소식이 들려오고 지역의료 붕괴의 현실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지금, 이번 지선은 공공의료 선거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자들 중에 제대로 된 공공의료 대책을 내놓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의료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대변하는 지역 정치는 어디로 실종되었단 말인가? 이에 지역의료붕괴를 해결할 ‘좋은 공공병원’을 세우기 위해 활동해온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각 지역 공공의료 현안에 대한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이 글은 그 네번째 글이다.[기자말]
경기도 성남시는 공공의료 표준 도시의 모델로 타 도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 조례제정운동을 통해 공공병원을 건립했으며, 설립 전후로 20년간 다양한 공공의료 정책을 통해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고,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 왔다.

한 도시 안의 두 개의 세계

그러나 지금 성남은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수명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도시이기도 하다. 수정구·중원구(원도심)와 분당구(신도심)의 격차는 '한 도시 안의 두 개의 세계'라고 부를 만큼 극명하다.

먼저 인구 구조를 보면, 수정구는 고령화율이 높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분당구는 30~40대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소득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분당구 평균 소득은 수정구·중원구보다 1.5배~2배 높다. 반대로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원도심이 2~3배 높다.

교육 수준, 주거 환경, 직업 구조도 다르다. 대졸 이상 비율은 분당구가 원도심보다 1.5배 이상 높고, 분당구는 아파트 중심의 신도시인 반면, 수정구·중원구는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비율이 높다. 또, 분당구는 전문직·사무직 비율이 높은 반면 원도심은 서비스직·단순노무직 비율이 높다.

교육 수준은 건강 정보를 이해하고 예방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능력과 직결되고, 주거 환경과 직업은 주민들의 만성질환 유무와 노동강도, 산재 위험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차이는 재정 격차로 이어진다. 분당구의 지방세 수입은 수정구와 중원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사회경제적 격차가 성남의 모든 영역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성남인데 왜 더 아픈가


이런 사회경제적 격차는 결국 건강 격차로 이어진다. 2018년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분석 결과, 성남시 분당구는 건강수명 74.8세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분당구 안에서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차이는 약 8년에 달한다.

원도심은 전국 중위권 수준이다. 같은 성남시민인데 어디에 사느냐,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최대 10년 이상 수명이 달라진다. 심장질환·뇌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 사망률도 원도심에서 더 높고, 자살률 역시 높은 경향을 보인다.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도 원도심에서 높다. 더 큰 문제는 관리율이다. 분당구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이용하며 질환을 관리하는 반면, 원도심 주민들은 경제적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과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역시 원도심이 더 취약하다. 이러한 의료 접근성의 격차는 결국 건강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병원도 의사도 '분당 쏠림'

그렇다면 의료 인프라는 어떻게 분포되어 있을까? 분당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차병원·제생병원 같은 대형병원이 몰려 있다. 반면 원도심에는 2020년에 개원한 성남시의료원이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일차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도 분당구에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분당구 4.5명, 원도심 1.5명으로 3배 차이가 난다. 응급의료 접근성도 마찬가지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에 있고, 응급실까지 평균 도달 시간도 분당구는 10분 이내, 원도심은 15~20분으로 차이가 있다. 결국 성남시의료원은 원도심 공공의료의 핵심 기반이자 응급의료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 격차를 만드는 사회구조

건강 불평등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결과이다. 성남시 건강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도 분명하다.

첫째, 도시 개발의 불균형이다. 1990년대 분당 신도시 개발 이후 원도심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었고, 2000년대 판교 개발 이후 격차는 더 커졌다.

둘째, 소득·교육 격차의 공간적 분리이다. 부유층은 분당에, 저소득층은 원도심에 집중되면서 격차가 심화되었다.

셋째, 의료 자원의 분당 편중이다. 병원도,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분당에 몰려 있다.

넷째, 건강 증진 인프라의 격차이다. 공원만 해도 분당구와 수정구의 공원면적 격차가 3배에 달한다. 이러한 환경 불평등은 건강 불평등과 직결된다.

다섯째, 공공의료 부족이다. 성남시는 민간 병원 중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민간 병원은 수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취약계층과 필수 의료를 충분히 책임지기 어렵다.

공공병원이 없으면 이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결국 건강 불평등 해소의 첫 번째 과제는 성남시의료원의 정상화이다.

지방선거는 건강 불평등에 답해야 한다

건강 불평등 해소는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가 되어야 한다. 공공의료와 공공병원 문제 역시 주요 정책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공공의료 정책은 재개발·재건축과 교통 정책에 밀려 주요 의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성남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공병원 건립, 시민주치의제, 공공산후조리원,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성남시의료원 운영 문제 등 공공의료 정책을 둘러싼 논쟁과 실험을 이어왔다. 그러나 성남시의료원을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 만들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6년 지방선거 이후 성남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성남시의료원의 위탁 추진을 중단하고, 성남시의료원 정상화와 공공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

둘째, 원도심 중심으로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 성남시의료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보건소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의료 기반을 더 확충해야 한다.

셋째,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 원도심 재생, 일자리, 교육, 공원과 돌봄 정책까지 함께 접근해야 건강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

다섯째, 건강 불평등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응급-재활-퇴원-돌봄으로 이어지는 공공의료 통합 체계를 마련해 '치료 이후까지 책임지는 병원을 완성해야 한다.

성남은 이미 공공병원을 세운 도시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시민의 삶과 건강을 누구의 책임으로 둘 것인가? 성남의 공공의료가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건강불평등을 줄이는 도시, 주소가 수명을 결정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논의는 이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공동대표입니다.
#성남시 #공공의료 #건강격차 #건강불평등
댓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지역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시민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제공되는 민주적인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투쟁합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2. 2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3. 3 아기띠 메고 7.3km 행군, 고속 노화의 여름이었다  아기띠 메고 7.3km 행군, 고속 노화의 여름이었다
  4. 4 "김혜경 여사,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손 털었다" 거짓 "김혜경 여사,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손 털었다" 거짓
  5. 5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