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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묘역 참배한 목회자들 "우리에게 5·18은 현재진행형"

[현장] 일하는예수회 목회자들, 5·18민주묘지 참배하며 동료들 기억... 상처와 책임감 안고 살아가

등록 2026.05.19 11:09수정 2026.05.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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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날마다 5·18인데, 내가 뭐 하러 거기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정태효 목사가 동생에게 "너도 5.18 기념식에 참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두 번의 연행과 지워지지 않은 5월의 기억

정 목사의 동생 정아무개씨는 1980년 당시 전남대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5월 18일 길을 가다 계엄군에 두 차례 붙잡혔다.

첫 번째 연행 때는 "나는 시위 참여자가 아니다"라고 강력히 항의하다 폭행당한 끝에 풀려났다. 두 번째 붙잡혔을 때는 이미 계엄군의 대검에 찔려 숨진 여러 시신을 본 뒤라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고 상무대 군 영창에 갇혔다.

정태효 목사 국립 5.18 민주묘역에서 방명록을 작성 중인 정태효 목사
▲정태효 목사 국립 5.18 민주묘역에서 방명록을 작성 중인 정태효 목사 존스 갈랑 제공

부모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소용없었다. 정씨는 5월 27일 무렵에야 겨우 풀려났다. 그는 귀가 도중 만난 시민들로부터 "지금 집에 가면 다시 붙잡힐 수 있으니 도청으로 가 있으라"는 말을 듣고 당시 광주 금남로에 있던 전남도청을 향해 갔다.

하지만 그 무렵 도청은 이미 계엄군 진압 작전 직전의 상황이었다. 정 목사는 "동생이 자세히 말하지 않기에 정확한 경위는 모르지만, 그 혼란 와중에 가까스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귀가 이후 동생은 이전과 전혀 달라졌다. 몸을 심하게 떨고 헛소리를 중얼대며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총소리와 헬기 소리, 널브러진 시신 등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동생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오랜 세월 정신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최근 들어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후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망상 증세가 남아 있어 정상적인 직장 생활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정 목사 동생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5·18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다.


호죽 정진동 목사 묘소 일하는예수회 회원들이 5.18민주묘역 호죽 정진동 목사 묘소에 들러 참배한 뒤 고인을 회고하는 중이다.
▲호죽 정진동 목사 묘소 일하는예수회 회원들이 5.18민주묘역 호죽 정진동 목사 묘소에 들러 참배한 뒤 고인을 회고하는 중이다. 정병진

5·18 묘역을 찾은 목회자들

지난 18일, 일하는 예수회(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회원 20여 명은 국립5·18민주묘지와 구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일하는 예수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PCK) 소속 목회자들 가운데 1960~1970년대 산업 선교 운동의 흐름을 잇던 이들이 1983년부터 공단 지역 노동자 목회를 위한 훈련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단체다.

당시 민중 목회 훈련에 참여한 목회자들 상당수는 5·18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이들이었다. 이 단체 목회자들에게 5.18민주묘역은 삶의 중심추 같은 역할을 한다.

회원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 이경로 목사의 묘소였다. 이 목사는 전남 광주 하남 지역에 민중교회를 세워 노동자와 주민들을 섬기다가 1995년 교통사고로 별세(향년 38세)했다.

고 이경로 목사 호남신학대 재학시절 5.18 4주기 추모예배 순서를 맡아 강단에 선 고 이경로 목사
▲고 이경로 목사 호남신학대 재학시절 5.18 4주기 추모예배 순서를 맡아 강단에 선 고 이경로 목사 일하는예수회 제공

유족에 따르면 그는 5·18 당시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를 하다가 들이닥친 계엄군의 곤봉에 어깨를 크게 다쳤고, 이후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는 생전 "5·18을 겪은 광주 지역 목회자 가운데 민중목회를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느냐"는 선배의 말에 "내가 하겠다"고 자원했다고 한다.

안정된 기성교회 목회의 길 대신 민중 목회의 길을 택한 배경에도 오월의 경험이 자리하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공식적인 5·18 관련자로 인정받지 못해 시민 묘역에 안장돼 있다.

오규만 목사 묘소에 선 일하는예수회 회원들 암 발병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별세한 오규만 목사 묘소에 선 동료 목회자들
▲오규만 목사 묘소에 선 일하는예수회 회원들 암 발병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별세한 오규만 목사 묘소에 선 동료 목회자들 손은정 목사 제공

이후 회원들은 5·18 구묘역에 안장된 고 김병균 목사의 묘소를 찾았다. '광야의 소리'라는 필명을 즐겨 사용한 김 목사는 5·18 항쟁 참여 이후 50여 년 동안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농촌목회에 헌신했다. 오월어머니상을 비롯해 세계인권선언 공로상, 목민상 등을 수상한 것도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지난 2023년 3월 30일 급성 폐렴으로 별세(향년 75세)했다. 그는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도 역사 왜곡과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는 집회 현장에 나서 목이 쉬도록 외쳤다. 평생 폐 질환이 있었지만, 몸 사리지 않았다. 동료들은 시국 집회 현장을 누비며 사자후를 토하던 김 목사의 부재를 아쉬워하였다.

추모탑 앞에 선 일하는예수회 회원들 국립 5.18민주묘역 추모탑 앞에 선 일하는예수회 회원들. 동료의 부축을 받은 채 엉거주춤 선 이가 김규복 목사이다(왼쪽 두 번째) /
▲추모탑 앞에 선 일하는예수회 회원들 국립 5.18민주묘역 추모탑 앞에 선 일하는예수회 회원들. 동료의 부축을 받은 채 엉거주춤 선 이가 김규복 목사이다(왼쪽 두 번째) / 손은정 목사 제공

이어 회원들은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동료 목회자인 고 오규만 목사의 묘를 참배했다. 오 목사는 경기공업전문학교 재학 시절 5·18 항쟁에 참여했다가 제적됐으며, 이후 5·18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신학을 공부한 뒤 민중교회 훈련을 받아 목회 활동에 나섰지만 암 투병 끝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향년 55세). 유미란 목사는 "오 목사는 늘 병약했지만 누구보다 밝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격려하며 희망을 주던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회원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이는 '청주 지역 민중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호죽 정진동 목사였다. 정 목사는 1980년 4월 공주교대 강연에서 "사회적 특혜를 받은 대학생들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수사당국은 그를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과 연결하려 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했고, 이후 그는 5·18 관련자로 인정돼 민주 묘역에 안장됐다.

끝나지 않은 5월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날 참배에 참석한 김규복 목사(대전 빈들교회 원로)의 걸음은 유난히 느렸고, 동료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가끔 쉬어야 했다. 김 목사는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일대에서 약 10만 명의 학생이 "계엄 철폐", "신군부 퇴진"을 외쳤던 이른바 '서울역 회군' 시위의 주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이후 수배자가 돼 도피 생활을 하다 전남 순천에서 체포됐고, 이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970년대 유신 반대 투쟁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이날도 걷기가 몹시 불편한 상태였지만 동료들과 함께 묘역 참배 행진에 끝까지 함께 하였다.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광주에 대한 죄책감이 컸습니다."

김 목사는 수배 생활 당시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선배를 통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광주의 참상을 전해 들었지만, 석방 이후에도 오랫동안 광주를 찾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5.18민주묘역을 찾은 사람들 걸음 위에는 갖가지 서로 다른 오월이 아로새겨 있었다. 누군가는 5.18에서 삶의 시계가 멈춘 상태로 상한 몸으로 살아가는 중이고, 누군가는 평생 시대의 부채를 짊어진 상태로, 또 누군가는 앞서간 이들이 남긴 시대적 과업의 책임감으로 살고 있었다. 적어도 이들에게 5·18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 분명해 보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518 #518민주화운동 #민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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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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