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만 걸으면 진주가 한눈에, 황톳길까지 걸었습니다

진주 비봉산 산책...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등록 2026.05.19 15:25수정 2026.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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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지난 17일 오전 9시, 걷기 모임 회원들과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 모였습니다. 진주에 살면서도 진주를 제대로 몰랐다는 이야기가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늘 가까이 있던 도시였는데, 비봉산 숲길에 들어서자 진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차들이 오가는 도로와 봉황교 아래를 지나 몇 걸음만 옮겼을 뿐인데, 도심의 소리는 뒤로 밀리고 초록의 그늘이 앞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비봉산으로 오르는 길은 거칠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길과 흙길, 자잘한 자갈길이 번갈아 이어졌습니다. 양옆으로 나무들이 가지를 낮게 드리우고 햇살을 잘게 걸러 주었습니다. 바닥에는 잎 그림자가 흔들렸고,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저마다의 속도로 숲 안쪽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뛰는 사람도 있었고,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산은 누구에게나 자기 속도만큼 곁을 내어주었습니다.


봉황교 아래에서 15분, 대봉정에 올라 만난 진주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숲 속에는 찔레꽃도, 산딸나무 꽃도 피어 있었습니다. 짙은 초록 사이에 흰빛이 섞이니 길의 표정이 한결 환해졌습니다. 돌탑 앞에서는 걸음이 잠시 느려졌습니다. 누군가 하나씩 올려놓은 돌에는 바람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듯했습니다.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출발해 15분쯤 걸었을까요. 숲길이 조금씩 높이를 얻더니 이내 대봉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옥 누각의 지붕선은 파란 하늘 아래 단정했고, 마룻바닥은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누각에 올라 진주 시내를 바라보았습니다. 눈앞으로 펼쳐진 풍경은 파노라마 같았습니다. 남강 물길로 보이는 푸른 선, 빽빽한 건물, 멀리 이어지는 아파트 숲과 산 줄기가 한 화면에 들어왔습니다. 화려하게 압도하는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담백했습니다. 그래서 더 정겨웠습니다.

비봉산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진주 도심을 에워싼 산 덕분에, 걷는 내내 진주가 한 번에 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잎사귀가 걷히는 순간마다 도시가 잠깐씩 나타났습니다. 그 재미가 참 좋았습니다. 가까운 잎은 선명했고, 먼 도시는 흐렸습니다. 그 거리감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익숙한 진주가 숲의 틈 사이로 낯설게 보였습니다.


길이 갈라지는 곳마다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봉황교, 말티고개, 향교, 삼전빌라, 비봉산 정상, 봉황숲 생태공원, 봉산사와 의곡사 방향이 차례로 보였습니다. 이정표 속 지명들은 진주 도심 주변의 숨은 길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봉황교 주차장에서 시작해 대봉정, 에나길, 맨발 황톳길, 비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입니다.

도심 속 초록빛 향연, 비봉산 정상까지 걷는 길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대봉정을 지나 다시 숲길로 들었습니다. 비봉산 대봉 숲사랑길 안내판을 지나니 설명보다 먼저 풀 냄새가 다가왔습니다. 길은 좁아졌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 줄로 이어졌습니다. 왼쪽으로는 숲이 깊어졌고, 오른쪽으로는 나무 사이사이로 도시의 건물이 살짝 보였습니다. 산과 도시는 서로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나뭇잎 한 장 너머에 도심이 있었습니다.

길은 어느 순간 에나길 안내판 앞에 닿았습니다. 낡은 나무 안내판에는 진주 에나길이라는 이름이 또렷했습니다. 에나라는 말은 '참, 정말'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그 이름 때문인지 길도 괜히 더 진주다웠습니다. 꾸민 말보다 오래 걸어온 발자국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산책로 옆으로는 좁은 흙길이 휘어지고, 숲은 그 길 위에 그늘을 넓게 얹었습니다.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이어 만난 곳은 비봉산 맨발 황톳길이었습니다. 안내판에는 맨발 황톳길이 약 500m, 신발을 벗고 붉은 황토 위를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초록 숲 사이로 난 붉은 길은 사진보다 더 선명했습니다.

봉황숲 쉼터 쪽으로 오르자 풍경은 다시 넓어졌습니다. 쉼터와 정자, 큰 나무 그늘이 한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자갈이 깔린 마당에는 벤치와 탁자가 있었고, 둥글게 둘러싼 돌들이 작은 쉼터의 경계를 만들었습니다. 큰 나무는 그늘을 아낌없이 내렸습니다. 산길을 걷다 만나는 이런 자리는 목적지가 아니어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잠시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람 한 줄기 기다리기 좋은 자리였습니다.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비봉산 정상에 닿았습니다. 142m로 사람을 압도하는 산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담한 높이 덕분에 더 가까웠습니다. 진주 도심 한가운데서 이만큼 짙은 초록빛의 향연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발 아래로는 도시가 놓이고, 눈앞으로는 나무들이 겹겹이 흔들렸습니다. 높은 산을 오른 뿌듯함보다, 가까운 산을 새삼 알아본 반가움이 더 컸습니다.

정상에서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니 하늘이 넓게 열렸습니다. 둥근 바위와 키 큰 나무가 놓인 작은 마당 같은 공간도 만났습니다. 북두칠성 별 이야기 안내판도 보였습니다. 한낮의 햇빛 아래에서 밤하늘의 별을 떠올리는 일은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길은 다시 초록 속으로 이어졌고, 솔 숲에서는 갈색 솔잎이 발밑에 부드럽게 깔렸습니다. 소나무 줄기 사이로 빛이 길게 들어오고, 사람들의 뒷모습은 그늘 속에서 천천히 멀어졌습니다.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진주 비봉산 산책, 봉황교 아래 주차장에서 대봉정·맨발 황톳길·정상까지 김종신

이날 우리는 왕복 3시간여를 걸었습니다. 산길이 길어서라기보다, 풍경마다 발걸음이 자꾸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비봉산 일대 안내도에는 사계절 테마숲, 치유숲, 봉황숲 생태공원, 비봉산 산림공원 같은 이름들이 보였습니다. 진주의 뒷산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여러 길과 숲이 이어진 큰 숨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주에 살면서도 진주를 제대로 몰랐다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숲은 등 뒤에서 오래 푸르게 남았습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은 길이 있습니다. 마음이 잠시 고개를 들면, 바로 거기 비봉산이 있었습니다.

[봉황교 주차장]

- 주소 : 경남 진주시 남강로 751-51(옥봉동)
-편의시설 : 화장실 있음, 주차 무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주요 지리정보

#진주비봉산 #비봉산 #진주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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