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자유수영을 앞두고 준비한 수영 장비들. 물속은 온갖 스트레스를 비워내는 고요한 치유의 공간이다.
문현호
수영은 나를 억지로 띄우려는 힘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물에서 힘을 뺀다는 것은 모든 힘을 소멸 시키는 방기가 아니라, 나아가는 데 불필요한 힘을 걷어내는 지혜입니다. 억지로 손을 수면 위로 높이 들려 하면 도리어 하체가 아래로 가라앉듯, 물 위에선 오히려 힘을 빼고 손을 수면 아래로 넌지시 낮출 때 몸은 비로소 수평을 이루며 편안하게 뜹니다. 물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실어주는 흐름이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몸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청년의 수영이 넘치는 힘으로 물을 정복하는 과정이라면, 중년의 수영은 몸의 미세한 균형을 감지하며 물의 흐름에 동화 되는 과정입니다. "지금 내 몸의 기울기가 조금 어색한데?" 하고 자신의 상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조율하는 집중력. 그것은 삶의 수많은 굴곡을 지나온 중년만이 가질 수 있는 정교한 감각이자, 젊음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무기입니다.
강박에서 벗어날 때 찾아오는 여유
수영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은 '빨리 앞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입니다. 발버둥을 쳐도 속도가 나지 않으면 이내 공포감이 밀려오고, 그 불안을 메우려 억지로 더 큰 힘을 주며 팔을 저어 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결국 몸을 더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물 밖으로 나와 다음 스트로크를 준비하는 리커버리 순간에는 힘을 완전히 빼고, 오직 물 속에서 물을 밀어낼 때만 정직하게 힘을 쓰는 감각.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명확히 구분하는 법을 배우면서, 수영은 비로소 가쁜 노동이 아닌 부드러운 유영이 됩니다.
물속에서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쉬다가, 수면 밖으로 고개가 나오는 찰나에 "파!" 하고 단숨에 비워내는 그 박자감도 결국 내 몸에 맞는 리듬을 찾는 일입니다. 젊은 날보다 조금 더 자주 쉬어 가고, 내 몸이 내는 숨소리에 더 깊이 귀를 기울이면 그만입니다. 속도를 줄이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더 오래 나아가기 위한 조율임을 알게 되면, 쉰 살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나 싱싱하고 매력적인 시간입니다.
스마트폰조차 들고 갈 수 없는 고요한 물속에서 오직 규칙적인 숨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와 복잡한 생각들로 과열되었던 머릿속이 어느새 하얗게 비워집니다. 진짜 피로는 몸의 고단함이 아니라 과부하 걸린 머리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년의 수영은 체력을 키우는 운동인 동시에 조급했던 삶을 천천히 달래주는 따뜻한 치유입니다. 물 속에서 길어 올린 고요함은, 레인을 빠져나온 뒤에도 오래도록 삶에 남습니다.
완벽한 휴식, 그리고 우직한 한 걸음
세상이 다그치는 속도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중년의 수영은 무작정 달리는 젊음보다 천천히, 하지만 훨씬 더 깊이 목적지를 향해 흐릅니다. 그 흐름 안에 단단한 인내가 있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자기만의 고유한 리듬이 있습니다.
힘을 빼야 비로소 멀리 갈 수 있다는 물속의 진리를 안고, 오늘도 남은 인생의 물길을 향해 편안하고 우직하게 한 스트로크를 뻗어봅니다. 천천히, 제대로 배워서, 더 오래 더 멀리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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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수영의 공통점, 쉰 살 앞둔 물 속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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