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입니다. <웃음의 현대사> 표지를 AI의 도움을 받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김영주
전작 <웃음의 현대사>에서는 2016년에 등장한 본격 관찰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했는데, 그 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18년 SBS에서 TV조선으로 이적한 서혜진 피디가 <아내의 맛>과 <연애의 맛>을 선보이며 예능 채널로서 TV조선을 바꿔나가기 시작하더니 2019년 <미스트롯>으로 대한민국 트로트 부활을 진두지휘했습니다.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한국 콘텐츠의 좌표를 바꿔 놓았고, 2023년에서 2024년에는 <피지컬:100>과 <흑백요리사>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에 올랐습니다. 2021년 선 보인 <나는 솔로>는 2026년 지금도 순항 중이고, <솔로지옥>과 <환승연애>는 연애 리얼리티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팬데믹은 예능을 제작하는 방식 자체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종편의 예능이 지상파를 위협하더니, 어느새 OTT 오리지널이 한국 예능의 가장 첨예한 실험실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2022년 11월 30일, 챗GPT의 등장은 전 세계의 크리에이터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2018년에 책을 냈을 때만 해도 '예능 한류'라는 표현은 어딘지 어색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한국 예능 포맷은 수십 개국에 팔려나가고, 한국 PD들에게 글로벌 OTT가 러브콜을 보냅니다.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처음 책을 냈던 출판사와의 계약이 만료되어 모든 권리가 필자에게 돌아왔고, 마침 새로 더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을 웃긴 박춘재와 신불출, 무성영화 변사에서 시작해 2026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년에 걸친 한국 예능의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했습니다.
제목은 < K-예능의 탄생 >으로 바꿨고, 부제는 '대한민국은 어떻게 예능강국이 되었나?'입니다. 본문은 모든 꼭지의 내용을 손봤습니다. 그 사이 돌아가신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1세대 희극인 송해, <가족오락관>의 MC 허참,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한 분 한 분 호칭을 손 보고 시제를 다듬으면서,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했습니다.
옛 프로그램들의 종영 시점을 정리하고, 변한 사실관계들을 다시 검증하는 작업에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1999년 가을에 파일럿으로 태어나 20년 간 일요일의 마무리를 책임졌던 <개그콘서트>는 2020년 6월 26일 종영되었습니다(3년 후에 부활하긴 했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새로 추가한 8부입니다. 2018년 이후의 한국 예능, 즉 'K-예능'이 어떻게 글로벌 콘텐츠가 되었는지를 다룬 장입니다. 트로트의 대대적인 부활, 어떤 형식까지 나올지 궁금한 데이팅 쇼, <피의 게임>의 진화로 설명할 수 있는 서바이벌, 그리고 유튜브에서 만개하고 있는 예능과 <복면가왕>에서 촉발된 K-포맷 등 2018년 이후 폭발적으로 진화한 한국 예능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기존의 출판사가 아닌 부크크(Bookk)를 통해 출간했습니다. 자가출판(Self-Publishing, POD) 플랫폼입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33년 차 방송작가가 자가출판이라니, 어떻게 비칠지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선택이 맞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IP 지식 재산권을 제가 갖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 시대에, 한국 예능의 100년을 다룬 책이라면 글로벌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어판을 준비 중이고,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 스페인어권 시장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작 <일인자 유재석>이 중국과 대만에 번역 출간되었던 경험이 어떤 길이 가능한지 일러주었습니다.
또 하나, 솔직히 말하면, 책이라는 게 '한 번 내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는 걸 세 권의 책을 내면서 배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실관계도 바뀌고, 등장인물의 위상도 달라지고, 새로운 흐름이 더해집니다. POD(주문 제작 인쇄) 방식이라면 그런 업데이트를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쓴 전작 <일인자 유재석>이 한 명의 예능인을 분석한 '최초'의 책이었고, <웃음의 현대사>가 한국 예능의 역사를 정리한 거의 '최초'의 책이었다면, < K-예능의 탄생 >은 K-콘텐츠 시대까지 포괄하는 한국 예능 100년사를 한 권에 담은 '최초'의 책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 책은 또 어떤 '최초'에 도전해볼까. 8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다시 시작합니다. 다시 8년 후쯤, 같은 지면에 또 한 번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에는 정말 마음을 다잡고, '책이 나왔습니다'라고.
K-예능의 탄생 - 대한민국은 어떻게 예능 강국이 되었나?
김영주 (지은이),
부크크(bookk),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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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차 방송작가가 한 권에 담은 K-예능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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