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본원 전경
연합뉴스
국립수산과학원 내부 관계자가 최근 발생한 중앙내수면연구소 기간제 연구원 사망 사건의 원인에 대해 "극도로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문화가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국립수산과학원(부산시 기장군, 아래 수산과학원) 관계자인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부 상황을 들어보았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이번 사망 사고에 대해 "단순히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수산과학원의 극단적인 폐쇄성과 비정상적인 구조가 낳은 조직 전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앞서 지난 15일, 수산과학원 내부 기관인 충남 금산에 있는 중앙내수면연구소에서 근무하던 30대 박사과정 연구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고인이 유서를 통해 직장 상사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갑질에 시달렸으며, 기관 측의 미흡한 보호 조치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연구원의 사망을 막지 못한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특정 대학 출신들이 장악한 '대학 실험실 문화의 변질된 이식'을 꼽았다. 수산 연구 분야의 특성상 인력 풀이 매우 제한적인데, 계약직을 포함한 전체 인력(약 1200명 내외)의 대략 절반 정도가 특정 대학교 출신이며 이외의 직원들도 수산 관련 특성 상 몇 개 대학 출신으로만 한정되어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에 가면 지도교수와 박사, 석사, 학부생으로 이어지는 엄격한 실험실 서열이 있습니다. 거기서 눈 밖에 나면 학위 자체를 받지 못하니까 절대복종해야 하죠. 문제는 이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국가 기관인 수산과학원 내부로 그대로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선후배 관계가 직장 계급과 얽히면서 거스를 수 없는 기형적인 위계질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카르텔 동력은 연구 예산"... 인원 중 절반 이상은 계약직
그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를 고착화한 원인으로 내부의 두터운 '카르텔'을 꼽았다.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내부 고위 연구직 공무원들이 연구 예산 등을 무기로 인사와 조직 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며,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든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은폐의 장벽'을 친다는 것이 A씨의 증언이다.
"카르텔의 동력은 연구 예산입니다. 특정인을 연구 사업에 참여시키거나 배제하는 식이죠. 이는 내부뿐만 아니라 특정 대학 교수, 외부 공사 업체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승진(연구사→연구관), 전보 등 인사권까지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타지에서 본원으로 전입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체 인원 중 절반 이상은 기간제 등 계약직이다. 이들은 철저히 '을 중의 을'로 살아간다는 게 A씨의 진단이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다.
A씨는 "상당수 계약직들의 꿈은 여기서 버텨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공무직)이 되는 것"이라며 "때문에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 '열정 페이'를 감내하며 온갖 갑질을 참고 버틴다"고 전했다.
폭언과 모욕, 무시는 일상이고 심한 경우 상급자의 출장 가방을 대신 들고 다니는 이른바 '가방모찌'나 '개인비서' 수준의 사적 심부름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간부의 눈에 들기 위해 줄을 서는 그룹과 소외된 그룹 간에 계약직 내부 갈등까지 유발되는 등 조직 전체가 멍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직 차원에서 덮어버려... 대부분 참거나 조용히 사직"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를 보고나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는 "성비위의 경우 형사 고소로 이어져 중징계(파면·해임) 처리가 되기도 하지만, 폭언이나 모욕 등은 신고했다가 입을 불이익이 너무 크고 간부가 연루되면 조직 차원에서 덮어버리기 때문에 대부분 참거나 조용히 사직하는 길을 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발생한 지속적인 폭행·폭언으로 인한 사망 사건도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평소처럼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A씨는 폐쇄적이고 비정상적인 국가 연구기관이 상식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곳은 100%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인권 유린이 일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조직은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비정상적인 조직 운영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상식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수산부 소속의 유일한 수산 분야 책임운영기관이자 국립 연구기관으로 수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첨단 양식 기술 개발, 해양 생태계 보전 및 수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맡고 있다. 본원(부산 기장군)과 서해수산연구소(인천 중구), 남동해수산연구소(경남 통영시), 독도수산연구센터(경북 포항시), 중앙내수면연구소(충남 금산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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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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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안됐다면 또 묻혔을 것" 계약직 연구원 사망 국립수산과학원 내부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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