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고개를 드는 것들도 있다. 연분홍과 살굿빛 꽃봉오리들이 맑은 하늘색을 향해 팔을 뻗고 있다. 하늘과 장미, 이것만으로 이미 한 폭의 수채화다. 노랑과 빨강이 한 꽃잎 안에서 뒤섞인 것들도 있었다. 황금빛 바탕에 붉은 테두리를 두른 이중색 장미. 강렬하면서도 화사해서 눈길을 한 번에 낚아 채는 색이다.
안이 희고 바깥이 붉어 마치 꽃 속에 또 다른 꽃을 품은 것도 있었다. 선명한 진홍빛 꽃잎 안으로 흰빛이 살짝 배어드는 장미 한 송이. 볕이 드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이, 보는 각도마다 새로운 얼굴을 내밀었다. 수술이 훤히 드러난 소박한 겹꽃도, 활짝 열린 진분홍 장미 여러 송이가 황금빛 수술을 드러낸 채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화려함보다는 솔직함이 느껴지는 꽃이었다. 연한 보랏빛이 감도는 창백한 꽃도 있었다. 그리고 겹겹이 꽃잎이 말려든 진분홍의 풍성한 것들까지.
218개의 다른 얼굴. 그런데 모두 장미라는 이름 하나를 공유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제각각 다른 빛깔과 생김새를 가지면서도, 결국 한 이름 아래 모여 꽃을 이루는 것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이곳 삼척은 과거 석탄을 캐던 '검은 땅'이었다. 광부들의 땀방울과 탄가루가 날리던 탄광촌이 폐광이 되고 그 텅빈 땅에 삼척시는 꽃을 심었다. 그것은 단순한 녹화 사업이 아니었다. 광산촌 주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틔워내는 일이었다.

▲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꽃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피어난다. 40년을 교실에서 보낸 나는 안다. 어떤 땅도 정성을 다해 돌보면 반드시 꽃을 피워낸다는 것을. 삼척 장미공원은 그 오랜 진리를 증명해 보인다. 삼척 장미축제, 장미나라의 탄생을 보고 나면 장미를 보러 갔다가 장미나라 주민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가졌으되, 모두 장미라는 이름으로 함께 피어나는 그런 나라. 사람도 각각의 개성과 생각과 모습이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서 빛나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십천의 바람에 천만 송이 장미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오래 전 이 땅 깊은 곳을 파고들었던 광부들에게 '수고했다'고, 이제는 그 어떤 땅보다도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오월의 삼척이다.

▲삼척장미축제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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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교사와 교장으로 걸어온 교단을 마치고 시를 쓰면서 블러그 운영 및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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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제철, 218종의 장미를 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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