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제철, 218종의 장미를 볼 수 있는 곳

오는 25일까지 삼척 장미공원에서 열리는 '장미나라의 탄생' 장미축제

등록 2026.05.20 15:44수정 2026.05.20 15:44
0
원고료로 응원
장미는 오월이 제철이다. 6월 이후로도 피기는 하지만, 오월의 장미는 그 어느 달의 것과도 다르다. 삼척장미공원이 매년 이맘 때 장미축제를 여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축제 전날인 지난 18일 아침 일찍 장미공원을 방문하였다.

올해 2026 삼척 장미축제는 '삼척 장미나라의 탄생'을 부제로 삼았다. 오는 25일까지, 삼척장미공원 일원(삼척시 정상동 232번지 일원)이 통째로 하나의 '장미나라'로 변신한다. 특설 무대에서는 공연이 펼쳐지고, 장미 직업체험과 장미나라 책 만들기 체험, 장미 테마 포토존까지 구석구석 가득 채워진다고 한다. 먹거리존과 굿즈·로컬 콘텐츠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꽃구경에 지쳐갈 즈음 슬쩍 쉬어가기도 좋다.


장미 삼척장미공원
▲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삼척장미공원(삼척시 정상동 일원)의 오월은 그렇게 시작된다. 오십천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장미의 물결. 천만 송이가 일렁이는 풍경은 '압도'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장미처럼 보는 이를 한 번에 사로잡는 꽃이 또 있을까. 오십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눈보다 향기가 먼저 온다. 그리고 이윽고 시선이 닿는 순간 , 그 규모와 아름다운 장관에 말을 잃는다.

삼척장미공원에는 무려 218종의 장미가 있다. 처음 그 숫자를 들었을 때 나는 조금 멍해졌다. 장미가 그렇게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니. 진분홍과 짙은 자홍빛 장미가 겹겹이 피어난 화단. 빛이 잎사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며 꽃잎 하나하나를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연분홍과 흰빛이 뒤섞인 소박한 장미가 초록 잎사귀 사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눈이 머무는 꽃이다. 진분홍 장미가 있는가 하면, 마치 연지를 살짝 풀어 놓은 듯 수줍게 연한 것들도 있다. 햇살이 쏟아지는 오전, 분홍빛 장미들이 층층이 피어 가득 넘쳐흐른다.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이 마치 시간의 여러 장면을 동시에 보는 것 같다.

장미 삼척장미공원
▲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고개를 드는 것들도 있다. 연분홍과 살굿빛 꽃봉오리들이 맑은 하늘색을 향해 팔을 뻗고 있다. 하늘과 장미, 이것만으로 이미 한 폭의 수채화다. 노랑과 빨강이 한 꽃잎 안에서 뒤섞인 것들도 있었다. 황금빛 바탕에 붉은 테두리를 두른 이중색 장미. 강렬하면서도 화사해서 눈길을 한 번에 낚아 채는 색이다.

안이 희고 바깥이 붉어 마치 꽃 속에 또 다른 꽃을 품은 것도 있었다. 선명한 진홍빛 꽃잎 안으로 흰빛이 살짝 배어드는 장미 한 송이. 볕이 드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이, 보는 각도마다 새로운 얼굴을 내밀었다. 수술이 훤히 드러난 소박한 겹꽃도, 활짝 열린 진분홍 장미 여러 송이가 황금빛 수술을 드러낸 채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화려함보다는 솔직함이 느껴지는 꽃이었다. 연한 보랏빛이 감도는 창백한 꽃도 있었다. 그리고 겹겹이 꽃잎이 말려든 진분홍의 풍성한 것들까지.


218개의 다른 얼굴. 그런데 모두 장미라는 이름 하나를 공유한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제각각 다른 빛깔과 생김새를 가지면서도, 결국 한 이름 아래 모여 꽃을 이루는 것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이곳 삼척은 과거 석탄을 캐던 '검은 땅'이었다. 광부들의 땀방울과 탄가루가 날리던 탄광촌이 폐광이 되고 그 텅빈 땅에 삼척시는 꽃을 심었다. 그것은 단순한 녹화 사업이 아니었다. 광산촌 주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틔워내는 일이었다.

장미 삼척장미공원
▲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장미 삼척장미공원
▲장미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꽃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피어난다. 40년을 교실에서 보낸 나는 안다. 어떤 땅도 정성을 다해 돌보면 반드시 꽃을 피워낸다는 것을. 삼척 장미공원은 그 오랜 진리를 증명해 보인다. 삼척 장미축제, 장미나라의 탄생을 보고 나면 장미를 보러 갔다가 장미나라 주민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가졌으되, 모두 장미라는 이름으로 함께 피어나는 그런 나라. 사람도 각각의 개성과 생각과 모습이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서 빛나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십천의 바람에 천만 송이 장미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오래 전 이 땅 깊은 곳을 파고들었던 광부들에게 '수고했다'고, 이제는 그 어떤 땅보다도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오월의 삼척이다.

삼척장미축제 삼척장미공원
▲삼척장미축제 삼척장미공원 최옥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러그에도 실립니다.
#삼척장미공원 #삼척장미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40년간 교사와 교장으로 걸어온 교단을 마치고 시를 쓰면서 블러그 운영 및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배우 활동의 마음 3% 정도... 무당으로서 우선 잘하고 싶어" "배우 활동의 마음 3% 정도... 무당으로서 우선 잘하고 싶어"
  2. 2 47년 동안 아내로부터 들은 가장 아픈 말 47년 동안 아내로부터 들은 가장 아픈 말
  3. 3 드라마 '참교육' 속 조폭 소굴이 된 학교... 34년차 교사의 시선 드라마 '참교육' 속 조폭 소굴이 된 학교... 34년차 교사의 시선
  4. 4 뱀이 스르륵, 고라니가 껑충… 여기 신도시 맞아? 뱀이 스르륵, 고라니가 껑충… 여기 신도시 맞아?
  5. 5 '계엄 목적, 북한 도발 유도' 윤석열 징역 30년...변호인단 울먹 '계엄 목적, 북한 도발 유도' 윤석열 징역 30년...변호인단 울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