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번출구 앞에 붙은 "여자라 살해당했다" 포스트잇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발생 당시, 강남역 10번출구에 "여자라 살해당했다"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 서울자치신문 강남역 10번출구 앞에 붙은 "여자라 살해당했다" 포스트잇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발생 당시, 강남역 10번출구에 "여자라 살해당했다"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서울자치신문
이날 오후 2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발언대에서는 10년 전의 '각성'과 오늘날의 현실을 잇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강남역 사건 당시 대표 구호였던 "여자라서 죽었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는 문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광장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였다.
여는 발언에 나선 박지아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슬픔이 묻어났다. 박 공동대표는 "강남역으로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에게는 기억해야 할 장소가 늘어났다"며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남양주, 대구, 광주 등 지난 10년 동안 끊이지 않은 여성폭력의 잔혹한 역사를 짚었다.
그는 "2026년 치안 1위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큰 용기와 힘이 되는 존재"라며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에 분노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바로 우리를 믿고, 서로를 지키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힘주어 외쳤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여는 발언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에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박지아 공동대표가 여는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당시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여성혐오 범죄'라는 본질을 부정했고, 언론은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며 구조적 문제를 지우려 했다. 이에 맞서 발언대에 선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10년 전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는 "저마다의 경험을 끄집어내고 일상에서, 일터에서 겪어온 숱한 차별과 폭력이 결코 개별적인 게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겪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확인했던 시간이었다"며 강남역 사건이 성차별 사회가 만든 폭력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 '뼈아픈 자각'이었음을 리마인드했다.
이날 광장에서는 지역, 학내, 일터, 시민사회, 정당을 망라한 각계각층의 연대 발언이 이어지며 '강남역'이 오늘날 여성들의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발언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에서 페미위키 시카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가장 먼저 시민사회단체의 결연한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 도경은 활동가,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활동가, 서대문은평시민연대 김황경산 사무국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유랑 활동가, 정의기억연대 도담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 페미위키 시카 대표는 지난 10년간 무수한 백래시에 맞서온 연대의 역사를 짚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발언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에서 목포여성의전화 김영란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이어 지역과 대학가에서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목포여성의전화 김영란 공동대표, 경기페미행동 임소연 활동가를 비롯해 최근 발생한 광주 여성살해사건을 기억하고자 나선 광주여자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파동',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 강나연 운영위원이 발언대에 올라 평등한 일상을 향한 청년·지역 여성들의 의지를 전했다.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지연 부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이윤희 부위원장 등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일터 내 안전과 젠더 평등을 요구하며 힘을 보탰다.
마지막으로 정당의 발언이 이어졌다. 노동당 서울시당 윤정현 부위원장, 기본소득당 윤원정 여성본부장, 녹색당 김지윤 대외협력국장, 더불어민주당 김한나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정의당 권영국 대표, 진보당 홍희진 공동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정치를 규탄하고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공포를 용기로 바꾼 10년의 결집... "우리는 반격을 시작한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이날 추모행동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일제히 누워 여성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구조적 대책을 촉구하는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였다.
매년 5월 17일마다 다른 구호로 이어져 온 추모행동은 2017년 1주기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 n번방 시위, 그리고 작년 대선에서 여성폭력 해결을 촉구하며 대한민국 페미니즘 행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정치권은 '양성평등'이라는 미명 하에 정책령에서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등 거센 백래시를 이어왔지만, 여성들의 연대는 오히려 단단해졌다.
2023년 37개 단체에서 시작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행동의 공동주최 단위는 지난해 95개 단체로 확대되었고, 올해는 157개의 공동주최단체와 수많은 개인 참여자로 역대 가장 단단한 결집을 보여주었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이 끝나고 추모를 위해 강남역 10번출구 앞으로 행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가 끝나고 참여자들이 함께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출구로 행진하며 이동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본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행렬을 이루어 강남역 10번 출구 앞으로 향했다. 10년 전 무수한 포스트잇이 붙었던 그 역사적인 공간에 선 이들은 숨진 피해자를 기리며 엄숙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침묵 속에서 추모를 마친 참가자들은 일제히 "강남역 10주기!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가 적힌 피켓을 높이 들고,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며 대규모 함성을 외쳤다.
10년 전 강남역 10번 출구를 고유명사로 만들고 대한민국 사회에 균열을 낸 것은 국가도, 정치권도 아닌 광장에 모인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뿐만아니라 10년 동안 무수한 백래시와 무기력에 맞서며 강남역을 사회적 주체들의 공간으로 만들고 의미를 부여한 것 역시 오직 여성들이었다.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추모 묵념을 하는 참여자들의 모습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가 끝나고, 참여자들이 강남역 10번출구 앞으로 이동하여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10년의 추모를 딛고 다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선 여성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여성들은 언제나 그랬듯,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행동의 주체로서 여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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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회는 서울 여성들의 자기성장,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생활인 여성들의 공동체입니다. 2007년 7월에 창립하여 서울여성문화축제, 서울여성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성교육 및 부모교육, 지속 가능한 생태 지킴이 활동과 식량주권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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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에서 피켓으로... 강남역 10번 출구가 다시 증명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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