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0
연합뉴스
나는 이스라엘을 규탄한다. 그들이 팔레스타인인에게 가하는 끔찍한 학살에 분노하고, 일방적 폭력과 오만을 비판한다. 20일 이스라엘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또한 공감한다. 비판은 국제사회와 인식을 같이하는 연대이자, 주권 국가 지도자로서 합당한 발언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자원봉사하러 간 우리 국민과 제3국 구호 선박을 나포하거나 폭침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영해가 아닌데도 우리 국민을 국제법을 무시하고 잡아간 것은 너무 심하고 비인도적이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집행을 검토하라고 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가자 전쟁 과정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인도주의 위반을 범죄행위로 규정한 상태다. 유럽연합(EU) 국가는 여기에 동조해 네타냐후 체포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러시아 푸틴도 체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논점을 흐리는 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의 주장은 본질을 비껴갔다. 외교는 상호주의다. 우리 국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불법 억류하거나 공격했다면 마찬가지 대응이 뒤따랐을 것이다. 전혀 다른 사안을 끌어와 물타기 하는 건 부당한 현실에 눈감으라는 정치적 공격일 뿐이다. 대통령의 비난은 국제법과 주권,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원칙에 입각한 합당한 문제 제기다. 주권 국가 대통령이 이 정도 말조차 못 한다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 대통령의 비판은 1948년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과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가자 전쟁의 부당성을 비난한 바 있다. 국제사회가 공감과 연대를 잃는다면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우리가 6·25전쟁 당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연합군'이라는 국제사회 공조와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런 역사적 맥락 위에 있다.
안보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을 짓밟는 폭력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절망적이다. 가공할 무력으로 집과 학교, 병원은 처참하게 파괴됐고 목숨을 잃는 일은 일상이 됐다. 이스라엘은 '자위권'이라는 말로 모든 폭력을 정당화하지만 궁색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대등한 전쟁이 아니다. 압도적 군사력을 앞세운 일방적 살육이며, 팔레스타인 민족을 절멸시키는 제노사이드에 지나지 않는다.
현장 기자 시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현지를 취재했다. 당시 눈앞에서 마주한 풍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분리 장벽이었다. 높이 8~10m에 달하는 콘크리트 장벽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가르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장벽 곳곳에 무장 군인과 검문소가 설치됐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신분증을 제시하며 통제받았다. 자유롭게 학교에 가고 병원을 가고 생업을 이어가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분리 장벽 앞에서 느꼈던 절망감과 암담함은 지금도 선명하다.
검문소 풍경 또한 충격적이었다. 어린 학생들과 노인들까지 긴 줄을 선 채 무장 군인의 눈치를 보며 이동 허가를 기다렸다. 어떤 날은 몇 시간씩 통행이 막히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동은 권리가 아니라 허가였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유가 장벽과 총구 앞에서 봉쇄된 현장을 보면서 국가 폭력이 어떻게 일상을 질식시키는지 목격했다. 그것은 단순한 안보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을 짓밟는 구조적 폭력이었다.
라말라와 베들레헴,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은 800km에 달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맞댄 국경선(340km)보다 두 배 이상 긴 이유는 정착촌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정착촌'이라는 명분 아래 팔레스타인인이 사는 곳에 자국민을 꾸준히 이주시켰다. 또 테러를 막고 치안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철조망을 설치하고 무장 병력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거주지는 갈기갈기 찢기고 주민들은 이동 자유를 박탈당했다. 국제법상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를 지켜봤기에 나는 '정착촌' 대신 '점령촌'이라고 부른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인구 밀도를 지닌 가자지구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길이 41km, 폭 5~8km 남짓한 공간에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갇혀 생활한다. 식량과 식수, 전력까지 통제받는 이곳은 거대한 감옥이나 다름없다. 2019년에는 바다 장벽까지 세웠다. 가자지구는 하늘만 열려 있을 뿐 사방이 봉쇄돼 있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렵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기적과 같은 곳이다. 구호선이 가자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지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연대는 우리 사회를 결속 시키는 힘
이스라엘은 늘 팔레스타인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랜 억압과 차별, 배제가 폭력을 유발한 것이다.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약자들의 저항과 분노를 '테러'로 규정한다면 일면만 본 것이다. 물론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과 인질 납치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에 학살과 파괴할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병원과 학교, 난민촌까지 공격하는 행위는 자위권 범주를 넘어섰다. 2023년 10월 이후 팔레스타인인 7만 1,170명이 죽고 17만 2,137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여성과 소녀만 3만 8,000여 명이다. 주택 파괴 37만 채, 강제 이주 190만 명, 병원 기능 50% 상실, 85% 이상 난민으로 전락한 가자 지구는 슬픈 땅이다.
당시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시민단체 '피스 나우(Peace Now)'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그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위험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분리 장벽과 정착촌 정책을 "반인륜적 점령"이라고 규정한 피스 나우 대표는 "분리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패배감과 무력감만 안긴다"며 "국제사회 연대가 없다면 이스라엘 정부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그 말은 지금도 내 기억에 깊게 각인돼 있다.
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를 어디까지 박탈할 수 있는지 회의했다. 더 두려웠던 건 폭력이 반복될수록 무감각한 일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분리 장벽 옆에서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던 팔레스타인인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다.
일제 강점과 6.25 전쟁, 분단을 경험한 우리는 누구보다 약자의 고통을 잘 헤아리는 나라다. 국제사회 연대가 없었다면 세계 10위 대한민국도 존재하기 어렵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며, 방관은 공범이다. 정의는 힘이 아니라 공감과 연대에서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게 무엇인가. 또 자원봉사자들을 체포하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행동에 침묵하는 게 정의로운 일일까. "연대는 우리 사회를 결속시키는 강력한 힘이다." 독일 사회민주당 함부르크 강령의 이 말을 떠올린다.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관점을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병식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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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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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비인도적"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지지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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