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시동과 전방 라이트가 모두 켜진 채로 멈춰 있는 오토바이. 지나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만질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사이 공회전 역시 차량 부품 마모와 연료 낭비,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김관식
시동 켠 채 정차... 안전 사고 우려
얼마 전, 저녁 7시 즈음 됐을까. 아이와 잠시 외출할 일이 있어 먼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동시에 배달 오토바이가 내 앞에서 멈춰섰고, 헬멧을 쓴 채로 내가 내렸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순간 당황스러웠던 것은 두 가지였다. 시동을 끄지 않아 매연이 계속 흘러나오는 데다, 그 사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오토바이 옆을 기웃거렸다. "얘들아, 오토바이 손대면 안 돼요"라고 주의를 주고 근처에 서성거리지 못 하게 했다.
그렇게 3분 정도 지났을까. 검은 헬멧을 쓴 오토바이 주인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다가왔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시동을 켜놓으니 위험한 것 같다. 아이들이 만질 수도 있지 않나. 주의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하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계속 배달해야 해서 번거로워 그렇죠. 시간이 급해요."
물론 알고 있다. 특히 주말 저녁 시간이 되면 배달이 밀려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것을. 그럴수록 안전한 배달이 우선이기에 나는 고객 요청사항에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와달라'라는 메시지를 적어 보낸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배달 오토바이 뿐 아니라 근처 편의점에 물건을 구매하러 시동을 켠 채 정차하는 차도 부쩍 눈에 띈다. 그럴 때마다 3년 전 퇴근 길에 목격했던 교통사고가 잊히지 않는다. 서울 한 복판 사거리에 3중 추돌로, 차 모두 앞 뒤 범퍼가 심하게 부서졌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2명이 한쪽 인도에서 경찰관의 물음에 머쓱한 표정으로 답하던 모습.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편의점 앞에 시동이 걸린 채 세워져 있던 차를 학생들이 호기심에 몰래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이었다.
시동이 켜진 차는 운전자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잠깐이면 되는데...'라는 그 찰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도난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 아닐까.
주행 시간의 27%가 공회전... 이륜차도 단속 대상
공회전, 즉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엔진이 작동 중이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일정 시간 이어지면, 연료 낭비는 물론 나아가 대기오염, 그로 인한 건강 문제, 차 마모 등이 잇따른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 들어서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모이면 결국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의 경제적 손실로 번지기 마련이다.
환경부가 2010년 11월 발표한 '공회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도심도로 24개 구간을 실제 주행한 결과 주행시간의 27%가 공회전으로 허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30km 구간을 가는 데 평균 1시간 24분이 걸렸는데, 이 가운데 22분이 공회전이었다. 환경부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승용차가 하루 10분 공회전을 줄이면 250cc의 연료가 절약된다. 약 3km를 더 달릴 수 있는 양이다(경유차는 284cc, 1.5km). 주·정차 대기 중에 시동을 끄는 것만으로도 연료 절감과 대기환경 보호에 도움되는 셈이다.
공회전을 제재하는 법은 없을까. 자료를 좀 더 찾아봤다. 승용차는 물론 이륜차도 공회전을 하면 과태료(5만 원) 처분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제7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부터 이륜차 공회전도 단속 대상에 포함했다.

▲ 21일 현재,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2011.21원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이 2051원으로 가장 비싸고, 대구가 1994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리터당 2,011원 시대, 고유가로 흔들리는 우리 식탁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제품 가격비교사이트 오피넷을 보니,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11원(경유 2005원)이다. 유가 추이 그래프를 보니 지난 8일을 기점으로 이 가격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부가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고자 리터당 2000원을 넘기지 않도록 1900원대로 묶는 '석유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치솟는 유가에 오래 가기 어려워 보인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휘발유는 2200원, 경유는 2500원으로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부는 현재 고유가와 고물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 사이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지급 중이다. 그만큼 석유값은 모든 물가의 시작이다. 어떠한 이유든 석유값이 오르면 물류비, 운송비, 교통비, 공장 가동비로 줄줄이 이어진다. 한번 오르면 우리 식탁 물가와 공공요금까지 도미노처럼 흔들리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고유가가 언제 내릴지 가늠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고유가로 인한 일상의 어려움을 당장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차나 오토바이를 잠시 정차해야 할 때 시동을 끄는 일은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 시민 한 사람이 하루 10분 공회전을 줄이면, 그만큼 국가 단위의 자원도 절약되고, 고유가가 제자리를 빨리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동을 켜둔 채로 자리를 비우는 일도 없어야겠다. 잠깐의 부주의가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이의 호기심도, 누군가의 충동도, 시동이 꺼진 차 앞에서는 멈출 수밖에 없다. 결국 시동을 끄는 작은 습관이 나와 이웃의 안전을 함께 지키는 일이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을 '나부터'로 바꿔야 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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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면 되는데' 그 찰나의 위험과 흘려보내는 기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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