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전경 창경궁 대온실은 1909년에 완공된 대한민국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으로, 순백의 철골 구조와 유리창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과거 일제가 순종 황제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창경원으로 격하시켰던 역사적 상처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역사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김금희 소설가의 '대온실수리보고서'의 배경이다.
김인철
나는 우리 사이의 갈등을 감추면서까지 할머니에게 잘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리사가 그런 못되고 배은망덕한 애라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쯤은 이제, 아무것도 아닐정도로 나도 여기에 적응했다는걸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그런식으로 서로의 성장을 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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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그녀를 낳아준 친부모에게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했다. 리사에게 낙원하숙과 문자 할머니는 유일한 안식처와 보호자였다. 그런 리사에게 영두의 등장은 유일한 안식처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리사는 영두를 괴롭히고 미워함으로써 불안을 잠재웠다. 리사가 영두를 미워했던 이유가 유일한 안식처인 낙원하숙과 문자 할머니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듯, 다른 하숙생들 역시 세상에서 밀려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도 낙원하숙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안식처였다.
이해와 용서
영두는 대온실을 수리하고 인골을 발굴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 리사가 왜 그토록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그녀의 외로움과 불안했던 삶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비슷한 것과 같은 것은 다르다. 오렌지와 귤이 생김새는 비슷해도 다른 과일이듯 이해와 용서도 다르다. 영두가 리사를 이해했다고 해서 그녀를 용서한 것은 아니다. 다만 리사의 불안과 아픔을 들여다보며 영두는 과거에 붙들려 있던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소설 <대온실수리보고서>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언급했듯 창경궁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낙원하숙이라는 '개인적 서사'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엮어낸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과거의 상처를 억지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창경궁 대온실의 깨지고 금 간 유리를 보수하듯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위로라고 말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은이),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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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전 상처를 간직한 공간, 소설 속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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