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화려한 늘봄학교, 내실 기하려면 '독박 책임' 벗어나야"

서울·경기·인천권 늘봄 워크숍서 제기된 현장 고충... 협조 체계 부재와 행정 과부하 개선 목소리 높아

등록 2026.05.24 11:19수정 2026.05.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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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늘봄학교'가 전면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초등 돌봄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과 맞벌이 가정의 육아 공백 해소라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경기·인천권 늘봄 워크숍'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수도권 늘봄실장들이 현장에서 겪은 구조적 문제점과 행정적 부담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사교육비 경감 효과 이면의 아이들 피로감

늘봄학교 도입 이후 맞벌이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수도권의 한 학부모는 "오후 시간대 아이를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이동시키는 부담이 컸는데,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 한시름 놓았다"며 반겼다.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저출생 시대의 보육 공백을 메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 이면에는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정서적 피로감도 존재한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늘봄실장들은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정에서 편히 쉬거나 자유롭게 노는 '진짜 쉼'도 필요하다"면서, 오랜 시간 교실에 머무는 아이들의 정서적 피로감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기 방과후 체제의 시선과 교실 공간을 둘러싼 현실적 애로사항

이날 워크숍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문제 중 하나는 학교 구성원 간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 구축과 구조적인 공간 갈등이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과거 방과후 학교 체제가 처음 학교 안으로 들어왔던 초기 단계부터, 정규 교육 공간에 돌봄 영역이 혼재되는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시선이 오랜 시간 누적되어 왔다고 짚었다. 특히 늘봄학교가 전면 확대되면서 정규 수업이 끝난 교실을 늘봄 교실로 전환해 사용함에 따라, 담임교사들의 공간적·시간적 제약이 커진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담임교사가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 학생 상담, 생활지도, 수업 연구 등을 진행해야 함에도 늘봄 프로그램을 위해 교실을 비워줘야 하다 보니, 교사들 역시 갈 곳을 잃고 정상적인 교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차질을 빚는 등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방과 후 늘봄 프로그램 도중 학생이 다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건실과의 연계 치료가 원활하지 않은 점이나, 일반 학급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교우 갈등이 늘봄 교실에서도 똑같이 재현되어 학부모 민원 대응 부담이 늘봄실에 집중되는 한계도 제기되었다.

"관리자 배려로 정착했지만..." 익숙해지면 떠나야 하는 '2년 임기'의 모순

물론 모든 학교가 갈등만 겪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의 마인드와 학교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늘봄 안착의 체감 온도는 판이하게 달랐다.

고양시 관내 초등학교에서 올해 처음 임기를 시작한 늘봄실장 A 씨는 "늘봄실장 임기 기간이 2년뿐이라 1년 차에는 업무가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 처음 일을 시작한 저를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관리자분들께서 정말 잘 알려주시고 다방면으로 도와주신다"며 "결국 학교 관리자가 어떻게 지원해 주느냐에 따라 현장의 무게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교직 사회에서 가장 힘든 일은 담임 업무이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처음 하는 행정업무여도 보람을 느끼며 충분히 할만하다"고 현장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실장은 이내 현행 순환보직 체계가 가진 구조적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임기가 2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일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행정 시스템에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교실로 돌아가 담임 교사를 맡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고, 매번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 현재의 행정 체계는 분명 아쉬운 대목입니다."

강사 수급 불안정과 비효율적 행정 시스템, 개선 시급해

이처럼 현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행정 과부하는 여전한 숙제다. 특히 1~2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의 경우, 일부 강사들이 경력 쌓기용 단기 근무로 지원해 강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갑작스럽게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잦다. 실무 인력 수급이 불안정하고 이탈이 잦아질수록 그 공백은 고스란히 다른 전담 인력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

특히 비효율적인 예산 정산 방식은 행정 과부하의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3학년 맞춤형 예산'이나 '자유수강권 예산'의 경우, 한 학기나 분기별로 정산해도 될 업무를 매달 결산하도록 되어 있다. 학생 수가 많고 강좌가 다양한 대규모 학교일수록 매달 반복되는 정산 업무 때문에 6시간 한시적 실무 인력까지 초과근무를 해야 할 정도로 행정 소모가 큰 상황이다.

'지자체 협력형' 돌봄 모델로의 체질 개선 필요

워크숍에 모인 수도권 늘봄실장들은 행정의 유기적 연결이 부족한 채 인프라만 확장된 현 정책의 보완을 요구했다.

늘봄 프로그램 도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 소재 명확화, 행정 절차의 간소화,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성 강화 대책이 선행되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돌봄의 모든 행정과 법적 책임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만 가두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학교는 본연의 역할인 '정규 교육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고, 돌봄은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분리형 거점 돌봄' 모델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쌓기 어려운 현행 늘봄실장 '2년 임기 제한' 제도의. 구조적모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쌓기 어려운 현행 늘봄실장 '2년 임기 제한' 제도의. 구조적모 김의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늘봄학교가 개별 학교 관리자의 선의나 인력의 단기적 희생에만 기대는 공간이 아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진짜 '돌봄'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과 행정 체계 개편이 시급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늘봄학교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의 역할을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그러나 현장의 비효율적인 행정 체계와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인력의 희생만으로 제도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의 속도전식 정책 추진에 발맞춰, 이제는 현장의 비명에 귀를 기울이고 지자체와 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유기적인 돌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본 기사가 늘봄학교가 '진짜 돌봄'의 공간으로 안착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늘봄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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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평생을 초등 교사로 아이들과 호흡하다 올해 정년퇴직 후, 거침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신참 시민기자입니다. 남다른 건강과 스포츠로 다진 체력을 무기 삼아, 그동안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해 매일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전국매일신문과 오마이뉴스의 눈이 되어, 우리 이웃의 생생한 삶과 새로운 도전의 현장을 열정적으로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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