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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5.24 14:12수정 2026.05.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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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자락이 바라보이는 강릉 사천면 들녘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초록빛으로 채워지고 있다. 물을 머금은 논마다 어린 벼가 바람결에 흔들리고 초여름 햇살은 잔잔한 수면 위로 부드럽게 번져간다. 고요한 들판에 가장 먼저 스며드는 것은 사람의 발걸음보다 개구리 울음소리다. 논과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그 소리는 초여름 농촌의 풍경을 더욱 정겹게 만들며, 살아 있는 자연의 숨결을 전하고 있다.
"개굴, 개굴."
시골 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겨운 자연의 합창이다. 오래전 농촌의 저녁마다 흔하게 들리던 소리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귀하게 느껴진다. 그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아직 이 땅의 환경이 살아 있다는 신호고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는 자연의 경고이자 약속처럼 들린다.

▲ 모내기를 마친 강릉 사천면 들녘 위로 해 질 녘 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다. 물을 머금은 논마다 어린 벼가 바람에 흔들리고, 초여름 들판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잔잔하게 퍼지고 있다.
진재중
초여름 들녘에 울려 퍼지는 개구리 합창
하지만 사람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신기할 만큼 개구리 울음은 일제히 멈춰 선다. 방금까지 가득하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논은 숨을 죽인 듯 고요해진다.
논두렁 위에 잠시 걸음을 멈추자 정적만이 들렸다. 작은 생명들을 방해한 것 같아 더 다가가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멈췄던 울음소리가 하나둘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논 전체는 다시 수많은 개구리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초여름의 합창으로 가득 찼다.

▲ 물길이 이어진 들녘은 초록빛으로 물들며 생명의 계절을 알리고 있다.
진재중
사라져가는 개구리 울음,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소리
정작 개구리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풀 아래 숨고 흙 틈에 몸을 감춘 채 소리만 들려준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존재를 알리는 그 울음은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산책을 나온 한 주민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논을 바라보며 말한다.
"어릴 적 여름밤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밤새 들려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소리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대로 환경이 변해간다면 언젠가는 이 익숙한 소리마저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주민은 이어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도 털어놓았다. 계절의 흐름이 예전과 달라지고, 논과 하천 주변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면서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구리가 산다는 건 물이 살아 있고 자연이 건강하다는 뜻인데, 환경이 계속 변하면 결국 가장 약한 생명들부터 사라질 겁니다. 우리가 이 소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은 단순한 자연의 배경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온 시간의 기억이자, 앞으로도 지켜야 할 생명의 소리다.

▲ 산책을 나온 주민이 개구리 울음소리가 퍼지는 강릉 사천면 들녘을 바라보고 있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초록빛 벼가 자라고, 초여름 저녁의 자연 풍경이 고요하게 펼쳐지고 있다.
진재중
노을보다 깊게 마음에 남은 개구리 울음소리
해 질 무렵, 대관령 자락 위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번져갔다. 사람들은 흔히 노을을 보며 감탄하지만, 이날 들녘에서 기자의 마음을 더 크게 흔든 것은 개구리 울음소리였다.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자연의 목소리. 그러나 그 어떤 풍경보다 깊고 묵직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소리였다.
도시에서는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과 소리들, 하지만 강릉 사천면의 논에서는 오늘도 작은 생명들이 쉼 없이 노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고 있는 듯했다.
"이 자연을 앞으로도 지켜낼 수 있겠느냐"고.

▲ 대관령 자락이 멀리 바라보이는 강릉 사천면 들녘. 모내기를 마친 논마다 초록빛 벼가 자라나며 초여름 농촌의 평온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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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개구리 울음,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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