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빨간 나라, 75%가 100%가 되는 마법

[신기한 동네 '경북도청신도시' 이야기 6] 일당 독점 지역정치의 민낯

등록 2026.05.31 19:07수정 2026.05.31 19:07
0
원고료로 응원
바닥이 70%, 막강한 보수계 정당의 나라

 경상북도는 참 조용하다. 혹시 한 가지 색깔이 득세하기 때문은 아닐까.
경상북도는 참 조용하다. 혹시 한 가지 색깔이 득세하기 때문은 아닐까. 김대홍

2016년 대구에 있던 경북도청이 예천+안동으로 이전하면서 본격 경북도청신도시 시대가 열렸다. '예천+안동'이라고 표기한 것은 신도시가 예천 절반, 안동 절반을 포함하는 접경지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올해로 이전한 지 벌써 10년. 하지만 이름이 없다. 도시명은 여전히 '경북도청신도시'다. 애초에 예천이 좋아하는 이름, 안동이 좋아하는 이름이 달랐다. 이들은 당연히 힘을 겨루었고, 그 사이에서 중재하고 결론을 이끌어내야 할 책임은 경상북도의 몫이었다.

결론은 나지 않고 이름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놀라운 건 그 다음부터다. 조용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왜 책임지지 않는 거냐" "당당하게 결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법한데 고요하기만 하다.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이전 당시 목표 인구가 10만 명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2만 명을 살짝 넘긴 수준이다. 진행 속도가 목표 대비 5분의1 정도에 불과한데, 이 또한 조용하다.

오고 가면서 도청을 참 자주 지나친다. 문득 '도의회'는 이전했는지 궁금했다.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여전히 대구에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도시로 이전해서 청사가 경상북도청 옆이었다.

경상북도는 보수계 정당이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지금은 '국민의 힘', 그 전엔 같은 계열 정당이 계속 우세였다. 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는 1995년 처음 시작됐다. 1회(1995), 2회(1998)는 무소속과 제3정당이 40%가량 차지할 정도로 혼란기였다. 1회 때 무소속 비율은 무려 43.6%였다. 2회 때도 무소속은 20% 가까웠다.


3회째부터 무소속 비율이 확 줄고 유권자들은 본격 정당 투표를 한다. 제3회 선거에서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은 74.9%를 차지한다. 제4회 선거에서도 수치는 소수점까지 동일했다. 제5회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61.7%였지만 같은 계열인 친박연합(10.1%)을 더하면 70%가 넘었다. 제6회에선 75%를 넘었다.

제7회(2018) 선거에선 처음으로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50.0%로 크게 떨어진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2017년 3월 10일 탄핵이 인용됐기 때문으로 표심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다음 번 제8회(2022년)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74.3%를 득표하며 오뚜기처럼 부활한다. 하한선이 74%일 정도로 경상북도에서 보수 정당 계열 정당의 힘은 막강하다.


민주계 정당과 진보계 정당 지지율 상한선이 22%

 선거철이 되면 경상북도에선 빨간색이 득세한다.
선거철이 되면 경상북도에선 빨간색이 득세한다. 김대홍

이에 반해 민주계 정당(새천년민주당)과 진보계 정당(민주노동당 등)은 제3회(2002) 선거에서 15.6%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미세하게 지지율이 올랐지만 여전히 22%가 벽이었다. 박근혜 탄핵 바람이 분 7회 선거에서 38.4%를 기록했지만 이는 투표율과 투표자 수가 줄었기 때문일 뿐 달라진 건 없었다. 8회 선거에선 곧바로 22% 밑으로 떨어진다.

지지율보다 더 놀라운 건 지역구 당선자. 민주계와 진보계 당선자가 나온 건 정당 투표가 채 자리를 잡지 못한 1회와 박근혜 탄핵 바람이 분 7회뿐이었다. 이 때를 빼고 민주계와 진보계 정당이 경상북도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비례대표 1-3석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경상북도의회 민주계와 진보계 지지율.
경상북도의회 민주계와 진보계 지지율. 김대홍

경북도청신도시의 젊은 층 비율이 높지만 2018년에도 지역에선 민주계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경상북도에서 젊은 층이라고 해도 정서가 대동소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75% 지지율로 지역구에선 100%의 표를 갖고 간다는 뜻이 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은 25%의 표심이 존재했지만 그들은 지역구 의원을 경상북도 통틀어 단 한 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100% 의사결정권을 쥔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골치 아픈 사안을 빼도 뭐라 할 의원은 없다. 경북도청신도시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행정 갈등이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쉽게 외면의 대상이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희망의 눈으로 보는 쪽에선 민주계 정당 지지율이 미세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것에 주목한다. 4, 5회 때 11~12%, 6회 때 16%, 8회 때 18%로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민주계 정당만 보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무소속과 제3정당을 함께 살펴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무소속과 제3정당 지지율이 거의 사라지면서 그 지지율이 민주당으로 옮겨갔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계+진보계 합산 지지율은 3회 때 21.2%, 4회 때 21.5%, 8회 때 21.7%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보수계 정당 지지율은 어느 침대 광고 문구처럼 흔들림이 전혀 없다.

보수계 정당 지지 약화, 민주계 정당 약진이라고 보기보다는 보수계 정당 지지 굳건, 나머지 지지율 민주계 정당으로 흡수라고 보는 게 맞다. 민주계 정당의 성장은 '보수의 균열'이라기보다는 '비 보수의 결집' 정도로 봐야 한다.

나이 많고 공장 없는 예천과 안동, 의미 있는 '꿈틀'

재미있는 곳은 경북도청신도시를 구성하는 예천과 안동 지역이다. 2018년 당시 민주계 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낸 지역은 단 3곳. 구미, 포항, 칠곡이었다. 2024년 기준 구미는 평균연령이 41.2세로 경북에서 가장 젊다. 포항시도 44.8세로 젊다. 안동은 49.3세로 고령화 도시다. 평균 50세 진입 직전이다. 예천은 더하다. 54.5세로 구미, 포항, 안동시 평균을 훌쩍 넘긴다.

제조업/공단 종사자 비율 또한 구미는 약 45%로 압도적 제조 도시다. 포항시 또한 28%로 제조 도시라 할 만하다. 이에 반해 안동시와 예천군은 성격이 정반대다. 제조업/공단 종사자 비율이 안동은 6%, 예천군은 4%에 불과하다.

고령화가 심하고 제조업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 민주계+진보계 정당 지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함에도 안동은 포항과 민주계 정당 지지율이 비슷하다. 예천 또한 6회 9.5%에서 8회 12.4%로 2.9%p로 의미 있게 올랐다. 도청 이전으로 공무원과 교육기관 종사자가 들어오면서 직업상 다양성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고령화에 공장도 없는 도시인 안동은 특이하게 민주계+진보계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고령화에 공장도 없는 도시인 안동은 특이하게 민주계+진보계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대홍

경상북도는 보수계 정당인 국민의힘 일색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함이 기대된다. 하지만 모두가 어깨 걸고 한 방향으로만 간다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

5월 23일 경북도청신도시 내 한 운동장에서 어린이야구단 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예천군의회 한 소속 의원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모두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경상북도는 삼성 라이온즈팬이 대부분이고, 삼성 라이온즈는 유니폼이 파란색이다). 이를 본 해당 의원은 유쾌하게 입을 열었다.

"뭐, 여기 다 파란색이고. 다 빨간색으로 바꿔야지."

경기장엔 어린이 단원과 학부모를 포함해 40명가량이 있었다. 해당 군의원은 그런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 거리낌이 없었다. 이런 일이 스스럼없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가 경상북도이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함이 과연 이롭기만 할까. 경북대 채장수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또 특정 정당에 의해서 독점이 되거나 조정이 돼버리면 지역의 필요한 요구들이 얼마나 지역 정치 과정에서 관철될 수 있을지... (KBS, 2022.6.2.)

소수 의견, 골치 아픈 의견, 위험 부담이 있는 제안, 쉽게 하기 힘든 계획 등은 포기해도 탈이 없다. 겨우 2만여 명(2026.3 기준 23165명)에 불과한 경북도청신도시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딱 좋은 곳이 단일 정당에 가까운 경상북도의 현실이다.

75%의 벽은 두껍고 그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5%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25%를 삭제 처리하는 걸 인정하는 건 작은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경쟁할 때 긴장감이 생기고 건강해진다. 다양성과 25%의 목소리를 담을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 6월 3일 지방선거에는 사람들이 거의 관심 두지 않지만 숨은 관전 요소가 많다. 경상북도에서 과연 민주계 정당과 진보계 정당에서 지역구 도의원을 배출할 수 있을까. 25%의 의견이 1석 또는 그 이상 의석으로 과연 표현될 수 있을까. 지역민으로서 나만의 관전 포인트다.

덧붙여 경상북도의 보수 정당 독점을 말할 때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다. 전라도도 마찬가지 아니냐? 어떤 독점이냐에 대한 성격 논쟁은 논외로 하고, 결론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전라남도를 기준으로 할 때 민주당 외에 항상 다른 정당이 지역구 의석을 차지해 왔다. 열린우리당, 민주평화당, 진보당이 꾸준히 의석을 차지해 왔고, 무소속은 항상 지역구 당선자를 냈다. 경북이 국민의힘 계열 외에 지역구 당선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전라남도는 민주 계열의 압도적 우세와 함께 소수의 다당제 구조라는 게 차이점이다. 전라도가 일당 독점이니 경상북도도 괜찮다가 아니라 양쪽 다 일당 독점을 해결하자로 가야 하는 게 옳은 접근 아닐까.

※ 민주계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그 이전 정당들을 말하며 진보당, 정의당 등은 진보정당으로 분류했다.

※ 앞으로 <갈라진 일상><심장이 없다><제비집 본진><자연박물관인 도시><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경상북도 #경북도청신도시 #안동시 #예천군 #63지방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배재고 선수들의 엇갈린 진술... "8회초 전에도 '스벅 빵야' 했다" 배재고 선수들의 엇갈린 진술... "8회초 전에도 '스벅 빵야' 했다"
  2. 2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곧 회복될 거야" 주식 하던 아내의 말수가 줄었습니다
  3. 3 이진관 부장판사는 왜 다를까 이진관 부장판사는 왜 다를까
  4. 4 "선생님 파란색이죠?"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세 가지 "선생님 파란색이죠?"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세 가지
  5. 5 "닥치고 보완수사권 폐지의 끝은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 "닥치고 보완수사권 폐지의 끝은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