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의회 민주계와 진보계 지지율.
김대홍
경북도청신도시의 젊은 층 비율이 높지만 2018년에도 지역에선 민주계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경상북도에서 젊은 층이라고 해도 정서가 대동소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75% 지지율로 지역구에선 100%의 표를 갖고 간다는 뜻이 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은 25%의 표심이 존재했지만 그들은 지역구 의원을 경상북도 통틀어 단 한 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100% 의사결정권을 쥔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골치 아픈 사안을 빼도 뭐라 할 의원은 없다. 경북도청신도시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행정 갈등이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쉽게 외면의 대상이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희망의 눈으로 보는 쪽에선 민주계 정당 지지율이 미세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것에 주목한다. 4, 5회 때 11~12%, 6회 때 16%, 8회 때 18%로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민주계 정당만 보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무소속과 제3정당을 함께 살펴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무소속과 제3정당 지지율이 거의 사라지면서 그 지지율이 민주당으로 옮겨갔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계+진보계 합산 지지율은 3회 때 21.2%, 4회 때 21.5%, 8회 때 21.7%로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보수계 정당 지지율은 어느 침대 광고 문구처럼 흔들림이 전혀 없다.
보수계 정당 지지 약화, 민주계 정당 약진이라고 보기보다는 보수계 정당 지지 굳건, 나머지 지지율 민주계 정당으로 흡수라고 보는 게 맞다. 민주계 정당의 성장은 '보수의 균열'이라기보다는 '비 보수의 결집' 정도로 봐야 한다.
나이 많고 공장 없는 예천과 안동, 의미 있는 '꿈틀'
재미있는 곳은 경북도청신도시를 구성하는 예천과 안동 지역이다. 2018년 당시 민주계 정당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낸 지역은 단 3곳. 구미, 포항, 칠곡이었다. 2024년 기준 구미는 평균연령이 41.2세로 경북에서 가장 젊다. 포항시도 44.8세로 젊다. 안동은 49.3세로 고령화 도시다. 평균 50세 진입 직전이다. 예천은 더하다. 54.5세로 구미, 포항, 안동시 평균을 훌쩍 넘긴다.
제조업/공단 종사자 비율 또한 구미는 약 45%로 압도적 제조 도시다. 포항시 또한 28%로 제조 도시라 할 만하다. 이에 반해 안동시와 예천군은 성격이 정반대다. 제조업/공단 종사자 비율이 안동은 6%, 예천군은 4%에 불과하다.
고령화가 심하고 제조업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 민주계+진보계 정당 지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함에도 안동은 포항과 민주계 정당 지지율이 비슷하다. 예천 또한 6회 9.5%에서 8회 12.4%로 2.9%p로 의미 있게 올랐다. 도청 이전으로 공무원과 교육기관 종사자가 들어오면서 직업상 다양성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 고령화에 공장도 없는 도시인 안동은 특이하게 민주계+진보계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대홍
경상북도는 보수계 정당인 국민의힘 일색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함이 기대된다. 하지만 모두가 어깨 걸고 한 방향으로만 간다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
5월 23일 경북도청신도시 내 한 운동장에서 어린이야구단 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예천군의회 한 소속 의원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모두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경상북도는 삼성 라이온즈팬이 대부분이고, 삼성 라이온즈는 유니폼이 파란색이다). 이를 본 해당 의원은 유쾌하게 입을 열었다.
"뭐, 여기 다 파란색이고. 다 빨간색으로 바꿔야지."
경기장엔 어린이 단원과 학부모를 포함해 40명가량이 있었다. 해당 군의원은 그런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 거리낌이 없었다. 이런 일이 스스럼없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가 경상북도이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함이 과연 이롭기만 할까. 경북대 채장수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또 특정 정당에 의해서 독점이 되거나 조정이 돼버리면 지역의 필요한 요구들이 얼마나 지역 정치 과정에서 관철될 수 있을지... (KBS, 2022.6.2.)
소수 의견, 골치 아픈 의견, 위험 부담이 있는 제안, 쉽게 하기 힘든 계획 등은 포기해도 탈이 없다. 겨우 2만여 명(2026.3 기준 23165명)에 불과한 경북도청신도시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딱 좋은 곳이 단일 정당에 가까운 경상북도의 현실이다.
75%의 벽은 두껍고 그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5%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25%를 삭제 처리하는 걸 인정하는 건 작은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경쟁할 때 긴장감이 생기고 건강해진다. 다양성과 25%의 목소리를 담을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 6월 3일 지방선거에는 사람들이 거의 관심 두지 않지만 숨은 관전 요소가 많다. 경상북도에서 과연 민주계 정당과 진보계 정당에서 지역구 도의원을 배출할 수 있을까. 25%의 의견이 1석 또는 그 이상 의석으로 과연 표현될 수 있을까. 지역민으로서 나만의 관전 포인트다.
덧붙여 경상북도의 보수 정당 독점을 말할 때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다. 전라도도 마찬가지 아니냐? 어떤 독점이냐에 대한 성격 논쟁은 논외로 하고, 결론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전라남도를 기준으로 할 때 민주당 외에 항상 다른 정당이 지역구 의석을 차지해 왔다. 열린우리당, 민주평화당, 진보당이 꾸준히 의석을 차지해 왔고, 무소속은 항상 지역구 당선자를 냈다. 경북이 국민의힘 계열 외에 지역구 당선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전라남도는 민주 계열의 압도적 우세와 함께 소수의 다당제 구조라는 게 차이점이다. 전라도가 일당 독점이니 경상북도도 괜찮다가 아니라 양쪽 다 일당 독점을 해결하자로 가야 하는 게 옳은 접근 아닐까.
※ 민주계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그 이전 정당들을 말하며 진보당, 정의당 등은 진보정당으로 분류했다.
※ 앞으로 <갈라진 일상><심장이 없다><제비집 본진><자연박물관인 도시><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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