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을 짓는 모습 나무 거푸집 안에 흙과 점토, 짚을 넣어 다지고, 물을 부어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집을 지어 올리는 모습은, 이제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초가집을 떠올리게 했다
백종인
다데스 계곡의 마을은 수 세기 동안 사하라 사막을 건너온 카라반들이 하이 아틀라스를 넘어야 하는 힘든 여정을 앞두고 물이 흐르는 이곳에 집을 짓고 머물며 교역을 이어 나간 곳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낮의 열기와 밤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과 점토, 짚으로 두께 50센티미터가 넘는 벽을 쌓고 작은 창문을 냈다. 나무 거푸집 안에 흙과 점토, 짚을 넣어 다지고, 물을 부어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집을 지어 올리는 모습은, 이제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초가집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산길을 안내했던 지역 안내자의 집에 들러 모로코의 전통 차 문화와 이와 관련된 결혼 풍습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타진과 더불어 이곳의 전통 요리인 쿠스쿠스를 먹었다. 마치 옛날 잔칫날처럼 이웃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엄마를 따라온 열 살 남짓한 아이 하나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영어로 인사했다. 아마 저 아이는 자라서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튿날, 모로코의 할리우드라 불리는 아이트 벤 하두로 향하는 길은 '카스바의 길'이라 불렸다. 메마른 암석 지대와 녹색 오아시스, 그리고 진흙으로 지어진 요새 마을의 카스바와 크사르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풍경이었다. 길 초입은 프랑스 점령 시절 조성된 장미 계곡이기도 했는데, 우리가 탄 차량은 그곳에서 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 받기도 했다.
모로코 화폐에 새겨진 진흙성채

▲스쿠라 마을의 아마리딜 카스바 17세기의 역사적인 요새 가옥인 아마리딜 카스바는 모로코에 남아 있는 수많은 진흙 성채 중에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뛰어나고 건축미가 독보적이어서 모로코 화폐에 새겨졌을 정도의 국가적인 문화유산이다
백종인
사하라를 향하며 미들 아틀라스를 지나면서 보았던 수많은 대추야자와 올리브 숲이 다시 펼쳐졌다. 우리는 오아시스 마을인 스쿠라(Skoura)에 멈춰 아마리딜(Kasbah Amridil) 카스바로 안내 되었다. 17세기의 역사적인 요새 가옥인 아마리딜 카스바는 모로코에 남아 있는 수많은 진흙 성채 중에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뛰어나고 건축미가 독보적이어서 모로코 화폐에 새겨졌을 정도의 국가적인 문화유산이다.
일반적으로 카스바는 지역의 부족장이나 부유한 가족이 소유한 요새화된 대저택을 뜻한다. 아틀라스산맥 기슭에는 카스바 외에 여러 가문과 부족 구성원들이 외적과 사막의 약탈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동으로 가꾼 요새화된 마을인 크사르(Ksar)도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흙과 짚을 섞어 지은 아마지그족의 전통적 요새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아마리딜 카스바는 외적의 침입을 막는 '요새'의 기능과 영주 가문이 품격 있게 살아가는 '대저택'의 기능을 완벽하게 결합했다. 정사각형 구조의 성채 네 모퉁이에는 높은 감시탑이 솟아 있었고, 주변의 붉은 진흙, 짚, 석회, 자갈을 섞어 거푸집에 넣고 다져 올린 두꺼운 벽은 앞서 다데스 계곡에서 본 공법과 일치했다.
외양간과 창고가 있는 1층, 남녀 공간이 엄격히 구분된 2층, 화장실 문화, 그리고 주변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옥상까지, 그 안에는 몇 백 년 전 귀족적인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특히 전시된 농기구와 부엌 도구, 자물쇠 등은 우리의 옛 물건들과도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아틀라스 영화 스튜디오가 있는 와르자자트 'OSCAR HOTEL'이라 쓰여 있는 간판 뒤편으로 우주 영화에나 나옴 직한 번쩍이는 투명한 광채가 횃불처럼 번쩍이고 있는 것은 누르 와르자자트 태양열 발전 단지(Noor Ouarzazate Solar Complex)다
백종인
아마리딜 카스바를 떠나 조금 더 서쪽으로 가자 아틀라스 영화 스튜디오가 있는 와르자자트 (Ouarzazate)에 도착했고 'OSCAR HOTEL(오스카 호텔)'이라 쓰여 있는 간판 뒤편으로는 우주 영화에나 나옴 직한 번쩍이는 투명한 광채가 횃불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누르 와르자자트 태양열 발전 단지(Noor Ouarzazate Solar Complex)'라 하였다.
태양광 패널 방식과 다른, 거울로 태양 빛을 모아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집중형 태양열 발전(CSP)인데, 10여 년 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직접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태양열 발전을 건설할 계획이란 기사를 접한 적이 있어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정치·경제적 문제로 모로코 단독 개발 형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시설은 이미 전력을 생산 중이라고 했다. 황량한 붉은 황톳빛 대지 위에 최첨단 시설이 11세기의 카스바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셈이었다.

▲성채로 올라가는 길 우니라강의 진흙물을 외나무다리로 건너 성채 마을로 올라가면, 가파른 암석 언덕 위에는 한때 카스바였을 유적이 남아 있고 언덕 건너편에는 겹겹이 쌓인 또 다른 진흙 성채들이 보였다
백종인
와르자자트 외곽의 황량한 암석 사막 길을 뚫고 들어가니, 메마른 우니라(Ounila)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너머로 붉은 진흙 벽돌 성채들이 층층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산처럼 우뚝 솟은 장엄한 마을이 나타났다. 고대 아마지그족의 요새화된 전통 마을, 크사르(Ksar)였다. 이곳이 바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이트 벤 하두였다.
오늘날 사람들은 아이트 벤 하두를 고대 요새 마을보다는 영화 촬영지로 더 많이 알고 있다. 장엄하고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1960년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필두로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왕좌의 게임> 등 수많은 할리우드 역사 영화와 판타지 대작들의 촬영지가 되었다.
영화가 촬영되면서 허물어졌던 성문이나 일부 벽면이 복원되었고 크사르 마을도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현대식 건물로 이주하여 그야말로 모로코의 문화유산 박물관이 되었다. 우리는 우니라강의 진흙물을 외나무다리로 건너 성채 마을로 올라갔다. 길 위에서는 당나귀를 탄 마을 사람과 마주치기도 했다. 가파른 암석 언덕 위에는 한때 카스바였을 유적이 남아 있었다.
언덕 건너편, 겹겹이 쌓인 또 다른 진흙 성채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몸이 휘청일 만큼 거센 바람이었다. 바람은, 천 년 전 이 성채를 쌓던 시대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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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다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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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만들었는데 이 정도... 한때 모로코 화폐에 새겨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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