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조수석 천장에서 내려온 거미, 이젠 놀라지 않는 이유

[추억 강화를 위한 강화도 살이] 예측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시골 생활의 즐거움

등록 2026.05.27 10:07수정 2026.05.27 10:0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이 주말마다 강화도에서 지내고 다음날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고양이 있는 집' 이야기를 한단다. 그래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고양이 있는 집'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물어보면, 아들은 신이 나서 다 초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단짝 친구네 가족이 강화도 집에 놀러 왔다. 아들은 며칠 전부터 설레서 친구가 놀러 오는 날이 '오늘'이냐고 계속 물었을 만큼 고대하던 날이었다. 친구가 도착하자 아들은 신이 나서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풀장에 물을 채워주니 바로 들어가는 아들
풀장에 물을 채워주니 바로 들어가는 아들 백세준

공도 차고 땅에 심은 작물도 구경하면서 이리저리 땀을 흘리며 뛰어다녔다.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있어 이럴 때를 대비해 아내와 나는 마당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작은 풀장을 중고로 구입해왔다. 중고라지만 비닐만 뜯은 새상품이었다.

물 호스를 집안 수도꼭지에 연결해 마당으로 빼서 풀장에 물을 채웠다. 물을 채우면서도 아이들은 호스로 이곳저곳 물을 뿌려 댔다. 친구네 가족이 물총을 가져와서 서로에게 쏘아 대기도 했다. 쉼 없이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시골집 구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물이 안 나와" 내가 움직여야 해결 되는 곳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한바탕 물놀이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히고 정리를 했다. 아이들은 흥이 가시지 않았는지 옷을 갈아입고도 장난감 픽업 트럭을 타고 공놀이도 즐겼다. 어른들은 저녁으로 먹을 고기와 불판, 반찬 등을 식탁에 준비했다.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양파와 마늘, 김치 등도 적절히 배치하여 구웠다.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를 잘라 아이들을 먼저 먹게 했다. 실컷 뛰어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었다. 그렇게 빠르게 먹은 아이들은 오늘 종일 놀지 못한 애들 마냥 또 뛰고 또 뛰었다.


"갑자기 물이 안 나와."
"수도꼭지 제대로 튼 거 맞아?"

밥을 다 먹은 후 식기를 하나둘 개수대에 옮기던 아내가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어서 나도 수도꼭지를 제대로 틀었냐는 어이없는 답변을 하고 말았다. 물이 나오지 않으면 설거지는 어떻게 하고, 친구네 가족이 오늘 하루 자고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씻어야 할지 난감했다. 애꿎은 수도꼭지만 열었다가 닫았다가 수십 번을 했지만 얄밉게도 물 한방울씩 톡톡 떨어질 뿐이었다.


집 주인 분에게 바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받지 않으셨다. 다행인 건 집 주인 분의 집이 멀지 않아 금방 찾아갈 수 있었다.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벨을 누르고 평안하게 보내고 있는 저녁 시간을 방해하여 죄송하다는 표정과 자세로 상황을 집주인 분께 설명 드렸다. 다행히 확인 해보겠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약 20여 분이 지나자 물이 다시 콸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땅에서 물이 솟아 오르는 것을 본 것 마냥 모두들 동시에 환호를 했다. 물이 나오지 않는 그 짧은 시간에 수십 가지 대책을 세워 놓았다.

사실 시골 생활의 묘미(?)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물이 갑자기 끊기기도 하고, 때론 전기가 나가고 가스가 끊기기도 한다. 물론 아파트에서도 이러한 일이 가끔 발생하지만, 관리 사무소에서 즉각 대처가 이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벌레와 친구가 되는 시골 생활

 아이들이 다 뛰놀고 난 뒤
아이들이 다 뛰놀고 난 뒤 백세준

"으악!"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점프를 뛰며 뒤로 물러섰다. 웬만해서는 잘 놀라지 않는 아내인데 이 정도 놀람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짧은 비명 이후 말을 잇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에 벌레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벌레는 예측하지 않을 때 나타났다. 싱크대 배수구에서 그리마(일명 돈벌레)가 나온 것이다. 익충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긴 게 전혀 익충 같지 않아 오해를 받는 벌레 중 하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나 또한 다리가 3개 이상 달려 있는 생물을 매우 징그러워 하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내도 그리마를 잡지는 못하고 국그릇을 엎어서 가둬 놓기만 했다. 심호흡을 하고 휴지를 다량으로 뽑아 그리마를 놓치지 않고 잘 잡을 전략을 세웠다. 다행히 '놓치면 끝이다'라는 일념 하나로 재빠르게 휴지로 잡아챘다. 또 한번은 아들과 마당에서 놀다가 나무에 나뭇가지인 줄 알고 만졌는데 대벌레였다. 매우 당황했으나 나는 이 와중에 "우리 전에 읽었던 곤충 책에 나오는 대벌레네?" 하며 아들에게 자연을 선물하는 느낌으로 무마하기도 했다.

지금은 거미 정도는 친구다. 집에 가려고 차에 올라탔는데 아들이 거미가 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당연히 앞 유리 바깥쪽에 붙은 줄 알고 한참을 쳐다보았으나 그게 아니라 조수석 천장에서 내려온 거미가 방사형 모양으로 거미줄을 쳐 놓았던 것이다. 나는 거미가 다치지 않게 막대기로 거미줄을 걷어내고 거미를 내보내주었다.

여유 있게 대처하는 태도

 어두워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두워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백세준

어쩌면 조용하고 한적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즐기려고 시골 살이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 일어나면서 그것들이 시골 살이를 채워주고 있다.

그러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물? 안 나오면 어쩔 수 없지', '벌레? 산과 숲이 있으니 나오겠지' 하며 받아들이고, 유머스럽고 여유있게 대처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육아 #시골생활 #강화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고민하며 연구하며 글을 씁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장롱 안에 이 카메라 있으면 "야호" 장롱 안에 이 카메라 있으면 "야호"
  2. 2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전국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이 갑자기 폐쇄...이해가 됩니까?
  3. 3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독일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만든 남자
  4. 4 "민주당에 공정이 없다" 86세대 직격, 당대표 후보 김보미 누구? "민주당에 공정이 없다" 86세대 직격, 당대표 후보 김보미 누구?
  5. 5 그녀는 산 채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산 채로 발견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